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 논쟁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무현의 공약이행율이 8%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만큼 노무현 정부가 별달리 해놓은 것이 없다는 거다. 이게 차기정권창출을 노리는 현 정권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속쓰린 지점이다. 그리하여 남은 기간, 뭔가 '개혁'적인 것을 하나라도 해놔야 퇴임 이후가 뻘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남은 것이 뭘까?
아마도 덩어리로 따졌을 때 가장 그럴싸하게 남은 것은 사법개혁이다. 이 사법개혁이라는 주제는 특히 YS 정권 이후 때마다 각 정권에서 자기들의 업적을 위해 써먹던 밑반찬 중의 하나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가 결국 흐지부지... 참여정부에서도 그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나마 95년부터 계속 논의되던 와중에 변화한 것은 사법시험 합격생을 1000명 정도로 늘여놓은 것이라고나 할까... 3대가 바뀌던 정권에서 사법개혁은 초장만 요란하게 법석을 떨면서 국민들의 관심유도나 하다가 결국 용두사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법개혁의 내용 중에서 뭐니뭐니해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는 것은 법조인 양성과정의 개혁이다. 사법문제의 각 내용이 서로 물리고 물려 있어 어느 한 부분만 바꾼다고 전체 문제가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만, 뭐니뭐니해도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키포인트는 역시 법조인 양성 및 배출과정이다. 지금 대안으로 제출된 개혁안은 그 이름도 유명짜한 '로스쿨 안',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안이다.
그런데 이 "개혁안"이 이번 17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요원한 지경에 이르렀다. 밥그릇에 사활을 건 율사출신 의원들이 딴청을 피우고 있고, 한나라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대학들이 모두 2000억에 가까운 로스쿨 준비투자를 했는데, 막상 법률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보니 헛돈 쓴 꼴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인터넷 한겨레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각 의원들에게 "로스쿨 지지자들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총 9편으로 기획된 이 편지는 지금 이시간까지 6편이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아래 클릭.
로스쿨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던 교수진들이 전면에 나서서 글들을 써제끼다 보니 분량도 상당히 많다. 그런데 그 내용은 사실 별로 볼 것이 없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명이 여러 번 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각각의 글에 대해서 할 말이 있지만 생략하기로 하고.
인터넷 한겨레는 이 연속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편지를 받는 국회의원들의 답장과 반응을 기대한다. 이 편지는 사신(私信)이 아닐 뿐더러,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국민을 대표해 우리 사회의 공적인 일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과 입장을 밝혀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틀 짓는 로스쿨 문제는 국민의 대표가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맞다. 당연한 소리다. 지금까지 저 편지들은 각각 순서에 따라 안상수 법사위원장, 권철현 교육위원장, 최순영 교육위원, 임종인 법사위원,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조순형 법사위원에게 보내졌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3회 더 나오게 될 것이다. 편지를 받는 총 9명의 의원들은 인터넷 한겨레의 이번 시리즈 편집자가 위에서 한 저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 한 의원이 장문의 편지를 썼다. 최순영 의원이다. 편지를 썼을 뿐만 아니라 11월 22일이에는 보도자료까지 뿌렸고, 11월 23일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다가 그 전문을 올렸다. 무진장 긴 내용이므로 스크롤 압박을 견딜 각오된 분들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교육판 새만금사업'으로 전락을 우려한다
그런데 보도자료 나간지 3일이 되었는데도 인터넷 한겨레는 여기에 대해 일언반구 뭔가 말이 없다. 답장하라고 못을 박아놓고는 기껏 답장을 했더니 봤는지 안 봤는지 감감무소식이다. 뭐하자는 걸까? 너무 장문이라 어떻게 편집할까 고민하고 있는 중일까?
근본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논의가 가지는 한계는 밥그릇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거다. 변호사 확충에 대해 결사반대하고 있는 기존 법조기득권은 설명하지 않더라도 지들 밥그릇 줄어들까봐 난리를 치는 거다. 죽을둥 살둥 하면서 로스쿨 반대하는 이유는 이로 인해 변호사 정원이 늘어날까봐서이다. 로스쿨이 도입되어도 정원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게 로스쿨이 되었건 쥐랄 염병이 되었건 전혀 신경쓰지 않을 인종들이다.
그런데, 로스쿨 설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법학교수집단 역시 밥그릇 논쟁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법학교육만을 진행하는 학제 하나가 더 생긴다는 것은 현직 교수들의 입장에서 밥그릇을 키울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의 바다가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성심을 가지고 이 땅의 사법개혁을 위하여 법학전문대학원제도라는 것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시는 교수님들도 있지만 모든 교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로스쿨 논의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교수들, 다 제 각각 생각이 다르고 밥그릇을 돌려가며 계산기 두드리는 교수들 한 두명 만나본 게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는 분들이 있는데, 대안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법조기득권을 혁파하기 위한 실질적인 투쟁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 중의 문제다. 그 많은 대학 교수들, 지금까지 로스쿨 논의하는 거 지켜본 거 이외에 법조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로스쿨 = 개혁"이라는 등식 만들어 놓고 로스쿨 반대하는 논리는 전부 수구세력의 변명으로 치부해버린 그들이다.
차라리 여러 안을 들고 전국 법과대학 학생들과 신림도 고시촌의 '고시낭인'들에게 설문조사부터 먼저 하자. 그게 순서 아닌가?
행인의 [법학전문대학원 논쟁] 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글. 열우당은 전효숙 임명동의안 철회와 비정규직 법안통과를 한나라당과 맞바꾸었다. 9명의 민주노동당 의원은 직권상정된 비정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