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학부생일 때 아벨 페라라 감독의 "바디 에어리언"(Body Snatchers)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원래 B급 영화를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경우였다. 지난해에는 니콜 키드먼 주연으로 "인베이젼"이라는 제목의 리메이크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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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지구의 어느 마을에 침입한 외계인들이 지구인의 신체를 강탈하여 마을 사람들을 모두 외계인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최근 민주노동당 사태를 보면서 문득 이 영화가 떠올랐다. 애초 당을 만든 건 PD(지금은 평등파라고 불린다) 진영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NL(자주파) 진영의 활동가들이 하나 둘 당에 들어왔다. 몇 년 전부터 거의 당을 장악하더니 지방의 지역위원회에서는 PD진영의 활동가들이 하나 둘, 자의반 타의반 당을 떠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노동당을 창당할 즈음 NL 진영의 대세는 "비판적지지론"이었다. 물론 그 대상은 김대중이다. 이 사람들의 이념에 따르면 당이 이미 존재하는데(북쪽에) 또 무슨 당을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논란이 있었다. 지금도 그래서 남한의 당은 북쪽의 당을 보위하는 전술적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뭐 아직도 있을라나? 그래서 "신체 강탈자들"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전위당은 오직 하나로 족하다!

뭐 자주파 때문에 민주노동당이 이런 사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 민주노동당을 만든 세력의 다수가 사민주의자들이었고, 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은 아주 소수였다. 그런데 이 다수의 사민주의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면, 그야말로 얼치기 사민주의자들인데다, 애초 갈 때까지 간 패배주의들이었으며 현실을 핑계로(당시 좌파의 현실은 USSR의 몰락이었다) 노무현이 주창하고 요즘은 이멍박 씨가 계승한 실용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의 실용주의는 한마디로 나에게 좋으면 다 좋다는 생각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아마 제대로 된 사민주의자들이었다면 민주노동당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며,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자본을 중심으로 사회가 운영된다. 이 사회에서 인간은 자본의 이윤을 창출하는 수단으로만 고려된다. 사실 자본가들은 인간보다 기계가 훨씬 더 이윤 창출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진보라는 명제는 자본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이윤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 단순한 진리를 부정했던 것이다. 새로운 진보는 없다. 현실의 자본주의가 전혀 새로운 자본주의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자주파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니 이참에 통일을 대비하는 민족민주정당을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냥 이참에 북쪽으로 올라가서 그곳에서 사는 게 남한 인민들을 위해서는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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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4:11 2012/01/0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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