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의 난

from 로스쿨 2010/09/14 14:50

가끔은 뒷북이 더 요란할 때가 있다. 최근 유명한 어떤 분의 자제 때문에 불거진 21세기판 음서제도 부활논쟁에 끼어든 신림동 고시생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렇다. 장관 자제의 특채문제가 공정사회를 특별히 주문하신 각하의 격노로까지 이어지자 고시제도 폐지를 선언했던 주무부처가 '엇 뜨거라!'하곤 백지화하긴 했지만, 무튼 밥그릇이 걸린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왈가왈부를 피할 길이 없는 법.

 

신림동 고시생들의 경우 청춘을 바쳐 달려가던 고지가 눈 앞에서 갑자기 증발하는 현상을 인내하긴 어려웠을 터이고, 그러다보니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까지 하고 있다. '3대 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까페까지 결성하고, 고시폐지반대 현수막까지 걸더니, 지난 주말엔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밥줄이 걸린 문제에 발벗고 나서는 것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아쉬운 것은 이들의 요란한 뒷북이 뒷북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는 것. 이미 고시폐지안은 전격 철회되었고, 공정사회구현에 불을 밝히신 각하의 영도 하에 음서로 혜택받은 고관대작의 자제들에 대해선 제법 칼질이 이루어질 듯도 보인다. 들끓는 민심은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인 거고.

 

뒷북이 항상 그렇듯이 이번 일도 쓴웃음만 남기고 표표히 사라지는 에피소드로 끝날 가능성이 큰 이유 중 하나는 '3대 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거창한 집단이 내걸고 있는 고시존치의 논리다. 이들의 논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건이 하나 있는데, 고시존치 토론회를 알리는 보도자료가 그것이다.

 

내용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별로 그 필요함을 느끼지 못한다. 내내 언론에서 했던 이야기들인데다가 특히 로스쿨과 관련된 주장은 차라리 그동안 행인이 이 블로그에 끄적거려놨던 것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 오오, 이 자기만족이란... 암튼 그렇고. 보도자료와 관련되서 한 가지만 부탁하자면, 최소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뿌리는 보도자료라면 맞춤법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이게 무슨 뻥구라닷컴에 내맘대로 끄적거리는 배설물은 아니지 않겠는가?

 

어쨌든 이 보도자료의 중심적인 내용은 다름 아니라 형평성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상당한 지식을 가진 자들이 관직에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것. 그렇지 않은 자들이 줄과 빽을 동원하여 관직에 오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이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사회적 제도 특히 공직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불편부당하고 합리적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문제는 현행 고시제도 자체가 그다지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료를 선발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향후 관직을 통해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할 자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비록 이들이 선발된 공무원이므로 정치인과는 달리 공공연하게 자신의 정치적 주의주장을 선동하고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은 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여전히 이들은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될 터이다. 따라서 어떤 제도가 되었든 관료선발에 형평성이 작동되어야 한다는 것은 부연의 여지가 없겠다.

 

그러나 과연 현행 고시제도 자체는 형평성을 갖추고 있나? 고시생들 사이에 주문처럼 전해오는 당락의 구결 중에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는 말이 있다. 시험지 딱 받아들고 봤을 때, 제법 공부한 부분에서 문제가 출제되면 합격하는 거고 빼먹은 곳에서 문제가 출제되면 떨어진다는 것. 이게 무슨 고스톱 판이나 섯다판도 아닌데 이쯤 되면 거의 도박판과 유사할 지경. 물론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험생들은 교과서를 종류별로 구비하고 일일이 대조하며 '단권화'까지 하며 시험준비를 한다.

 

그 외에 운칠기삼이라는 천지운행의 묘를 뚫기 위해 벌어지는 천태만상의 행각 중에는 출제위원 정보파악도 한 방법으로 동원된다.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비밀리에 출제위원이 선발되고 모처에 들어가 시험 끝날 때까지 합숙하며 외부출입과 연락도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문제출제의 방식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같이 출제위원의 정보를 파악한 수험생들은 알고 있는 모든 인적망을 가동하여 해당 위원이 평소 뭘 강의했는지, 뭘 중요하다고 짚었는지, 성향이 어떤지를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히 빨대를 얼마나 꼽을 수 있는가라는 능력. 출제위원으로 선발되는 사람들의 경력이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학교" 출신에다가 "그 지역 어름"에서 교편잡고 있는 사람들. 당연히 "그 학교" 출신이거나 "그 지역 어름"의 학교출신인 수험생들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러다보니 또다시 당연히 "그 학교" 출신이거나 "그 지역 어름"의 학교출신들이 대거 고시에 합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고시 합격생을 배출한 학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라. 그게 어디 '형평성' 있는 행위의 결과인지.

 

"대한민국 1%"라는 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고시에 해당한다. 수험생들에게도 계급이 있고, 1%에 들어간 자와 그렇지 못한 99%는 당연히 천지차이 나는 계급으로 나뉘게 된다. 요는 이들에겐 이미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형평성과는 하등 관계 없이 줄과 빽과 운이 이미 숙명처럼 작동한다는 사실.

 

상당히 안타까운 일인데, "3대 고시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곳에서 나온 저 보도자료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설득력 자체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물론 까페에 가입한 1400명 가까운 회원들과 직접 행동을 개시한 일부 수험생들의 '용기'는 가상하다만, 이 일부 수험생들이 투쟁을 선언(!)하고 몸을 던질 때 직접 이해당사자들의 절대다수인 십 수만의 수험생들은 여전히 독서실에 처박혀 법전과 영어 수험서를 외우고 있다. 그리하여 뒷북은 뒷북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가능성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수험생들에게 뭔가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솔직하게 밝히자. 어차피 지금 그들이 분출하는 분노는 바로 그들이 붙잡고 있는 수험서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타의 사회적 구조변환으로 이어질 가능성 자체가 없으므로. 다만, 제도적 변화라는 것을 다시금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만이라도 합의를 이루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 논의라도 불붙게 된다면 뒷북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덧 : 유사한 논지의 글이 이미 미디어스에 올라와 있다. 역시 행인은 뒷북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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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4 14:50 2010/09/14 14:50

뭐하자는 건지...

from 로스쿨 2009/07/01 17:24

골수 로스쿨 반대론자에서 적절한 해명도 없이 하루 아침에 찬성론자로 탈바꿈해서 로스쿨 도입에 혁혁한 공을 세우더니,

 

결국 지방 대학 법대교수에서 서울 한 복판 로스쿨 교수로 변신,

 

그것도 모자라 자기신념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주제에 "법조윤리"에 관한 교과서를 편찬하는가 하면,

 

로스쿨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몇몇 교수들은 로스쿨 도입되자마자 학진에서 돈까지 받아 로스쿨용 교재를 편찬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로스쿨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 고시학원에서 로스쿨학원으로 변신한 신림동 학원가에 대거 등록, 일부 지방대학은 아예 학원비까지 대주는 코메디가 벌어지고 있다.

 

신림동 고시촌이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로스쿨 도입하겠다고 설레발 치던 인간들은 죄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아무 말도 없다.

 

홍준표, 나경원만 욕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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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1 17:24 2009/07/01 17:24
이 글은 행인의 "'돈스쿨'임을 인정하시죠"에 달린 사법감시센터 박근용씨의 덧글과 관련된 포스팅임. 박근용씨의 덧글은 위 글에서 확인 가능.


먼저, 덧글달아 주신 것에 대해서 고맙습니다. 인사는 해야겠죠. 그런데 제가 지난 번 올린 글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반응이 없다고 한 것을 잘 못 이해하셨군요. 그래도 온라인에서 글 돌려먹기한 역사가 무려 15년에 이르는 사람인데 제 글에 덧글이 안 달렸거나 혹은 제 글에 트랙백이 걸리지 않았다고 해서 "마음이 상하"기야 하겠습니까? 제가 나름 온라인 찌질판에선 급수가 딸리는 편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박근용씨와는 어차피 서로 얼굴도 한 번씩 맞닥트렸던 적도 있고, 전화로 통화도 했던 적이 있는데 뭐 개인적으로 덧글 안달리고 트랙백 없었다고 맘 상하거나 삐졌겠어요?

