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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0
    허름한 별명 '혼이 담긴 구라'(3)
    구라

허름한 별명 '혼이 담긴 구라'

아이들이 내게 붙여 준 별명이

진로 브로커!

혼이 담긴 구라

 

 진로 브로커는 나와 진로 상담만 하고 나면 

 비현실적인 생각들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꿈을 꾸어야 한다는 등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등

 

 고3담임, 

 물론 적성과 취미를 묻는다.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인생에 대해 설을 풀고

 학벌이니 4년제니 개소리에 넘어가지 말고 

(어차피 우리 학교의 많은 아이들은 그런 곳에 들어가기 힘들다)

졸업 후 생계를 유지할 자격증이라도 확보하고 

그리고 스스로 먹고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해보라는 등

 

단, 습관적인 꿈들을 버려라. 

지금 누리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쉽게 생각하면서 당연시 하는 ,

당연한 메이커 옷, 해마다 바꾸는 40만원 호가하는 핸드폰, 10만원 훌쩍 넘는 운동화,

노릇노릇한 삼겹살을 배불리 지금처럼 먹는 것, 꽃등심을 먹고 싶다는,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을 하면서 지내는 것이 별 문제되지 않을,

 

그런데 정작, 아이들 보다 내가 불안하다.

나야 대한민국 교사이니 굶어죽을 가능성도, 지금정도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애들보다 훨씬 적은데 난 아이들을 보면서 불안해 죽겠다.

개념도 없고, 마냥 순진하고, 돈없는 신세를 가장 공포스러워 하고,

그러면서도 누구와의 연대는 커녕 우정도 나누지 않고, 자기 세대를 전혀 믿지 않으며

날이 갈수록 무식할 정도로 보수화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이 불안해 미치겠다.

 

그 아이들은 내 구라를 듣고 때로 감동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믿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은 지네들 보다 순진하다고 혀를 차며

'혼이 담긴 구라'라고 맥빠지는 허름한 수식어를 붙여주며 웃는다.

 

햇살이 좋다.

어제 한 놈이 면접에서 개판을 치고  죽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

나보구 어쩌라구?

 

"고생했다. 학교와서 또 찾아보자"

 

섀끼들, 지네들 인생인데 왜 그렇게 대책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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