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결핍

알라딘 2011/10/26 14:27
...> 2007. 9. 27.

혼자 사는데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전에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나에게 말하길, "어유 혼자 살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곧 익숙해집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이, 자네나 익숙하게 잘 사셈."

나도 일전에 몇 개월도 아닌데 혼자 사는 게 영 익숙하지 않아 개라도 한 마리 키울까 했더니 제일 좋아하는 놈은 조카 밖에 없더란 이야기다. "삼촌 새끼 나면 꼭 내줘!" 아무래도 체질적으로 개 키울 팔자는 아닌가 보다.

사람은 대개 너무 홀로 있다는 생각이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교회나 절이라도 찾는 모양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를 키운다. 정 주면서 살고 싶은 탓일 게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에리히 프롬의 글을 발견했다. 아마 이 단락을 어디선가 읽은 듯도 하다.

육체적으로 조건지워진 필요만이 인간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 아니다. 이와 똑같이 필수적인 또 다른 부분이 있으며 이것은 육체적인 과정이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과 관행의 본질인데 이것은 바로 자신 밖의 세상과 관련되려는 요구, 즉 외로움을 피하려는 요구이다. 완전한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것은 육체적 기아가 죽음을 낳듯 정신적인 붕괴를 낳는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져 있다는 것은 육체적 접촉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하나의 개인은 육체적 의미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고립되어 있지만, 그에게 교감과 소속감을 주는 사상, 가치관 그리고 적어도 사회적 패턴에 연결될 수 있다. 반면에, 그는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극도의 고독감에 압도될 수 있으며 이것이 어떤 한계를 넘어서면 이것의 결과는 정신분열적 교란이 의미하는 ‘정신착란’이다. 가치관, 상징 그리고 패턴에 연결되어 있는 것의 부족을 우리는 도덕적 외로움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도덕적인 외로움은 육체적 외로움만큼이나 참을 수 없거나 혹은 육체적 외로움은 그것이 또한 도덕적 외로움을 함축할 때 참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세계와의 이런 정신적인 연결됨은 많은 형태를 띌 수 있다. 신의 존재를 믿는 수도원의 수도승이나 그의 동료 투쟁가들과 하나라고 느끼는 고독 속에 갇혀 있는 정치범들은 도덕적으로는 외롭지 않다. 가장 이국적인 환경에서 저녁 재킷을 입고 있는 영국 신사나 그의 동료들로부터 깊은 고립감을 느끼지만 그의 국가나 상징과 하나임을 느끼는 Q쁘띠 부르주아들도 그렇지 않다. 세계와 연결되는 종류는 고귀할 수도 있고 보잘 것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천한 종류의 패턴과 연결되는 것조차도 외로운 것보다는 훨씬 더 선호될 수 있다. 어떤 관습과 믿음뿐만 아니라 종교와 민족주의가 아무리 비합리적이고 불명예스럽다고 해도 그것이 개인을 다른 사람들과 연결시킨다면 이것들은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즉 고독으로부터의 피난처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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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6 14:27 2011/10/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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