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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27
    실어증,
    하노이

실어증,

 

"그녀에 따르면 세계란 마음 깊은 곳에서 병을 앓고 있는 자신에게 창을 겨누고 서 있는, 다른 나라 말을 쓰는 흉악한 사병들과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앓고 있을 병이라는 것은 실어증과 같은 것이리라. 의사소통이란 애당초 버린 지 오래이며 자신을 조금이라도 돌보지 않으면 곧 자신은 그 흉악한 세계에 점령 당하고 말 것이라는 절박감이 그녀에게는 확고했다." <카르타필루스> 中

 

 실어증인 사람들의 자살률이 0%에 가깝다고 하는데,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이 말할 거리도 없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이 자살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소통이란 게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 아닐까.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의 1970년 <성의 변증법>의 마지막에는 "이제 우리는 지상에 파라다이스를 다시 창조할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 가능한 것은 그 지식을 통하여 자살하는 것, 망각이 뒤따르는 지구상의 지옥을 창조하는 것이다."는 문구가 있단다. 

 

 자신의 지식으로 자신이 발딛고 있는 지상에 파라다이스를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그 지식으로 나와 혹은 타인과 소통하는 게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될까. 망각이 가능하여 지옥이더라도 계속해서 숨쉬며 살 수 있다면 모르지만, 망각-내 기억에서, 내 몸뚱아리에서 뿌리까지 파내어 모두 없었던 일로 한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을 알기에, 어쩌면 선택지는 매우 좁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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