적어도 제가 지난 글에서 반응이 없다고 한 것은, 로스쿨 문제가 이렇게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데, 지난시기 로스쿨법 제정정국 최전선에서 로스쿨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했던 사법감시센터가 기껏 변호사시험법이 잘 됐니 마니 하는 이야기로 로스쿨 자체의 문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해서 자기 입장이나마 밝혀보라고 글 올리고 트랙백 건 거거등요. 하지만 역시나 사법감시센터는 그런 입장 절대 안 밝히고 있죠. 그러더니 이제 제 개인적인 마음상함을 걱정하고 계시네요. 걱정은 감사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 이야기 해봐야 죽은 주니어 불X 맛사지 하는 꼴이라 식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언급을 주니 이야길 안 할 수는 없네요. 박근용씨가 덧글에서 언급한 이야기들, 예를 들어 교육을 통한 양성 운운은 이미 지난 번 트랙백 건 글에 링크 걸었던 과거 제 글에서 다 이야기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사법감시센터의 글에 트랙백을 걸면서 과거 사법감시센터에서 로스쿨에 관해 낸 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성의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박근용씨는 그런 성의 없이 제가 트랙백 건 글만 보셨군요. 바쁘시니까 그랬으리라 이해합니다.

장학금과 관련한 박근용씨의 분석은 그 자체가 전제오류일 뿐만 아니라 교과부에서 조사한 현실 수치와도 너무 차이가 많이 나죠.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단순계산착오 정도로 해명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객관적인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므로 더 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분노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로스쿨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을 마치 반 개혁적인 자들의 일부 혹은 그 연합체의 한 축인 것처럼 상정해버리는 로스쿨 추진자들의 오만함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류의 말도 되지 않는 비난때문에 욕 많이 봤습니다.

박근용씨는 덧글의 말미에 이렇게 언급하셨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대로 정원 대폭 늘어나고 로스쿨 학비 싸지고, 변호사시험 쉬워지고 이렇게 되겠느냐는 반문을 하셨습니다. 물론 쉬웠다면 지금 블로그 주인과 이런 대화가 필요 없었겠죠.
그런데 왜 이럴까요? 전 그게 한편으로는 로스쿨 체제로 가더라도 무조건 숫자 줄여야 한다는 기득권층과, 그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졌지만, 사시체제의 폐해를 인식하지 않고 개혁방향을 설정하지 못한(또는 사시합격자 늘이는 정도의 잘못된 개혁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도하지 않은 '연합'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도 그런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한 축이 되어버린 것이라 생각하구요."

아마도 그동안 제가 로스쿨에 관해 올린 글이나, 제가 민노당 있을 때 민주법연 등과 함께 작업했던 법학교육개혁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이런 비판을 하셨을까요? 저는 박근용씨가 저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더라도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 그렇게 해야만 로스쿨 추진자들의 반대세력을 하나의 축으로 묶을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로스쿨 추진을 위한 이론전개가 깔끔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오직 여러분들이 로스쿨만이 법학교육 정상화의 올바른 방향이라고 이미 사고체계를 굳혀버렸기 때문이죠. 로스쿨 이외의 대안은 대안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상황에서 말입니다.

물론 박근용씨의 말씀이 전적으로 개인적인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사법감시센터에서 중책을 맡고 계신다고 할지라도, 특히 법학교육과 관련하여 사법감시센터에서 만들어진 정책의 상당부분은 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대학 법학 교수님들이 제공했을테니까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박근용씨도 절절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이 변호사 제도의 개혁 방향"임을 누군들 부인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게 꼭 로스쿨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거죠? 로스쿨이 없으면 왜 안 됩니까? 로스쿨이 없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그동안 불가능했다는 이야기는 결국 사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는 교수님들을 포함한 전국의 법대 교수님들께서 그동안 학교에서 법조인양성의 근간이 되는 법학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뭐 다른 걸 가르치고 있었다는 이야깁니까? 그럼 그분들이 왜 법학교수라는 타이틀을 앞에 붙이고 다니셨을까요? 비겁하게.

자기 자신들의 학문적 성취 혹은 후학양성의 공적조차도 스스로 믿지 못하는 법학교수님들이 로스쿨에서 왜 강의하실까요? 양심이 있다면 로스쿨 강의는 다 포기들 하시고 어디 교양학부 강의를 하시던가 강단을 떠나시던가 하는 것이 더 낫겠죠. 그게 학자적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그동안 학부에서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할 수 없었으니 로스쿨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자기들 스스로 로스쿨 교수가 되어 학부에서 했었던 강의만 살짝 변형해서 강의하는 지금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까?

게다가 박근용씨는 국가가 나서서 로스쿨에 지원 팍팍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더 '사회민주주의'나 '사회주의'나 '평등주의' 나 등등 모든 진보적 가치에 부합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전 오히려 그런 생각이 왜 가능한지 묻고 싶네요. 법학교육을 정상화해서 사회적으로 훌륭한 법조인들을 양성하는 것은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데올로기적 이해관계와는 그닥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영업에 불과한 변호사양성과정에 왜 국가가 그토록 재원을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주셔야죠. 아니면 초등학교부터 전문대학원까지 전부 국가가 무상교육 실시하라는 운동을 하시던가. 그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요? 도대체 로스쿨이 뭔데 국가가 지원합니까? 그렇다면 지금 사법연수원에 있는 학생들에게 월급까지 줘가며 공부시키는 것은 공산주의 시스템입니까? 사법감시센터의 로스쿨 계획 중 일부는 사법연수원 폐지가 포함되어 있었던 거 아니었던가요?

또한 님의 발상 속에는 마치 로스쿨이 꽤나 진보적인 제도라는 인식마저도 엿보입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로스쿨이 진보였으면, 그 장구한 세월동안 로스쿨 제도를 운영한 미국의 법조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 되었어야 하겠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어차피 법이라는 분야 자체가 뒷북이라는 것이고 좌파적 입장이던 우파적 입장이던 간에 실무를 담당하는 법조인의 입장은 실정법 우선이라는 전제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법조인은 다 보수라고 싸잡아 이야기하는 것이 솔직할 수도 있는 거죠.

지금까지 언급한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조금은 우스운 결론이 발생합니다. 즉, 자신들의 오류에 대해선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버티는 분들이 정작 자신과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의도하지 않은 연합" 운운하면서 반개혁세력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비난 하는 거죠. 이 사안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정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그림은 치적쌓기에 혈안이 되었던 노무현정권의 로스쿨 추진에 "의도하지 않게" 연합해준 사법감시센터 등 일부 단체들에 그런 비난이 더 적절하다는 겁니다. 물론 그런 비판을 인정하진 않으시겠지만요.

이제 막 개원한 로스쿨이 변호사시험법 때문에 불안감이 많이 발생했는지, 일부 지방 로스쿨에서는 학생들 차원에서 무슨 대책위를 꾸리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예비시험제도 반대를 위한 거죠. 재밌지 않습니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첫 걸음마를 떼려는 순간인데, 정작 입학생들의 관심은 경쟁자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쪽에 쏠려 있다는 것 말이죠. 이게 목하 현재의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그 지방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 서울지역 대학, 그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 클래스에 있는 대학 출신자들이라는 거죠. 로스쿨로 대학교육을 정상화한다구요?

그래서 저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의도하지 않은 연합"의 축으로 몰려 반개혁세력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욕을 먹었던 것을 생각하니까 상당히 기분이 나빠서라도 사법감시센터의 공개적인 자기반성을 꼭 보고 싶어졌어요. 물론 그것이 박근용씨 개인에 대한 요청이 아니라는 것을 부연합니다. 혹시 또 개인적인 마음상함 정도로 이 문제제기의 의미를 격하시킬지도 모른다는 기우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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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4 12:59 2009/03/04 12:59
행인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성명 후속편 쯤 되는 글

뭐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만, 적어도 청와대 블로그처럼 이름만 블로그라고 걸어놓고 쌍방향소통은 개뿔 지 혼자 줄창 떠드는 그런 곳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했던 곳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였다. 그래서트랙백을 걸었었다. 그러나 반응은 묵묵부답. 하긴 관리하는 거 쉬운 거 아니란 거는 잘 안다. 그래서 서운할 거는 없다만, 이거 뭐 혼자 메아리 없는 외침을 쎄려 짖는 것도 아니고 좀 거시기 하긴 하다. 어쨌건 이번 글도 트랙백 건다.

지난 번 글이 꽤나 길어서 마우스 휠 상당히 굴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게다. 그래서 내, 될 수 있는 한 이번 글은 좀 짧게 요점만 간단히 정리하련다.



로스쿨은 '돈스쿨'이 아닐까?

