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008/07/25

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계간『 문학동네 』 2004년 봄호 발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Girl / Joe Hisaishi

Girl / Joe Hisaishi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위대한 사상은...

위대한 사상은 멜로디와 공통점이 많다. 명확하고 불가피하며 기억할 만한 것들은 오랫동안 당신의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모르고 귀에서 윙윙거린다....감동적인 음표를 가진. 

-U2보컬 보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둘고 싶지 않다

서둘고 싶지 않다

신동엽

내 고향 사람들은 봄이 오면 새파란 풀을 씹는다. 큰가마 솥에 자운영, 독사풀, 말풀을 썰어 넣어 삶아가지고 거기다 소금, 기름을 쳐서 세 살짜리도, 칠순 할아버지도 콧물 흘리며 우그려 넣는다. 마침내 눈이 먼다. 그리고 홍수가 온다. 홍수는 장독, 상사발(품질이 낮은 사발), 짚신짝, 네 기둥, 그리고 너무나 훌륭했던 인생 체념으로 말미암아 저항하지 않았던 이 자연의 아들 딸을 실어 달아나 버린다. 이것이 인간들의 내질(內質)이다.
오늘 인류의 외피는 너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키 겨룸, 속도 겨룸, 양 겨룸에 거의 모든 행복을 소모시키고 있다. 헛것을 본 것이다.  그런 속에 내 인생, 내 인생 설계의 전출(길게 벋어나가 너절하게 늘어진 줄기)을 뻗쳐 볼 순 없다.  내 거죽이며 발판은 이미 오래 전 찢기워져 버렸다. 남은 것은 영혼,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
노자 오천언(五千言) 속에 있는 말이다.
'대국을 다스림은 흡사 조그만 생선을 지짐과 같아야 한다.'
조그만 생선을 지지면서 젓가락, 수저 등을 총동원하여 이리 부치고 저리 부치고 뒤집고 젖히고 하다보면 부서져서 가뜩이나 작은 생선살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을 것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수선피지 말고 살짝 구우라는 것이다.
나도 내 인생만은 조용히 다스려 보고 싶다.  큰 소리 떠든다고 세상 정치가 잘 되는 것이 아니듯이 바삐 서둔다고 내 인생에 큰 덕이 돌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 날이 와서 이 옷을 벗을 때까지 산과 들을 바람결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얼마 아니 지나면 가로수마다 윤기 짙은 새 잎이 화창하게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신록의 푸짐한 경영 밑에 젊은 구두 소리가 또각또각 먼 꿈을 싣고 사라져 갈 것이다.  그 사라져 가는 언덕 너머 내 소년시절의 인생의 꿈은 사리고 있었다.
언젠가 부우연 호밀이 팰 무렵 나는 사범학교 교복 교모로 금강 중기 거슬러 올라가는 조그만 발동선 갑판 위에 서 있는  적이 있었다.  그 때 배 옆을 지나가는 넓은 벌판과 먼 산을 바라보며 '시'와 '사랑'과 '혁명'을 생각했다.
   내 일생을 시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일생을 사랑으로 장식해 봤으면
   내 일생을 혁명으로 불질러 봤으면
세월은 흐른다.  그렇다고 서둘고 싶진 않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원추리

원추리

            /신동엽


톡 톡
두드려 보았다.

숲속에서
자라난 꽃 원추리.

맑은 아침
오래도
마셨으리.

비단 자락 밑에
살 냄새야,

톡 톡
투드리면
먼 상고(上古)까장 울린다.

춤추던 사람이여
토장국 냄새.

이슬 먹은 세월이여
보리타작 소리.

톡 톡
투드려 보았다.

삼한(三韓) 적
맑은 원추리.

산 가시내
사랑, 다
보았으리.

 

<시집 아사녀, 1963년>

 

 

어느 글 쓰는 이가 적었다.
‘…그러나, 바닷가 가파른 벼랑 위에도 원추리꽃 한 송이가 피어 있듯이 숨막히는 역사의 격랑 속에도 서정의 몫은 엄연히 있었음인가’

중국의 사랑의 꽃말에서 원추리는 '근심걱정을 잊게 하는 꽃'이다.

