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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우연히 웹진 weiv의 게시판을 기웃거리다 불싸조라는 밴드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도 물론 이름은 몇몇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언급되었던 밴드였으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불싸조라는 밴드명과는 약간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악이 참 마음에 들어서 조만간 나온다는 2집에 꽤나 기대했습니다.
결국 며칠 전에 신촌에 들릴 일이 생겨 향뮤직에 갔었는데, 불싸조 2집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직원 분에게 물어보니 어떤 앨범을 꺼내주었는데, 불싸조라는 밴드명은 커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 습관처럼 그 날 샀던 음반들의 비닐을 찌익찌익 벗기고 커버를 보는데, 불싸조의 음반에는 아무런 음반 소개가 없었습니다. 4p 짜리 거친 질감의 커버 안쪽에는 한두번 봐서는 내용이 감이 잘 안잡히는, 약간 하드하고 불친절한 만화만이 그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수록곡의 곡명은 물론 가사는 앨범 어디에도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 음반은 듣기도 전에 이미 불친절합니다. 후에 naver 등에서 검색한 홍보 문구도 '지옥에서 왔다'는 둥 '이성을 시어머니 댁에 둔 것처럼 정신없다'라는 둥, 키치적이고 거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하지만 음반은 생각만큼 아주 실험적이거나 거칠지는 않습니다. 물론 기타 톤은 마샬 앰프의 게인을 그냥 바로 녹음한 듯이 날것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고, 종종 샘플을 사용하며, 드럼은 (특히 빠른 곡에서는) 정신없이 후드리긴 하지만 그 구성은 오히려 클리셰한 기타팝의 정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편입니다.
첫 세곡, 'ㅁㅁㅁ To Fuck' 연작은 충만한 에너지를 전달해줍니다. 포문을 여는 트랙들로 부족함이 없으며, 불싸조 2집을 규정해주는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트랙들이 모두 뛰어나진 않습니다. 몇몇 트랙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거나(이 지루함이 근원은 구체적으로 욜라 탱고등을 너무 많이 우려먹었다는 느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또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몇몇 트랙은 질 좋은 도로를 깜깜한 밤안개 속에서 달리는 느낌을 준달까, 종종 쓰이는 환호 소리 샘플과 함께 충분한 에너지를 줍니다.
모든 곡은 거친 느낌의 드럼, 그 것보다 더 거칠지만 카랑카랑해서 기분좋은 기타, 평범한 베이스와 약간 작게 믹싱된 보컬이 주를 이룹니다. 이는 잘못하면 모든 곡이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지로도 사운드에서 곡들은 그다지 인상적인 차이를 내지도 못하고, 전개들도 기타팝의 공식을 따르기 떄문에 많은 차이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불싸조라는 밴드는 사실 개성을 가지거나, 곡 스타일이 다양해야 된다느니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샘플링이 많다는 사실이 그를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앨범을 처음부터 쭈욱- 한번 플레이시키며 집중해들으면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지 않을까 합니다. 혹자는 지루하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은 흠뻑 빠질 수도 있겠고, 또 어떤 사람은 당장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팔아치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싸조라는 밴드는 유추해보건데 그런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제 CD 플레이어에서 불싸조는 당분간 계속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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