한겨레 21에 기고된 사법감시센터의 글에 보면 로스쿨이 의외로 장학금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있다. 사법감시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5개 로스쿨 장학금 비율은 등록금 전액 대비 39%에 이르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입학생 2000명 중 800명 가량이 무상교육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일부장학금 수혜자를 감안하면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의 수는 더 늘어난단다.

그런데 교과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의 전체 장학금 지급현황은 20%에 머물렀다. 참여연대가 전액장학금 수혜자 비율만을 가지고 내세운 39%와 비교해도 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일부장학금 수혜 예정수치와 비교하면 이 비율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단순계산만으로 볼 때도 무상교육 수혜학생의 수는 사법감시센터가 집계한 800명은 커녕 일부장학 수혜자까지 합친 숫자가 400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보다 정확하게 계산해보면 전액 및 일부 장학 수혜자 전체가 360여명에 불과하게 된다. 이 중 대체 무상교육 대상자는 몇 명이나 된다는 말인가?

일부 학교는 향후 단계적으로 장학생 비율을 높여가겠다고 하지만, 물론 이러한 계획의 이면에는 단계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부 학교의 전언을 100% 믿는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돈이 퍼부어져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로스쿨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타 학과 학생들을 비롯해 대학 구성원들이 져야할 부담분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하도록 한다. 이거까지 논하게 되면 로스쿨 돈스쿨이라는 것이 너무 선명해져서)

이런 상황에서 사법감시센터가 이야기하듯이 "서민과 가난한 천재들을 위한다면 그들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이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상황이 해결될 듯 보이나?


산수는 산수일 뿐

로스쿨은 법률에 의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정원의 6%를 '사회적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면서, 사법감시센터는 구체적으로 그 숫자를 거론한다. 2000명 중 6%니까 전체의 120명, 변호사 시험 합격률 80%라고 할 때 매년 100명의 취약계층 출신 법조인 탄생. 따라서 사법시험보다 훨 낫다 뭐 이런 논리다. 과연 그럴까?

일단 이 특별전형에 응시할 수 있는 취약계층 학생들은 4년제 학부를 졸업했을 것이 요구되나, 이건 논외로 하자. 다들 가는 대학이니 집안형편 어렵고 개인적으로 힘들더라도 다 다녔다고 치자. 우선 변호사시험 합격률 80%라는 이 구체적 수치는 도대체 뭘 근거로 만들어진 건가? 희망사항? 그랬으면 좋겠다는? 또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

다음으로 취약계층 학생들이 매년 120명 로스쿨에 들어온다고 해서 이들이 정상적 과정을 밟아 변호사시험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은? 평균합격률 그대로? 아니면 더 훌륭한 성과를 거둬 평균합격률을 상회하는 합격률을 자랑하게 될까?

일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대충 우리랑 비슷한 상황이니 한 번 대입해보자. 넉넉잡고 평균합격률을 45%라고만 쳐도 여기서 벌써 취약계층 학생들의 예상합격인원은 기껏 54명 나온다. 학습진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장학금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중간탈락하는 학생들까지 예상하면 예상 합격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고. 기타 여러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취약계층 학생들이 로스쿨을 나와 최종적으로 변호사가 될 가장 안정적인 예상인원은 불과 20명 안팎이다.

사법감시센터는 사시에 합격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연간 100명도 절대 안 될 거라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반면 계산을 뽑아보니 로스쿨을 하면 연간 100명은 충분히 사회적 취약계층 내에서 법조인이 탄생할 거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행인이 계산 뽑아본 결과 로스쿨을 다닌 사회적 취약계층 중 기껏해야 20명 안팎. 그렇다면 현재 사시 합격하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연간 20명 안팎이 되지 않을까? 어느쪽 계산이 더 현실적일까?


그래서 뭐 어쩌자고?

물론 행인은 강용석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껏해야 100~200명 정도 선발하는 예비시험제도를 두자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지만 한나라당에서 이야기하는 가난한 사람 운운은 벼룩이 낯짝에 페이스페인팅 하는 짓이다. 일단 강용석 등의 이야기는 그러므로 패스. 문제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를 비롯한 일군의 로스쿨 지지단체들이 현실상황이 완전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절대로 로스쿨 제도 자체에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초에 로스쿨 제도 같은 거 두지 말고 사시합격자 수나 2000명 이상 확 늘리는 것으로 밀고 나가지 못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출발했다. 사법감시센터가 누누히 강조하는 것처럼 로스쿨이 법률가를 양성하는 곳이 되도록 하려면 변호사시험 역시 쉽게 합격할 수 있고 합격자의 수도 더 많아져야 한다. 죽으나 사나 사법감시센터는 앞으로도 쭈~욱 이렇게 주장할 거다. 예비시험제도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를 어기는 것이므로 절대 반대라는 입장 역시 강조할 거고.

그리하여 일본처럼 인가기준 확 떨어뜨리고 정원 대폭 확충해서 학생들 많이 들어오면 로스쿨 학비 싸지고 무상교육 늘어나고, 취약계층이 법조계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게 될 정도로 변호사시험 쉬워지면 문제가 다 해결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되겠느냐는 말이다.

제안을 하나 하자면, 괜시리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처럼 없는 사람 생각해주는 척 하지 말고 걍 로스쿨 = 돈스쿨이라는 거 인정해버리라는 거다. 취약계층이고 뭐고 그런거 우린 몰라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로스쿨 졸업생들이 알아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길 바라기로 하고 변호사 시험이나 쉽게 합격할 수 있도록 하자구요. 대신 전국의 학부 법학과는 싹 없애버리기로 하고. 무슨 얼어죽을 일본식도 아니고 미국식도 아니고 한국식으로 한다고 설레발이 치지 말고 걍 미국식 로스쿨 만들자고.

이건 좀 부담스럽나? 그래도 명색 시민단첸데 로스쿨이 취약계층에게 유리하다는 이야기는 계속 해야겠다는 부담이 그대로 남나? 부담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로스쿨 살릴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그래야 한나라당 얼치기들이 고양이 쥐생각하는 짓거리에 정면으로 맞짱 뜰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전에 일이 이렇게 되도록 만든 원죄에 대해서 먼저 대국민 사과부터 하고.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 개념이 없었던 것이고, 이렇게 되더라도 일단 만들어놓고 보자는 심사였다면 그 많은 법조희망자들을 농락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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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22:50 2009/03/03 22:50

(도대체 컴맹의 한계로 인해 이 간단한 블로그 툴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여 내 글 트랙백이 왜 걸리지 않는가조차 확인할 도리 없이 걍 이 글을 쓴다. 췟~!)

 

이 글은 행인의 로스쿨 선행학습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글이다.

 

정부가 제출한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더불어 홍준표를 비롯한 여당 일각에서 로스쿨을 다니지 않더라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다닌 사람들만 변호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홍준표 등이 제기한 주장의 요지인데, 내 참 꼴같지 않아서... 이런 걸 고양이가 쥐생각해준다고 해야 하는 건지, 무개념이 상팔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어쨌건 로스쿨 개원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이 사단의 와중에 로스쿨을 설치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였던 단체 두 곳에서 연이어 성명이 발표되었다. 한 곳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다른 한 곳은 새사회연대. 역시나 빠지질 않는다.

 

새사회연대의 성명이나 참여연대의 그것이나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좀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새사회연대의 성명인데, 정부안의 문제점 중 하나인 과중한 수험과목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국내법 중심의 시험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공익활동과 외국어시험도 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활동? 그거야 경력사항으로 제출하면 되는 것이지 그거 어떻게 성적으로 환산하겠다는 건가? 뭐 예컨대 새사회연대 대표면 가중점수 100점, 간사는 50점, 일반 회원은 20점, 이렇게? 외국어시험은 왜 그렇게 강조하나? 변호사시험 쳐서 합격할 정도의 수학능력이면 지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외국어 배워서 써먹으면 된다. 그걸 왜 자격시험의 수험과목으로 필수선택해야 할까? 새사회연대 구성원들은 새사회연대 들어가면서 외국어 테스트 하고 들어가던가?

 

새사회연대의 성명서에 대한 논평은 걍 여기서 끝내고,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이하 "센터")의 성명들이다. 참여연대는 2월 16일2월 17일 연이어 변호사시험법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선 그 내용에 대해 판단해 보면.

