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 10. 16.

이명박씨는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그러고 정동영씨는 서민경제를 강조하고 서민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단다. 정동영씨는 이명박씨의 경제 정책을 "강자를 위한 정글 자본주의"로 규정했다고 한다. 세상에, 정동영씨는 그러면 자본주의가 강자를 위해 존재하지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인가?

막 KBS 뉴스에서 통영 군수가 뇌물로 감옥가서 당장 내년 람사 총회 개최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자료 화면으로 통영 군청이 잠시 화면에 나왔는데, 슬로건이 "Jump 부자 통영"이었다. 그렇다.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는 새해나 명절에 주고 받는 인사말이 "부자 되세요"다.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부자가 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있나!

한국 경제가 정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서로 대통령이 되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데, 정말 한국 경제는 문제가 있나? 부자들은 여전히 부자로 잘 살고, 자본가들은 여전히 이윤창출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고 저리도 난리를 피우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민들이 가난했던 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거리를 다니다 보면, 가끔 시외로 나갈 경우 한적한 농촌의 풍경 한 켠에 이런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걸 볼 때가 있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제는 모든 도시, 아니 한국의 모든 사람사는 지역은 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어디라도 "사람살기 좋은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건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고 싶다. 모두 실용주의를 외치고, 경제 대통령을 외치는데, 어디 "노동해방, 인민해방"을 외치는 사람을 보고 싶다.

아래 글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에서 인용한 것이다. 서울대학교가 발표한 2008년 논술 예시문제 제시문들 중 하나인데, 제시문에 실리지 않은 부분을 조금 추가한 것이다. 참고로 이 문항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은 상품이라는 개념의 도움으로 비로소 산업 생활의 다양한 요소들과 맞물리게 된다. 상품은 여기서 경험적으로 정의되어,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생산한 물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시장도 판매자와 구매자의 실제 접촉이라고 경험적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모든 산업의 요소들은 이미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으로 간주되는데, 그렇게 해야만 그 요소들이 모두 가격과 상호 작용하는 수요와 공급의 메카니즘에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는 모든 산업 요소를 위한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그 시장들에서 각 요소들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집단으로 조직되며, 모든 요소가 수요, 공급과 상호작용하는 가격을 갖는다는 뜻이다. 무수히 많은 이 시장들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다.

결정적인 핵심은 다음과 같다. 노동, 토지 그리고 화폐는 산업의 필수 요소이며, 이것들도 시장에서 조직되어야 한다. 사실 이 시장들이야말로 경제 체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 그러나 토지, 노동, 화폐는 분명 상품이 아니다. 매매되는 것들은 모두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가정이 이 세 가지에 관한 한 적용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상품에 대한 경험적 정의를 따르자면 이 세 가지는 상품이 아니다. 노동이란 인간 활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인간 활동은 인간의 생명과 함께 붙어 다니는 것이며, 판매를 위해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이유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 활동은 생명의 다른 영역과 분리할 수 없으며, 비축할 수도 없고, 사람과 떼어내어 동원할 수도 없다. 그리고 토지란 단지 자연의 다른 이름일 뿐인데, 자연은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의 화폐는 그저 구매력의 징표일 뿐이며, 구매력이란 은행이나 국가 금융의 메카니즘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판매를 위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묘사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구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동, 토지, 화폐가 거래되는 현실의 시장들은 바로 그러한 허구의 도움을 얻어 조직된다. 이것들은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되고 구매되고 있으며, 그 수요와 공급은 현실에 존재하는 수량이다. 어떤 법령이나 정책이든 그러한 요소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한다면, 결과적으로 시장 체계의 자기 조정을 위태롭게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상품 허구는 사회 전체와 관련하여 결정적인 조직 원리를 제공하는 셈이며, 이 원리는 사회의 거의 모든 제도에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즉 시장 메카니즘이 현실 세계에서 상품 허구의 원칙대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떤 제도나 행위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 토지, 화폐에 관해서는 이런 원리를 적용할 수 없다. 인간과 자연 환경의 운명이 순전히 시장 메카니즘 하나에 좌우된다면, 결국 사회는 폐허가 될 것이다 구매력의 양과 사용을 시장 메카니즘에 따라 결정하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비록 사람들은 ‘노동력’도 똑같은 상품이라고 우겨대지만, 일하라고 재촉하거나 마구 써먹거나 심지어 사용하지 않고 내버려두거나 어쨌건 그 특별한 상품을 몸에 담은 인간 개개인은 반드시 영향을 입게 마련이다. 이런 체제 아래서, 인간의 노동력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다 보면, 노동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인간’이라는 육체적, 심리적, 도덕적 실체마저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하게 된다. 인간들은 갖가지 문화적 제도라는 보호막이 모두 벗겨진 채 사회에 알몸으로 노출되고 결국 쇠락해간다. 그들은 악덕, 인격 파탄, 범죄, 굶주림 등을 거치면서 격동하는 사회적 혼란의 희생물이 된다. 자연은 그 구성 원소들로 환원되어 버리고, 주거지와 경관은 더렵혀진다. 또 강이 오염되며 군사적 안보는 위협당하고 식량과 원자재를 생산하는 능력도 파괴된다. 마지막으로, 구매력의 공급을 시장 기구의 관리에 맡기게 되면 영리 기업들은 주기적으로 파산하게 될 것이다. 원시 사회가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던 것처럼 화폐 부족이나 과잉은 경기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 시장, 토지 시장, 화폐 시장이 시장 경제에 ‘필수적’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라는 사회의 실체와 경제 조직이 보호받지 못한 채 그 ‘악마의 맷돌’에 노출된다면, 어떤 사회도 무지막지한 상품 허구의 경제 체제가 몰고 올 결과를 한순간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위의 논의를 기반으로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어떤 것이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지 설명하고, 그러한 나라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평가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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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6 14:24 2011/10/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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