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그로로 지어보았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활동가끼리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라는 책으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갈아타기 위해 내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이 책 어떠세요?"

"재밌어요. 이 책 읽어보셨나요?"

"아뇨, 제가 최근에 이스라엘에 다녀왔거든요."

"네에 이 책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역사에 대한 책이에요."

"이스라엘 다녀오니까 한국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더라고요. 다 너무 팔레스타인에 편향되었더라고요. 그 책도 그런 책이었던 것 같아서요"

"아, 혹시 이 책 쓴 사람이 유대인 학자인 건 아세요?"

"유대인이라고요? 아닐텐데.."

"일란 파페라고 유명한 유대인 역사학자에요."

"다른 책이랑 착각했나.. 그럼 재밌게 읽으세요" (가버림)

읽어보지도 않았대매 뭔 이 책이 편향된 책이래 ㅋㅋㅋㅋ 아무튼 대단하다. 나는 한 번이라도 빻은 책 읽고 있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선교(!)할 마음을 먹어본 적 있던가?! 없다.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아마 책 제목에 '팔레스타인'만 보고 말을 걸었을텐데, 내가 뭔가 논지를 전개한다고 빻음이 분쇄될 것도 아니고, 빨리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유대인이 비판하는 이스라엘'이라는 점이 (나 자신이 한 일이지만) 흥미롭다. 마치 유대인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믿을 수 있다는 듯이.

서구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이야기는 잘 믿지 않는다고, 서안지구에서 만난 활동가 분이 말씀하셨었다. 유명한 활동가라 뉴스를 통해 나는 그를 알고 있었고, 작년 이스라엘 쪽 활동가들이 주최한 평화 컨퍼런스에서 잠깐 인사한 뒤 집에 찾아가서 다시 만났다. 그 컨퍼런스에서 나는 내내 위화감을 느꼈는데, 이스라엘에서 반-군사점령 운동하는 활동가들을 존경하고 지지하지만,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에서 그들이 주역이 된다는 게 계속 불편했다.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열린 그 회의는, 호스트가 이스라엘 활동가들이었고, 게스트가 나를 비롯한 전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활동가들과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었던 것이다. 

이스라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활동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전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을 지지한다. 그들의 활동은 열심히 팔로업하지 않아도 뉴스를 통해서 계속 접하고 있다. 다만 그 회의에 초청된 많은 활동가들이 전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경험이 없었고, 이 회의를 통해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처음 접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이라는 문제 틀이, 반식민투쟁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아니라, 이스라엘 활동가들이라는 게, 불편했다. 이스라엘 활동가들은 자국이 타국을 군사점령하고 있는 문제를 국내 정치의 문제로 다룬다. 민주주의의 문제로도 다룬다. 이런 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의 문제 의식은 팔레스타인의 활동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민중들이 겪는 식민 문제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좀더 큰 소리로 집중 받아야 할 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다.

최소한 내가 만나본 이스라엘 활동가들은 매우 겸손하고, 주도권을 잡으려들기는커녕 자신들을 이 투쟁에서 보조적인 위치로 상정하고 있었다. 그냥 한국 활동가들이랑 비슷하게 훌륭했다. 그래서 따로 불편하다거나 뭐 그런 얘길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회의 후에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만났더니, 그도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그 역시 이스라엘 활동가들과 긴밀히 협업하며 그들을 존중하고 있었다. 다만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측 서사에 신빙성을 가지려면 반드시 이들을 지지하는 유대인이 필요하다고, 그 같은 상황을 오랫동안 겪어왔고 이번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개탄했다.

내 말은 아무 힘이 없고, 누군가가 내 말을 보증해 줄 때만 진실일 수 있다고 고려된다.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인의 일종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성년자도, 금치산자도 아닌데. 어떤 법적 후견도 필요치 않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 그렇다는 것. 그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배정 받은 사람이 원치 않아도 그 후견인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것.

아무 생각없이 그 공식을 동원한, 그 때가 떠오르는 아침이었다. 이런 글은 일필휘지로 쓰기보다 더 묵혀서 잘 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침 일 때문에 걍 써버렸...