 

16일 성명은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에 대한 일종의 환영성명이다. 정부안의 문제점에 대해선 이 성명에 나온 것 이상 부연할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곧 현행 로스쿨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센터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센터는 정부안이 통과되었더라면, 로스쿨 재학생들이 강의실을 떠나 '고시학원'을 찾아야 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로스쿨이 "제2의 신림동 고시촌"이 되었을 거라고 하며 정부안의 부결에 안도한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이 논란이 되기 이전에는 어떤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었던가?

 

센터는 현재 신림동은 물론이려니와 노량진을 비롯해 전국의 고시 및 공무원 수험생들이 집중되어 있는 지역에서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LEET 강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건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의 이야기니 주제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센터는 혹시 "우린 로스쿨 입학 다음부터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을 뿐이고, 그 전에 LEET 학원을 다니던 선행학습을 하던 그건 우리 관심사항이 아니고." 뭐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더불어 또 하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로스쿨에 다니고 있고, 변호사시험법이 뭐 그럭저럭 아름답게 만들어져서 시행되면 로스쿨 다니는 학생들이 전부 로스쿨에만 처박혀서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최근 연수원 입학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연수원 선배가 소위 '선행학습'을 유료로 수강해준 일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건 논란이 되는데, 각 대학 로스쿨에서 진행한 선행학습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나는 법을 어기고 사익을 위해 개인이 저지른 짓이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법위반 없이 학교차원에서 벌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본질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 완전히 시장질서에 부합하는 행위 아닌가? 현행법의 위반 여부를 떠나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사실은 이게 더 정답이다. 그런데 로스쿨이 '정상운영'되고 변호사시험법이 '잘' 시행되면, 센터가 우려하는 "제2의 신림동 고시촌"이 정말 사라질까?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걸까?

 

센터의 17일 성명은 더 심각하다. 일각에서 주장된 변호사충원 이원화(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 센터는 큰 우려를 표명한다. 물론 결론은 로스쿨 나온 사람들만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변호사충원 이원화 방안에 대해 센터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미 충분히 예견되었던 바다.(그 예견들은 이하 글에 다 있다. 심심하면 찾아보시기 바란다. 참고로 별로 재미는 없다. 대신 스크롤 압박은 장난 아님. ㅡ.ㅡ+)

 

로스쿨, 어디까지 가려나?

초등생 로스쿨 학원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드러나는 로스쿨의 실상

로스쿨 이야기하던 분들 뭐하시나?

로스쿨 결전의 시간

로스쿨과 삑사리 공화국

로스쿨 관련 두 개의 헌법소원

로스쿨 지지 시민단체의 뒤통수

7월 3일,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로스쿨 정원과 관련된 쟁점 하나

로스쿨 정원논란 제2차전~! 땡~!!

국가후견주의와 로스쿨,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

로스쿨을 둘러싼 동상이몽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제도는 필패!

로스쿨은 전태일을 조영래로 만들어 주나?

입학정원논의가 아닌, 시스템으로 로스쿨을 이야기하라!

로스쿨을 둘러싼 이중잣대

로스쿨, 점입가경

로스쿨로 대학교육 정상화?

로스쿨, 본격적인 대학서열화?

교수들은 자존심도 없나?

왜 목숨을 걸고 로스쿨을 유치하려 할까?

로스쿨 평지풍파

어느 인권단체의 메일

쏠림현상

법학전문대학원 논쟁

 

변호사 충원구조를 이원화한다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근간 자체를 뒤흔드는 결과가 나온다. 변호사시험법안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원적인 충원구조를 변호사시험법에 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쿼터를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쿼터를 둬서 비 로스쿨 졸업자의 변호사 자격획득의 길을 막게 될 경우 이건 당연히 위헌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센터가 주장하듯이 로스쿨 정원 늘리고, 합격률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것이다. 로스쿨 옹호론자라면 당연히 이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센터는 이와 관련해서 로스쿨의 총입학 정원제를 폐지하고, 설치인가기준을 낮추면서 야간 로스쿨 등 다양한 형태의 로스쿨을 도입하자고 한다.

 

또한 "사법시험보다 훨씬 더 가벼운 시험"으로 변호사시험을 치루게 함으로써 로스쿨 졸업자들이 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빼놓지 않고 주장한다.

 

한편, 변호사 충원 이원화를 주장한 홍준표 등의 주장에 대해 센터는 "과연 학력제한 없는 사법시험제도 아래서 취약계층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의문을 표하면서 괜히 이원화같은 짓 하지 말고 로스쿨 잘 지원하면, 어차피 로스쿨 정원 중 5% 이상을 취약계층에서 선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편이 훨씬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재게하고 있다.

 

구구절절이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왜 하필이면 이런 이야기를 반드시 로스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는 걸까? 애초 로스쿨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시험에 의한 법조인 충원"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충원"이었다. 그것은 결국 현재까지 학부 법학과에서 이루어졌던 교육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충원"이라는 대의를 담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견고한 법조카르텔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사법시험법 자체를 변호사시험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 방법으로 로스쿨을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거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충원"이라는 대의를 제대로 담보하지 못했던 주역은 바로 로스쿨 옹호론자들이었던 법대 교수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학자적 자존심과는 관계 없이 그동안 자신들이 담당했던 법학교육이 완전히 헛탕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했던 거다. 그러면서 로스쿨이 되면 학부에서 자신들이 망쳤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충원"이라는 책임을 새롭게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로스쿨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충원"을 담당할 사람들은 학부교육에서 이를 망쳤던 바로 자신들이고. 이런 넌센스가 어디 있나?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학교수"에서 "로스쿨 교수"로 지위격상하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로스쿨 도입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는 세간의 비웃음을 극복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로스쿨 운영방식만 바꾸면 만사 오케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설득력이 전혀 없다.

 

예를 들어보자. 로스쿨 정원제를 폐지하면, 현재 한 학기 최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이 얼마나 낮아질까? 대한민국 대학의 역사상 한 번 오른 등록금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다. 더구나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로스쿨 기초 투자비가 얼마나 빠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정원의 증가가 학비부담의 감경으로 나타날 일은 전혀 없다.

 

더불어 취약계층 5% 이상에 대한 로스쿨의 지원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선발과정에서 특히 이러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것 이외에, 장학제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 왠만한 대학이 취하고 있는 장학제도와 비교할 때 성격이나 규모면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이런 류의 제도적 지원으로 과연 센터가 말하듯이 얼마나 많은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사법시험제도 아래에서는 꿈꿀 수 없었던 법률가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될까?

 

더 웃기는 것은 로스쿨에 대한 정부지원의 독려다. 로스쿨 학생들에 대한 대여금 제도라는 거, 이게 왜 하필 로스쿨 학생들에게만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건가? 사법연수원 학생들에게 월급 주는 것하고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들이 공무원인가? 왜 로스쿨 입학자들에게만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차별적 대우가 필요할까?

 

어차피 로스쿨은 개설되었다. 법조인들의 견고한 밥그릇 지키기와 마찬가지로 로스쿨의 집단적 이해관계 역시 더 이상의 생산적 논의를 무용하게 만든다. 센터가 아무리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해봐야 그 주장은 로스쿨이 전제되어 있는 주장일 뿐, 로스쿨 문제 자체를 다시 논의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 대목에서 센터에게(새사회연대도 마찬가지지만)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의 의도야 어쨌든 간에 이토록 기형적인 제도를 만들어내게 된 자신들의 공과에 대해서 먼저 정리하라는 거다. "올바는 로스쿨" 어쩌구 해봐야 기실 그 운동이라는 것이 참여정부의 실적만들기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만 준 채, 법조기득권을 깨기는 커녕 로스쿨이라는 학제의 새로운 기득권만 만들어준 것에 대해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들의 전략적 전술적 오류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라는 거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불량품이 나오면 리콜을 해주거나 AS를 해주는 게 상도덕이다. 하물며 이처럼 문제가 심각한 제도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이건 우리가 주장한 것이 아니에요, 이렇게 볼멘 소리만 하고 있지 말고 적어도 자신들의 책임이 어디까지였는지는 밝히는 것이 도리다.

 

(뭐 할 말은 많지만 이 외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저 위에 링크 건 글들을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은 이 글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트랙백을 걸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관계도 있고 해서 왠만하면 이 동네 문제에 더 이상 말을 걸기 싫었지만, 이왕 성명 나온 거 보면서 가만 있기도 뭐하고 해서 트랙백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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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0 15:31 2009/02/20 15:31

로스쿨 선행학습

from 로스쿨 2009/01/13 21:30

행인[입 닥치고 있는 로스쿨 지지단체들] 에 관련된 글.