소백산, 덕유산 꼭대기에 가면 원추리군락이 있다고...그와 갔던 마니산에서 처음 본(들은) 원추리.

원추는 꽃대가리란 뜻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Acoustic Cafe - Last Carnival

Acoustic Cafe - Last Carnival

 

 

 

Acoustic Cafe :: Last Carnival

 

 

Pianist :: 유리코 나카무라 (Yuriko Nakamura), 
 Violinist :: 츠루 노리히로(Tsuru Norihiro), 
Cellist :: 마에다 요시히코(Maeda Yoshihiko)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Viper .. Moonlight

Viper .. Moonlight (월광소나타)




Lifestorm broke my anchors
삶의 폭풍이 나의 닻을 부순다

Like a wreck I've been
내가 전에 겪어본 난파[선]과 같이.


Sea and sky were just one darkness
바다와 하늘은 그저 칠흑같았고


Such a brilliant radiance you came
눈부신 광채처럼 당신이 왔지

I'm alive, I'm alive
난 살게됬어


Just by the light From your eyes
당신 눈에서 나온 빛으로[빛때문에]


And I need you to be
나는 당신이 필요해

Like the heaven I seek
내가 찾는 천국과 같은..


But clouds showed me
하지만 구름이 나에게 보여주었지

And I saw
그리고 나는 보았어


You were just the moonlight
당신은 그저 달빛이라는 것을

And the moon belongs to
그리고 달은 누구도 소유할수 없는것.


No one, no one,..
누구도..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사용하여 만든
브라질그룹 바이퍼의 곡입니다.




완벽한 보름달이 자리잡았고 그 창백한 흰색 원반이
그 위쪽과 아래쪽에 있는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었다.

하늘, 호수, 가늘고 긴 가지들이 뻗친 커다란 나무 ,
그리고 지평선에 낮게 깔린 산들. 앞쪽에 그려진 넓지 않은
땅은 그 사이를 흐르는 개울에 위해 두 뙈기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 제방에는 인디언의 원추형 천막과 화롯불이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불 주위로 둘러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습을 분명히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단지 아주 조그맣게 인간의 모습을 암시한 것으로,
대 여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불빛을 받아 벌겋게 달아 있었다.

커다란 나무 오른쪽으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뚝 떨어져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이 명상에 잠긴 듯 혼자서 조용히
수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폴 오스터 달의 궁전 中 Moonlight..



Moonlight, Indian Encampment



Landscape with Moon



Moonlight



나는 절벽의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떨어져 죽기 직전에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떨어져내리는 두려움이 줄어들지는 않았더라도
그 두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새로운 조망을 얻은 것이다.

나는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지만 마지막 순간에 뭔가가
팔을 뻗쳐 나를, 허공에 걸린 나를 붙잡아 주었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었다고 믿는다.

사랑이야 말로 추락을 멈출 수 있는,
중력의 법칙을 부정할만큼 강력한 단 한가지인 것이다.

.. 달의 궁전.. by Paul Auster 중



Silvery Ligh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EvaCassidy-Songbird

 

EvaCassidy-Songbird

 

 

 Eva Cassidy - Autumn Leaves

 

 

33살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 에바 케시디 ...

 

에바 캐시디는 생전에 이렇게 얘기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을 가지고 있어요.

 기타를 치면서 노래만 하면 되거든요."

 

 

Autumn Leaves

 

  The falling leaves drift by my window
  The falling leaves of red and gold
  I see your lips, the summer kisses
  The sunburned hands I used to hold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And soon I'll hear old winter's song
  But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Since you went away the days grow long
  And soon I'll hear old winter's song
  But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I miss you most of all, my darling
  When autumn leaves start to fall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quot;The Art of Essay Writing&quot;

 

 

 

 

  Essay Writing  
 
Essay Writing
"The Art of Essay Writing"
By Cicada Editors
Cicada (May/June, 1999)
 
Media: Scratchboard
 
Scratchboard lends a weight to line quality, and strong contrasts between areas of light and dark. Although not overtly Celtic, a lot of the inspiration for this piece comes from 8th century styles of insular illumination that often used human figures as fillers in enclosed spaces.



Speak your truth quietly and clearly.
Listen to others, even the dull and the ignorant.

Sebastian Sung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스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