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펌] 21세기 민주화 투쟁, 공무원 노동자 파업

민주노동당 마포을 지구당 자유게시판 (http://mapo2.kdlp.org/BBS/zboard.php?id=free&page_num=20 ) 에서 새질서 님의 글을 퍼옵니다.

 

비정규직 관련법안 개악 저지와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하반기 핵심투쟁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관심권에서 벗어난 채 외롭게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투쟁이 있다. 바로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합법성 보장을 위한 싸움이 그것이다. “엥? 공무원이 노동조합이라고? 그 사람들이 노동자야?”

근로기준법 제14조를 보면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보자면 공무원들은 공공기관이라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근로자, 즉 노동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남한 땅에서 그들은 오랜 동안 노동자‘성(性)’을 거세당한 채 살아왔다.

사실 해방 후 제정된 제헌헌법에는 공무원의 노동3권이 보장되었다 한다. 또한 헌법 제33조에 따르면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게끔” 되어 있어 법상으로는 그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나 1961년 다까끼 마사오의 군사 쿠데타는 이러한 공무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짓밟은 역사의 비극을 낳았다.

이후 오랜 기간 공무원 노동자들은 자신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왔고 어느새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도 하고 부패한 정권의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안존하는 삶을 누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대다수 민중들은 공무원이라는 이름에 부정적인 느낌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질곡의 역사는 공무원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1999년 아직 ‘노동자’라는 정식명찰을 부여받지는 못했지만 그들은 ‘직장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권익을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의 과정은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와의 밀고 밀리는 투쟁의 역사였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루어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여론의 무관심 혹은 비난 속에서 이루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 집권한 참여정부는 관련법 제정을 통해 공무원노동조합의 합법화를 시도하는 시점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공무원 노동자들은 참여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현재 참여정부의 법안은 공무원노동조합의 합법화라는 떡고물 뒤에 날카로운 비수를 감춰놓고 있다. 그들은 헌법에 엄연히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을 사회혼란 가능성과 시기상조라는 궤변을 통해 노동2권 혹은 노동1.5권으로 제약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들의 법안은 단결권은 보장하되 많은 핵심 분야, 혹은 그들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분야의 단결권은 보장하고 있지 않으며 단체행동권은 아예 금지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3권은 원래 따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세 가지 권리는 그 자체로 자기완결성을 가지며 그것이 따로 분리되어서는 나머지 권리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행동권이 없는 노동자와 누가 교섭을 하려 할 것인가? 그렇기에 정부의 법안은 분명히 ‘위헌’이다. “헌법재판소 한번 가볼까?”

그러함에도 정부는 지금 공무원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으며 독단으로 11월 말 법안을 통과시킬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렇기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11월 총파업에 동참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고 있다. 해방 이후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공무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려는 순간인 것이다. 한 공무원노조 동지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정부의 기만적인 법안 통과를 위한 공무원노조의 체제내화 시도를 분쇄함으로써 노동의 시민권을 되찾고자 하는 “시민권 운동”이자 “민주화 투쟁”이다.

현재는 고통스러운 투쟁의 가시밭길이긴 하지만 공무원노동조합의 앞날은 밝다. 그들이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우뚝 서는 날 전국 14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산별노조가 생기는 것이기에 그 위력은 가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권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에, 그들의 투쟁 하나 하나는 불가피하게 국가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한 것이기에,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메가톤급 노동조합이 남한의 변혁운동의 핵으로 서기 위해서는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한다. 과거 독재정권에 부역이나 부정부패를 저지른 일부 공무원들의 스스로의 자정노력의 뼈를 깎는 노력이 현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 한다. 또한 최대 규모 산별노조라는 조직에서 생겨날지도 모를 관료화의 위험도 있다. 이는 공무원 노동자의 건강성에 기대를 걸고 지켜볼 일이다.

어찌 되었든 사실 지금 그러한 부작용을 우려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엄혹하다. 이 정부의 사이비 개혁 정신은 공무원노조‘특별’법이라는 또 하나의 사이비 개혁 법안으로 형체화 되었고 그 괴물이 지금 국회 복도를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들이 건너는 그 다리 너머에 지금보다 나은 내일이 있길 빌어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