 

 

왠만하면 걍 잊고 살라고 했는데, 꼭 잊을만 하면 기사가 하나씩 눈에 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가 아니라 입학준비시즌을 맞이하여 각 대학 로스쿨이 입학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소위 '선행학습'을 실시하고 있단다. 기사가 떠도 꼭 이런 류의 기사가 뜬다.

 

어차피 입학하면 정규커리큘럼을 통해 배울 내용들을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미리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가르치는 내용이 뭔가를 봐야한다. 기사를 뜯어보면 현재 선행학습을 통해 가르치는 내용은 학부 법학과 1학년생들이 배우는 '법학개론' 수준의 법학상식이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에게는 이미 배우고 남은 내용들이라 선행학습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 선행학습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학생들은 다름 아니라 학부에서 법학 이외에 다른 전공을 수학한 학생들이다. 여기에 비록 학부에서 법학과목을 수강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현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선행학습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상이 될 거다.

 

그렇다면, 왜 이들을 대상으로 사전 선행학습을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3회까지 시험을 치룬 바가 있는 일본 로스쿨의 합격률은 40% 수준에도 턱없이 못미치고 있다. 원래 일본이 로스쿨을 설치할 때는 합격률을 70~80%정도 수준으로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애초 예상보다 절반 수준도 안 되게 합격률이 떨어지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학부 비법학 전공자들의 합격률은 30%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뭘 어떻게 되냐? 당연히 일본판본을 그대로 따라가는 거지. 각 대학들은 이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명목상 정원의 50%가 비법대 출신의 학생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각 로스쿨의 합격률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이들 비법대 출신 학생들의 합격률이 높아지는 것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각 대학은 신기묘묘한 비책을 급조하기에 이르렀고, 바로 지금처럼 아직 입학식도 치루지 않은 입학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이라는 과외를 시키게 되는 거다.

 

이미 이 블로그에서만 수차례 로스쿨의 문제점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더랬다. 대충 로스쿨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글만 정리를 하더라도 트랙백을 건 글을 제외하고 목록이 아래처럼 나온다.(최근 글부터 위에서 아래로)

 

로스쿨, 어디까지 가려나?

초등생 로스쿨 학원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드러나는 로스쿨의 실상

로스쿨 이야기하던 분들 뭐하시나?

로스쿨 결전의 시간

로스쿨과 삑사리 공화국

로스쿨 관련 두 개의 헌법소원

로스쿨 지지 시민단체의 뒤통수

7월 3일, 국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로스쿨 정원과 관련된 쟁점 하나

로스쿨 정원논란 제2차전~! 땡~!!

국가후견주의와 로스쿨, 그리고 이야기하지 않은 것

로스쿨을 둘러싼 동상이몽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로스쿨 등 전문대학원제도는 필패!

로스쿨은 전태일을 조영래로 만들어 주나?

입학정원논의가 아닌, 시스템으로 로스쿨을 이야기하라!

로스쿨을 둘러싼 이중잣대

로스쿨, 점입가경

로스쿨로 대학교육 정상화?

로스쿨, 본격적인 대학서열화?

교수들은 자존심도 없나?

왜 목숨을 걸고 로스쿨을 유치하려 할까?

로스쿨 평지풍파

어느 인권단체의 메일

쏠림현상

법학전문대학원 논쟁

 

결국 각 대학 로스쿨이 선행학습이라도 해야 입학생은 물론 학교 스스로의 불안감을 씻을 수 있게 된 것이 아직 시작조차 하기 전의 한국 로스쿨 상황이다. 당연히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 것임은 예견했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위에 정리된 글들 속에 충분히 정리해 놨다.

 

행인이 로스쿨 계에 있어서만큼은 미네르바에 필적할 예견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저런 글들을 올린 것이 아니다. 이건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현직 교수들과 법조인은 물론 여기에 빌어붙어 올바른 로스쿨 운운하면서 되지도 않는 시민운동씩이나 벌렸던 운동단체들 역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거 예상 못했다면 개념없이 말빨이나 세운 또라이들이 될 것이고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질러보자고 시작했다면 무책임한 인간들이 될 것이다. 어느쪽이던 행인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런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제시는 그닥 뾰족한 것이 없다. 최근 올라온 의견을 보면 두 가지 정도가 보이는데, 그 중 하나는 오늘자 프레시안에 실린 이호균 변호사의글이고 다른 하나는 어제 인터넷 법률신문에 올라온 사설이다.

 

이호균 - "로스쿨이 교육이 '고시원 방식'으로 돌아가서야..."

법률신문 사설 - 로스쿨 문제에 정치논리 배제해야

 

이호균 변호사는 별로 구체적이지  않은 형태로 "법률 서비스 수요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지만, 대학교수들과 법조인들 간의 이전투구양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법률 서비스의 실제 수요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질과 양 모두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미 로스쿨법이 통과되기 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했던 이야기다.

 

하지만 그러한 의견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실적만들기에 급급했던 참여정부는 결국 사학법 개악안과 로스쿨법안을 맞바꾸면서 "참여민주주의"의 의미를 완전히 사장시킨 채 로스쿨법을 통과시켰다. 지금 상황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한들 이호균 변호사의 주장은 씨도 먹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명박이만큼이나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노무현은 물론이고, 이은영의원을 비롯한 탄돌이들의 충성경쟁이 과열되어 있던 그 상황에서는 그저 로스쿨법이 개판 오분 전의 상황에서 통과되는 것을 지켜보아야했을 뿐인 거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로스쿨 시행에 있어 법률수요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다 나은 방향을 찾을 방법이 있느냐 하면, 그거 역시 암담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 이유는 이호균 변호사의 글 안에 이미 다 나와 있다. 현행 로스쿨 제도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호균 변호사가 자기 글에서 줄줄이 다 정리해 놓고 있다. 물론 그 내용들은 이미 행인이 위에 정리해놓은 각 글 안에 다 해놓았던 이야기들이다.

 

상황이 이러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현행 로스쿨 제도의 한계 안에서는 도저히 법률 서비스 수요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가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호균 교수의 의견은 걍 그랬으면 하는 이상의 발현일 뿐 현실적으로는 어떤 대안도 되지 못한다.

 

한편 법률신문의 사설은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딱 한 줄로 정리되는 이 제안은 "로스쿨 운영에 시장원리를 과감히 도입"하자는 것이다. 법률신문 사설이 주장하는 바는 다른 것이 아니다. 정원제한 철폐하고 서울과 지방 간 나눠먹기 식으로 되어 있는 현행 로스쿨 인원배정제도를 폐지하자는 것.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인식은 역시나 행인이 그동안 씨부려놨던 내용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해결 방안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포스팅을 하면서 행인이 주장했던 방안은 다른 게 아니다. 현재 사법고시를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꿔서 일정한 수준에 있는 사람에게는 모두 변호자 자격을 주자는 거다. 그리고 이들이 개별적으로 실무연수를 받도록 하고, 현직 법조계가 실무연수를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 된다. 실무연수를 위한 비용 등은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본질적으로 변호사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행인의 주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행인 역시 시장논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지금 법조계는 완전독점의 형태다. 즉 제한된 정원에 들어간 일부 합격자들이 사법연수원이라는 완전 밀폐된 공간에서 획일적 법무연수를 받고 나오게 됨에 따라 바로 이 과정을 통과한 극소수의 법조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되고 이들이 법률서비스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률서비스 독점현상을 극복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첫 단추가 된다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신조다. 더 엄밀히 말하면 지금 법률서비스에는 일반적 의미의 시장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법률신문의 사설이 주장하는 시장화는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화다. 만일 로스쿨에 대한 현행 법률의 각종 제한을 완전히 풀어서 일본식으로 인가제를 도입할 경우 그토록 우려했던 학교서열화는 하루아침에 현실이 되버린다. 다시 말해 로스쿨 합격률이 좋을 수밖에 없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로스쿨은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특히 지방대학의 경우에는 아예 로스쿨이라는 것이 유명무실해져 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어차피 사법시험제도 하의 현실에서 역시 이러한 현상이 굳어져 있는 판에 그렇게 된다고 해봐야 큰 문제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되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을 고민해야할 일이지 현재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결과가 벌어진다는 것은 묵과하기 어려운 일이다.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기왕 시작한 거 걍 끝까지 두고 보며 캐세라 세라 하는 것. 둘째, 완전히 논의를 거꾸로 돌려 로스쿨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처음부터 다시 구조를 짜는 것. 당연하게도 두 번째 방법은 이제 씨도 먹히지 않는다. 원점으로 되돌리기엔 이미 들어간 돈이 너무 많다. 정부나 학교만 돈을 퍼들인 것이 아니라 지금은 로스쿨에 진학한 개개인들도 역시 비용을 투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논의를 원점으로 돌린다고 하면 아마 천지개벽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첫번째 방법을 고수해야 하는데, 이건 매우 무기력한 일이다. 안 되는 줄 알면서 왜그랬을까~하고 노래나 부르고 앉아 있는 수밖에 없다.

