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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여행1 _ 고정희 시인 생가

하노이님의 [더 먼저 더 오래] 에 관련된 글.

 

27-28일 여행의 루트를 대강 정리하자면,

 

27일>> 빠른 9시 10분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해남으로 출발 -> 오후 2시경 해남버스터미널 도착 -> 식사 -> 4시 반 고정희 시인 생가가 있는 송정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1인 850원) -> 5시 좀 넘어서 생가 도착 !!!  -> 6시 45분쯤 해남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다 -> 저녁 7시 반 터미널에서  땅끝마을로 가는 버스를 탔다(1인 3700원) -> 땅끝마을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 -> 저녁 -> 하얀거탑을 본 후 잠 속으로 

 

28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땅끝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감 -> 약 30분이 걸려 땅끝 전망대 도착, 일출 기다림 -> 구름에 가려 잘 안보이던 해가 7시가 좀 넘어서야 모습을 드러냄! -> 땅끝 모노레일카를 타고 땅끝슈퍼로 이동 -> 땅끝슈퍼에서 해남버스터미널로(한시간 정도 소요) -> 식사 -> 오전 11시 서울로 출발~ -> 4시 넘어서 서울 도착.

 

서울에서 해남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기도 하고, 28일날 오전에 서울로 출발해야 했기에,

해남에서 정말로 가보고 싶은 단 한 곳, 고정희 시인 생가만 꼭 가자고 정한 채로 무작정 내려갔다.

 

대둔산 대흥사나 윤선도와 관련한 곳도 가보고 싶었고 고천암 일몰도 보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볼 때 해남의 대중교통편이 그리 원활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와 어느 곳이건 시간을 길게 잡아야 한다는 말을 봤었고, 실제로 버스시간 간격이 참 넓었다. 땅끝마을의 경우엔 그나마 자주 있는 편이지만 버스터미널에서 땅끝마을까지 한시간 정도 걸린다는 거..

 

고정희 시인 생가를 다녀오자 벌써 해는 져서 어두웠고, 날이 생각보다 많이 추워서, 바로 땅끝마을로 가서 자고 일출을 보고 서울로 가기로 했다. 

 

 



해남터미널에서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서, 생가에 가는 버스는 2시간 후에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시골느낌이었다. 좋았다..흐흐) 어딘지 잘 알 수 없어서 무작정 택시를 타자니 어쩐지 겁나기도 했고, 밥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면 되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 시간을 기다렸다. 인터넷에서는 해남 여행 루트에 시인 생가를 잘 찾아볼 수 없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버스 기사 아저씨들 중에서는 고정희 시인 생가 장소를 모르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후훗. 물어보고 난 후에 2시간 있다가 버스 시간에 맞춰왔을 때도 아저씨들은 얼굴을 기억해 주시고 어떤 버스를 타면 된다, 어디에 내리면 된다, 등등 신경써주셨다. >_< 호홋.

 

 

 하늘이랑, 하늘과 산이 만나는 선이 참 예뻐서, 마구마구 찍은 사진들.

 

 

버스에서 내려준 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생가가 나온다. '사람 사는 곳' 같아 보였다.(이상한 표현이네..) 생가와 함께 있는 일반 가정집은 고정희 시인의 유족들이 실제로 살고 있는 집이다. 사람이 있나 확인하고, 생가를 보러 왔다는 걸 알렸고, 들어가서 보세요, 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생가에 들어갔다.

 

바로 옆에 늘 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는지, 생가 안 역시 누군가가 금방이라도 "여기는 내 방이오", 하고 들어올 것처럼 생기있어 보였다. 난방이 되지 않아 방 안 공기는 차고, 발은 무척 시렸지만, 곳곳에 서려 있는 어떤 기운들 덕분에 마냥 들떠버렸다. 고정희 시인 역시 동인이었던 '또하나의문화'의 여러 동인들이 이 곳을 참 아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여러 흔적들. 그 외에도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흔적들과, 그녀의 흔적이 섞이고 섞여, 쌓이고 쌓여서, 어쩜 그리 포근한지. 그대로 거기에 눌러 앉아 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꽤 많이 쌓여있는 방명록들을 넘겨보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시인에게 쓰는, 자기 자신에게 쓰는, 혹은 정해두진 않았지만 이 곳을 찾을 어떤 누군가에게 쓰는, 그런 여러 글들... 나 역시 시인에게, 그리고 언젠가의 나 자신이 봤으면 하는 글을 써두었다. 꼭 다시 올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다지기 위해서 "다음에 뵐게요."라는 말도 잊지 않고 써두었다는 거. 후훗.

 

+ 참, 고정희 시인이 고모할머니라며 이 곳에 살고 있다는, 11살, 3살짜리 자매인 두 아이. 말친구 해줘서 고마웠고, 은근히 부러웠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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