이런 생각들을 한다고 해서 이스라엘 군사점령의 문제를 알릴 때 '유대인이 비판하는 이스라엘'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내부자의 비판은 강력하고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보여주며 때로 핵심을 찌른다. 여담이지만 이스라엘인 아닌 유대인이 훨씬 더 많기도 하구. 유대인≠이스라엘인이고 유대교 신자≠유대인, 성서 속 이스라엘인 ≠ 현대 이스라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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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2:32 2018/12/1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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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요리 (feat. 아구찜 레시피

category 의식주 2018/12/11 12:52

시아버지는 음력 생일 따지고, 신랑은 양력 생일 따지는데 이번에 아버님과 ㅁ이 생신/생일이 같았다. (※ 이렇게 높임말 쓸 대상과 아닌 대상을 묶어서 얘기할 때 단어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매년 두 명절 중 한 번, 시부모님 두 분 생일, 이렇게 일년에 총 세 번 시댁에 가고 있다. 처음 결혼하고는 더 자주 갔었는데 ㅁ이 새끼가 어휴... 자주 가기 싫다고 난리부르스를 떨어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시댁에 가는 게 좋은데 이유는 어머니께서 요리 솜씨가 너무 좋으셔서다. ㅋㅋㅋㅋ 어머니 요리 진짜 대맛있음. 진짜 나는 그동안 내 인생이 아까울 정도로 결혼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큰 가리비, 전복을 먹어봤다. 추어탕도 왜 이렇게 맛있어... 아구찜은 태어나서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었음 ㅇㅇ

그런데 신랑은 참나 이해가 안 가는데 어머니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한국음식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함-_- 진짜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래놓고 막상 어머니가 뭐라도 만들어 주시면 엄청 잘 먹는데=ㅁ= 진짜 엄마가 요리 이렇게 잘 하는데 어떻게 그리워하지도 않고 어쩜 그래? 개신기함 암튼 그래서 두 사람의 버스데이 잔치를 위해서도 ㅁ이는 딱히 먹고 싶어하는 게 없었고 나는가기 전에 혹시라도 아구찜 되겠느냐고 여쭤봤닼ㅋㅋㅋ 내 생일도 아닌뎈ㅋㅋㅋ 그러고보니 예전에는 내 생파도 해 주고 싶다고 오라고 하셔서 내 생파하러 간 적도 있닼ㅋㅋㅋㅋㅋ 근데 ㅁ이가 먼 길 가는 거 넘 싫어해서 중단...-_-

올 들어서는 아구찜 처음 해 주신 듯.. 아구 싱싱한 거 없으면 안 해 주심;; 이탈리아 가서도 느낀 거지만 맛있는 요리는 별 거 없다 싱싱한 재료맛 이상의 것은 없다. 그리고 난 고기보다 해산물 좋아하는데 우리 시댁은 진짜 집이 잘 사는 건 아니지만< 음식 만큼은 최고급으로 최고 신선한 거 드심 그래서 주로 외식 안 하고 만들어 드심;; 어머니가 전업주부시기도 하지만 요리 진짜 잘 하시고 아유 그만 말해

암튼 다행히 아구가 크고 싱싱한 게 있어서 만들어주셨당. 그거 찍어서 유튜브에 올린다니까 엄청 싫어하셨는데 결국 협조해 주심 그래도 내내 투덜거리심 귀여웤ㅋㅋ

사실은 우리 언니한테 어머니 아구찜 진짜~~~ 맛있다고 몇 번 말해서 언니가 레시피 알아오라고 했었고, 항상 어머니 옆에서 요리하시는 거 구경/보조는 하는데 제대로 레시피 생각해 본 적은 없어서 '언니가 레시피 알고 싶대요'라고 해서 촬영 승낙받았음;; 자막 연습용으로 만든 거기도 한데 자막 넣는 거 취향엔 맞다 근데 노가다인 부분..

다음에 옛날 사진도 쫙 올려봐야지 지금은 올 초에 전복이랑 회덮밥 해 주신 것밖에 못 찾겠넴 음식 사진 넘 못 찍어서 큰일임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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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은 회보다 버터에 구워먹는 게... 최고야... 나 죽어 ㅇ<-< 대맛있음 해삼(홍삼)은 시부모님 드신 것.. 울 아빰도 좋아하신다는 그것.. 난 안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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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도 해 주셨다. 포항식 찐물회는('찐'은 진짜라는 뜻의 신조어<) '물'이 안 들어간다!!! 컬쳐 쇼크였음 진짜. 고추장 비벼먹는데 왜 물회야...? 그리고 포항에서는 문어 숙회를 일년에 한 번은 꼭 드시고 우리 아빠한테도 보내주심 어마어마하게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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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빰ㅋㅋㅋㅋㅋ 폰 떨어져서 잡느라고 표정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어 개큼 다리 한 짝 남은 거 올해 가기 전에 빨리 먹어치워야지 이런 문어도 결혼하고 처음 먹어봤다고!!! 아빠는 드셔보셨다는데!!!! 난 문어가 이렇게 큰 지도 몰랐어 아니 그니까 식용 문어가 말이다 ㅠㅠㅠㅠㅠㅠ

근데 나는 한국식의 쫄깃한 문어 식감보다 이탈리아식 부드러운 게 더 좋다. 마카오에서 먹은 포르투갈식도 부드럽던데.. 이건 조사 좀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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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12:52 2018/12/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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