 

부득불 내놓을 수 있는 고륙책이 하나 있긴 하다. 변호사 자격시험을 이원화 하는 거다. 로스쿨 출신들과 비로스쿨 출신들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건데 이거 역시 당분간은(어쩌면 영원히) 받아들여지기 힘들 거다. 기껏 로스쿨 유치하느라고 박터지게 싸워 기득권을 획득한 학교들이 우선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변호사 수가 더 많이 늘어나게 되는 제도적 변형을 법조인들이 용납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래 저래 로스쿨은 앞으로 계륵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 안에 이호균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법률 서비스 수요자의 목소리는 더더욱 들어가지 못할 것이고. 그저 법정에 갈 일이 없도록 몸보신 하면서 사는 것이 장땡이 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 모욕죄에 걸리지 않도록 손꾸락 관리 잘해야겠다고 다짐하는 행인이다.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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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3 21:30 2009/01/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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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기사가 하나 떴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로스쿨법 개정안을 발의했단다. 로스쿨 신입생 선발로 한동안 전국 대학이 들썩이더니 그 뚜껑을 열어본 결과 서울 및 수도권이 전국 싹쓸이. 사법계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로스쿨이 필요하다고 그 난리를 쳤으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강준만의 말만 옳은 것이었음이 증명되었다.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인 거다.

 

또 재밌는 기사가 있다. 이번엔 홍익대가 로스쿨법 위헌소송을 걸었단다. 로스쿨 입학 총정원제를 규정하고 있는 로스쿨법 제7조가 위헌이라는 거다. 인위적으로 로스쿨 입학정원을 제한함으로써 직업의 자유, 대학자율권, 법률의회유보원칙 등을 위반하고 있으므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이미 로스쿨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예측했던 일이다. 미쳤다고 서울대가 막판에 로스쿨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겠나? 애초 서울대는 로스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더랬다. 그건 로스쿨 못받겠다고 깜찍하게 앙탈을 부렸던 고대의 입장과 거의 비슷한 이유였는데, 기껏 로스쿨 정원 150명 받아봐야 사시 합격생 배출 인원보다 현격히 그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게 암만 봐도 손해보는 느낌이었던 거다.

 

그러나 마음 한 번 돌리면 피안이 여기 있는 법. 로스쿨이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손해볼 것이 없다는 간단한 산술계산이 성립한다. 비록 자교 로스쿨에는 150명만 수용하더라도 전국 각 로스쿨에 서울대 학부출신들 죄다 보내놓으면 본전은 뽑고도 남는 장사가 되는 거다. 2000명 정원 로스쿨 입학시험 합격자 중에서 전국 각처 로스쿨을 자교출신자가 반만 먹어도 무려 1000명. 서울대 입장에서는 뽀대나는 장사는 아니더라도 전혀 밑천 떨어지는 장사는 아닌 것이다.

 

비단 서울대만이 아니라 서울의 소위 상위권 대학의 내심은 대충 이런 거였더랬다. 그리고 죄다 비스무리한 수준으로 짱구를 굴려가며 계산기를 두드렸던 거고. 그리고 그 계산이 수퍼컴퓨터가 계산한 것만큼이나 정확한 계산이었다는 것이 이번 로스쿨 입학전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법률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지방로스쿨의 수도권 대학 출신자 합격비율은 전북대 74%(59명),경북대 73%(88명), 영남대 71.4%(50명), 전남대 67.5%(81명), 부산대 62.5%(7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의 경우에는 합격자 39명 전원이 타대학 출신이었으며, 이중 수도권 대학 출신이 71.8%(28명)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전북대와 원광대 두 대학 로스쿨에 합격한 140명 중 도내대학 출신은 불과 11명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분노가 솟구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이건 뭐 자리 펴주고 돈 대주고 살림살이까지 다 장만해 놓았더니 그게 다 다른 집 혼수감 되어버린 상황이다. 합격자 발표 이후 주변 민심이 흉흉해지니까 어떤 지방 대학의 관계자는 "지역 인재 육성과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에는 어긋나지만 우수인재의 지역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앉았다.

 

이런 현상은 단지 입학생의 지역편중현상문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이 나중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어디로 가느냐에 있다. 당연히 밥벌어 먹고 살기 유리한 곳으로 갈 거고, 죄다 서울 내지는 수도권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어차피 낯선 땅도 아니고 지들이 살던 곳이라 편하기도 하거니와, 지역 사법수요라는 것으로 성이 찰만큼 밑천 투자하는 것이 적은 것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로스쿨 운영방식으로는 이렇게 로스쿨은 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이 싹쓸이하고, 각 지방 대학교와 지역 자치단체가 알뜰하게 꾸려놓은 밥상은 다 먹어치운 후에 정작 볼일 다 보면 짐빼서 다시 서울로 학생들 다 돌려보내주는, 지방으로서는 침만 흘리다 마는 일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참여정권때 지들이 난리 버거지 피우면서 로스쿨 만들자고 설레발이를 쳤던 열우당의 일파들이 염치도 없이 지역할당제를 내용으로 하는 로스쿨법 개정안을 내고 있는 거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가 다분하다. 지역할당제라는 것이 결국은 지방 로스쿨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을 텐데, 지방대학 로스쿨은 걍 눈뜨고 당하고만 있겠는가? 동네의 입장이야 어떻건 간에 로스쿨이 있는 대학의 입장에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중요한 거지 로스쿨 입학생의 집이 강남에 있건 마라도에 있건 상관이 없는 거다.

 

결국 이번엔 지방대학교들이 난리를 치게 될 터인데, 그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홍익대학교의 헌법소원이다. 이번에 홍익대가 헌법소원을 해서 그럴 뿐이지, 실상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각 대학교는 죄다 홍익대의 헌법소원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원배분에서 헛물을 켰던 소수인원배정 로스쿨 역시 이 헌법소원을 기화로 정원제철폐요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태세다. 그런데 이거 매우 어렵다.

 

우선 헌재가 이 헌법소원의 취지를 인용할 가능성이 무척 적은데다가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그 후폭풍은 가히 감당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애초 로스쿨 지지자들은 한국형 로스쿨은 일본형 로스쿨의 전철, 즉 애들만 죄 뽑아놓고 나중에 합격률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그런 폐단을 결코 밟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쌩구라를 쳐놨었다. 그런데 정원제 폐지를 하거나 혹은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원을 대폭 늘려준다고 해서 법조계가 변호사 정원을 대폭 증원하는데 찬성을 할리가 없다. 따라서 쌩돈 쳐들여 로스쿨 진학한 학생들만 나중에 식은 땀 흘리며 뿌렸던 돈만 아깝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지역할당을 하게 되면 지역대학 로스쿨들 역시 홍익대와 비슷한 이유로 헌법소원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건 뭐 법률 하나때문에 헌재 연구관들만 바빠지게 생겼다. 뭐하러 이런 꼴같잖은 짓을 몇 년을 두고 반복해야 하나?

 

그런데 진짜 어이가 없는 것은, 사태가 이렇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로스쿨만이 사법개혁의 지름길이라고 입에 게거품물고 달려들었던 시민단체나 교수들, 이 상황에서 입닥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교수들이야 지들 밥그릇이 걸려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올바른 사법개혁" 어쩌구 하던 단체들, 그 단체들 지금 뭐하고 있을라나?

 

예상했던 대로 이 문제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로스쿨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시한 채,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으로 정권의 밀어부치기를 방조(물론 지들은 아니라고 할 터이지만)했던 이들은 결국 문제가 갈 데까지 가고 있는데도 완전 쌩까고 앉아 있다.

 

기왕에 이렇게 되었으면 애프터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자신들이 일조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으면 그걸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결자해지의 자세다. 언제까지 입닥치고 앉아 있는지 지켜보겠다. 아, 물론 어떤 방안을 내놓더라도 로스쿨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서로간의 밥그릇 크기때문에 벌어진 사태는 두쪽 다 밥그릇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할 때만 해결책이 보이게 된다.

 

중간에 거간을 서려면 그렇게 양쪽 다 밥그릇을 내려놓게 하고 거간을 설 일이다. 거간질 잘못하면 지금처럼 나서야 할 때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닥치고 앉아있게 되는 거다. 이런 모습은 건강한 21세기 시민사회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할 시민단체 혹은 인권단체의 자세가 아니다.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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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1 21:31 2008/12/11 21:31

행인님의 [로스쿨로 대학교육 정상화??] 에 관련된 글.

위 포스팅에서 각 대학들이 '프리 로스쿨'을 운영하게 될 수 있고, 그 폐단이 크리라고 예상한 바 있더랬다. 사실 예상이고 나발이고 거창하게 타이틀을 달 필요도 없이 그건 정해진 수순이다. 돈 되는 장산데, 어차피 장삿속으로 '경영'하는 대학이 이걸 걍 놓고 볼 이유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 대학이, 그래도 대학 간판 걸어 놓은 낯짝이 있지, 로스쿨 시작하자마자 저짓하지는 않고, 적어도 한 1~2년 지난 후에 슬금슬금 시작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얼굴에 철판 깐 대학에 대해 그나마 얄팍한 희망을 건 것에 불과했다. 아직 로스쿨이 정식운영되기도 전에, 벌써 '프리 로스쿨'을 시작하겠다는 대학들이 줄을 지어 나타난다.

 

성균관대, 영남대 등 유수의 대학이 소위 '로스쿨 준비 고시반'을 신설한단다. 이건 뭐 염치도 없고 예의도 없다. 선발인원이 '세 자릿수'(성균관대)라는 것으로 봐서 적어도 각 학교가 유치한 로스쿨 정원 이상의 정원으로 예비 고시반을 운영하겠다는 거다. 이들의 변이 참으로 유치찬란하다.

 

"사설 학원업체 등 로스쿨 전문기관에서 강의를 섭외해 특강을 개최하고 논술첨삭지도를 실시할 것 ...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로스쿨 진학 준비를 돕는 것"

 

이쯤 되면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법조전문지식을 습득하여 보다 사회에 밀착한 법률문화를 형성하겠다던 기존 로스쿨 설립의 취지는 아예 공중분해되고 만다. 왜 이들 대학들이 '대학'이라는 간판을 걸어놓는지 모르겠다. 그냥 '로스쿨 전문학원' 또는 '취업, 입시, 고시 학원'이라고 커밍아웃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700명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진행된 서울대 로스쿨 입학설명회에서는 아예 "해외학위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 외국으로 학위따러 가는 사람들이 줄을 잇게 생겼다. 까짓 몇 점 더 받으려고 일부러 외국 학위 따러 돈을 뿌릴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건 모르는 말씀. 당장 몇 점 때문에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리는 상황에서 그 "몇 점"이라는 확실한 밑천을 구할 양이면 그깟 몇 천만원, 몇 억원쯤 태평양 상공에 뿌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렇게 돌아가는 판에 각 학교에서 설치하는 '프리 로스쿨'에 침이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 기왕 돈 들여 가는 로스쿨이라면 좀 더 쉽게,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메는 것은 수험생의 기본 생리다. 이걸 뭔 수로 막겠나?

 

괘씸한 것은 돈에 눈 먼 각 대학들의 발빠른 행보다. 이미 각 대학은 정원배분이 적어 비용이 상승했다는 이유를 들어 등록금을 최대 연간 2000만원까지 확정하고 있다.

서울 소재 로스쿨 등록금 예정액
대학 등록금 (1년)
성균관대 2100만 원
고려대 2010만 원
연세대 1950만 원
서강대 한양대 1900만 원
경희대 1860만 원
이화여대 중앙대 1800만 원
한국외국어대 1760만 원
건국대 1693만 원
서울대 1380만 원
서울시립대 950만 원
자료 : 각 대학

 

옆의 표를 보자.(동아일보 기사에서 다운) 국립대학이라는 서울대가 로스쿨 연평균 등록금을 1380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반값 로스쿨"을 이야기했던 시립대조차도 연간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한다.

 

이것도 모자라서 각 대학이 '프리 로스쿨'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운영되는 '프리 로스쿨'은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까?

 

아마도 이 '프리 로스쿨'은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첫째는 기존 대학이 운영하던 고시반과 유사한 형태의 운영. 이렇게 되면 고시반 형태의 '프리 로스쿨' 학생은 거의 장학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학교에서 돈과 인력을 지원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숙사 등 편의시설까지 제공하는 형태. 이게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각 대학이 운영하던 고시반의 일반적 형태다.

 

그런데, 이렇게 관리하기 위하여 들어가는 비용은 누가 대나? 로스쿨 운영경비에서 나오나? 국가나 지자체가 제공하나? 지금까지 각 대학이 운영하는 고시반의 경우 거의 대부분은 다른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운영경비가 조달되었다. 즉, 로스쿨과는 하등 관련 없는 다른 재학생들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는 고시반, 즉 '프리 로스쿨'을 위해 추가비용을 더 대야 한다는 거다. 맨날 '수익자 부담원칙'을 들먹이던 대학이 왜 여기에 대해선 전혀 관계없는 학생들의 주머니를 터나? '수익자' 아닌 학생들에게 '부담'을 요구하는가?

 

둘째 방식은 학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다. 강의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하는 거다.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는 이 방식을 사용하는데 부담이 있다. 우선 "대학이 학원이냐?"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실상은 이미 그렇지만), 다음으로는 정예관리가 어려워진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뻔히 돈이 들어오는 일을 그냥 놓쳐버릴 수는 없는 법. 해서 학교가 하는 방식은 '고시반'형태로 운영을 하되 대중강의를 유치하는 거다. 비록 '고시반'에 들어가지는 못했더라도 로스쿨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학생들이나 더 나가서는 타교 학생들을 강의로 유혹하고 대신 돈을 받는 거다. 물론 학원 수강료보다는 저렴한 가격일 것이다.

 

어쨌든 각 학교는 현재의 '고시반'과 유사한 '프리 로스쿨' 또는 '로스쿨 준비반'을 운영할 거다. 서울대 등 몇 학교를 제외하곤 아마도 예외 없이 이런 형태의 진학반(?)을 운영할 것인데, 이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할지라도 별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고시반을 장학제도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경우 학교에 대해 행정적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각 학교의 학생들이 이처럼 부당한 제도에 대해 항의하고 고시반 철폐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고시반'을 운영하던 각 학교에서 재학생들이 "고시반 철폐하라~!"며 집회 한 번 한 일이 없다는 역사적 고증(?)에 따르면 이런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이런 현상은 일정부분 "무임승차"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기인한다. 즉, "우리 학교"에서 사법고시 합격생, 혹은 로스쿨 합격생이 많이 나오고, 이를 통해 "우리 학교"의 지명도가 올라가면, 나도 취업하는데 도움되고 뭐 이러저러한 떡고물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심리. 실제로 학교 이름 올라가면 괜히 어깨가 들썩거리고 사회생활하는데 도움도 받고 그랬던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대심리를 충족하는데 일정부분 자신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썩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허술한가? 거저 떨어지는 자기 몫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이라는 가장 자율적인 공간에서조차 부당한 자신의 부담에 대해 항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학교의 명성 덕분에 사회에서 돈방석에 올라앉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까? 하긴 뭐 지금까지 로스쿨의 문제점이 그렇게 논의되고, 각 학교가 생돈을 들여 로스쿨 유치한다고 몇 백억씩 쏟아 붓고, 그 덕분에 여기 소요된 경비까지 포함해서 올 등록금 인상분이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로스쿨 때려부시자고 난리치는 학생들은 거의 보질 못했다.(조선대 학생들은 로스쿨에 사용된 경비를 등록금 인상요인에서 제외하라는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내가 알기로는 등투에서 로스쿨 문제가 제기된 유일한 사례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촉수괴물, 로스쿨. 그동안 예상했던 폐단들을 앞으로 어떻게 실체적으로 보여줄지 모르겠다. 이 상황에서 로스쿨과는 관계 없이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루돌프 폰 예링의 경구를 들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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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 21:04 2008/04/21 21:04

초등생 로스쿨 학원

from 로스쿨 2008/03/23 00:04

행인님의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에 관련된 글.

거의 광적이라고 할만큼 그 맹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교육 풍토에서 로스쿨은 학원가에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것이라는 예언 아닌 예언은 이미 현실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이 생기면 신림동 고시촌이 사멸할 거라는 로스쿨 찬성론자들의 호언장담은 개뻥이었음이 벌써 드러나고 있다.

 

이젠 초등학생들까지 로스쿨 학원을 쫓아다닌다고 한다. 소위 '주니어 로스쿨'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있고, 학원가에서는 너도 나도 이런 류의 학원을 설립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단다.

 

'주니어 로스쿨'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은 "논리적 추론, 분석적 추론, 독해력"등을 높이기 위한 강의를 듣는단다. 경사났네, 경사났어. 약 15년 후에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논리력, 분석력, 독해력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가지게 될 듯 싶다. 사실 지금도 이론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되었어야 한다. 한국의 중고등학생만큼 논술과외 많이 받는 학생들이 세계 천지에 어디 있을까?

 

며칠 된 뉴스긴 한데, 어느 블로거가 퍼다 놓은 기사를 보니 로스쿨 덕분에 '인문학'이  살아나고 있단다. 이게 진정 그런 효과가 있다면 높이 살만 하겠으나 내용을 들여다본 즉슨 코웃음만 핑 나는 수준이다. 예컨대 대학가에서 수강률이 높아진 '인문학'의 분류를 보니, "논리학, 논술의 이론과  실제, 토론과 논술, 논술지도론, 논리와 철학"이란다.

 

물론 논리학은 철학의 주요한 분야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자체가 철학의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현재 대학가에서 이루어지는 논리학류의 강의 수준은 그렇다. 이거 수강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는 것은 '인문학'의 꽃인 철학이 다시 부활하는 것이 아니다. 로스쿨 입시용 논술분야가 새로 확장되는 것 뿐.

 

"학원의 '역발상 마케팅'을 즐기고 'VIP마케팅'을 향유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수많은 부모들은 오늘 이 순간 '주니어 로스쿨'을 다니는 다른 집 애들을 보면서 또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한편 어느 초등학생 꼬맹이는 부잣집 '엄친아'의 '주니어 로스쿨' 수강기를 보면서 못사는 집에 태어난 제 신세를 한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대학 논리학 강의를 수강함으로써 로스쿨 준비에 만반을 기할 수 있다고 믿는 안드로메다형 대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로스쿨 준비의 과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강의를 들을 뿐. 그러나 그렇게 몰려드는 학생들을 보며 일부의 인사들은 '인문학'의 부활을 이야기하며 희망에 부푼다. 손가락만 한 번 톡 튕겨도 뻥 터져버릴 몽상임에도 그들은 실낱같은 기대를 품으며 제 밥그릇의 확대를 계산한다.

 

현행 로스쿨 시스템은 앞으로 이런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 내지 강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사실상 보이지 않는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그럴 걸 뻔히 알면서 이따위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닭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 닭들에 의해 지배되는 한국 인민들, 무척 불쌍할 따름이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도 논란은 분분하다. 예를 들어 진보신당의 경우 로스쿨 준칙주의와 변호사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걸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나 이것 역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광란의 로스쿨 열풍을 잠재우기에는 턱도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변호사 양성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거다. 그렇지 않고 무대뽀로 밀어부치는 현재의 로스쿨 사업은 2mB의 대운하급 피해를 남길 거다. 이게 너무 힘들다면, 제도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괜시리 "한국식 로스쿨" 운운하지 말고 전국의 학부 법학과를 일제히 폐지하고 로스쿨 준칙주의 도입하는 거다. 해서 로스쿨 졸업하는 학생들이 일정한 수준만 만족한다면 죄다 변호사 자격 주고.

 

초딩때부터 '주니어 로스쿨' 다니면서 중고등학교 내내 LEET를 준비하다가 대학교 가서 본격적으로 로스쿨 수험준비에 몰두한 후 결국 로스쿨 들어가서 연간 2000~300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변호사가 된다면, 얘네들 밑으로 들어간 본전은 누가 뽑아줄 것인가? 나중에 얘들이 수임료 허벌나게 비싸게 받는다고 해서 이들을 욕할 건가? 누가? 무슨 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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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3 00:04 2008/03/23 00:04

로스쿨 예비인가대학

from 로스쿨 2008/01/30 11:37

행인님의 [로스쿨 이야기하던 분들 뭐하시나?] 에 관련된 글.

작년 연말부터 전국이 생 난리를 치더니 결국 로스쿨 예비인가대학의 윤곽이 나왔다. 수도권 57 대 지방 43의 비율로 정원을 나눴고, 전국 25개 대학이 예비인가를 받게 되었다. 물론 확정은 아니고 일단 청와대가 지역배분에 대한 조정을 할 예정이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9월경 확정된다. 예비인가를 받게되는 학교의 명단은 이렇다.

 


맨 오른쪽의 정원. 저 정원의 배정 순서가 뭣처럼 보이나? 걍 의미없는 숫자? 누가 보더라도 이건 각 대학의 순위배정표다. 맨 위에서부터 1등, 2등, 3등... 이로서 새로운 형태의 대학서열화가 형성된다. 저 숫자는 앞으로 각 대학 로스쿨의 변호사 배출숫자와 거의 비례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합격률이야 달라질 수 있다.

 

청와대가 지방대학의 로스쿨 정원조정을 검토한다는 것도 조금 어색한 일이다. 지금까지 각 대학에 실사단을 보내고, 그에 맞춰 각 대학은 번쩍거리는 새 건물 앞에 실사단 환영 현수막을 걸고, 몇 달을 준비한 서류 무더기를 보내주고, 그렇게 해서 예비인가대학들을 공정하게 선별했다는데, 이제 와서 정원조정을 한다는 건 그 실사의 결과와는 관계 없이 순전히 정치적 차원의 안배를 해보겠다는 거다. 그럴 걸 왜 실사는 하고 난리를 폈나? 걍 청와대에서 전국지도 한 장 펴놓고 인구비례로 하던 토지비례로 하던 줄 그어 주면 되지.

 

새사회연대 성명을 보니 가관이다. 정원 늘리고 학교 수 늘리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뭐, 대학간의 극심한 편차는 용납할 수가 없다고? 아닌 말로 용납 안 하면 어쩔 건데? 새사회 연대는 이렇게 될지 몰랐나? 어떤 방식으로든 로스쿨이 도입되고 각 학교에 정원이 배분되면 편차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오히려 편차가 생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학교마다 교육여건이 다르고 교육능력이 다르다. 생 난리를 치면서 실사까지 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바로 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서고 그 차이를 근거로 정원배정을 하기 위해서다. 새사회연대는 이렇게 일이 진행된다는 것을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올바른 로스쿨 운운하는 운동을 했었나?

 

각 학교의 반응은 일단 둘로 나뉜다. 가인가를 받은 학교와 받지 않은 학교의 반응. 그거야말로 천지차이다. 수십, 수백억을 들여 온갖 준비를 다 했는데 가인가조차 받지 못한 학교의 경우는 낙심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거다.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까운 것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로스쿨만 바라보고 쳐 들인 돈을 어떻게 보전해야할 것인지. 아마 한편으로는 정부발표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돈 되는 강좌 개설해서 기왕에 지은 건물 이용하고 애써 불러들였던 교수들 알아서 기어 나가게 만들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

 

한편 가인가를 받은 학교도 분위기는 천양지찰 거다. 최소 100명 이상을 목표로 으리으리한 건물 짓고 난리를 쳤던 몇 학교들, 도대체 이 건물에 불과 40명 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을 집어넣고 운영하자니 본전은 커녕 밑빠진 독이 될 판이고, 그렇다고 그 건물에 다른 강의를 함께 수용하자니 나중에 재인가받을 때 마이너스라도 되지 않겠나 전전긍긍이다. 교수도 남아 돌고...

 

이거 비용보전 하기 위해선 입학생들에게 더 많은 등록금을 걷던지, 아님 학교 전체 등록금 비율을 높이던지, 재단에서 허구한 날 밑빠진 독에 물을 붇던지 뭐 어떻게 하겠다만, 결과적으로 로스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것임은 불문가지다.

 

자, 로스쿨이 점점 구체적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게 최종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도적인 개선을 하면서 정상화되도록 노력은 해야겠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추산이 불가능하다. 도대체 이 말도 되지 않는 짓들을 한 자들의 지금 심경은 어떨까? 아직도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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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30 11:37 2008/01/30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