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여러 번 썼던 건데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을 공간에 내 얘기를 적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 여러 군데를 생각하다 이제 가까운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을 때 방문하는 공간이 블로그가 아니게 된지 오래됐음을 새삼 떠올렸다. 블로그에서 알게 된 친구들도 다른 공간을 통해 소통한다. 그래서 지금 내 블로그는 내게 가장 필요한 공간이 되었다.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가까운 누구도 오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 그 자유로운 공간에서조차 관음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 솔직히 이해가 안 가기도 하지만.

이렇게 적고나니 뭘 참을 수 없이 적고 싶었는지 까먹었다. 어이가 없네..ㅎ 이른 저녁에 반주를 하고, 조금 취한 상태로 혼자 술 한 잔 더 마시면서, 아니 술 한 잔이라는 게 그거임 우유에 타먹는 베일리스 ㅇㅅㅇ 베일리스나 외국 맥주나 한국 양조장 맥주 아니면 혼자 술 안 마심 암튼 그 술을 마시면서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더 취해서 나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새벽 두 시 감성으로 이불킥할 짓거리를 하거나, 아무한테나 전화해서 개수작 떨거나. 뭐.. 만취했을 때의 나는 예상 반경 외의 행동을 하곤 해서 너무 이상하다. 그게 솔직한 나일 때도 있고, 전혀 생각도 못한 나일 때도 있고.

한때 내가 쓰는 모든 글은 한 명의 수신자를 전제하고 있었다. 너만 보면 된다고, 너만 읽으라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너만 읽으면 된다고. 그 한 명의 수신자를 잃자 더이상 글이 재미없어졌다는 평을 들은지도 십년이 되었다. 요즘은 글 쓰는 것보다 비디오 편집하는 게 재밌다. 처음 어색하게 편집을 해보자마자 편집이 적성에 맞는단 걸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수신자는 누구인가? 그걸 모르겠다.

어제 어떤 소설에 대해 간단평을 남긴 트윗에 마음이 찍혔다. 5달 전 트윗이다. 사람을 좋아할 때 하지만 상대방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때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비참해지는, 그런 걸 잘 다룬 소설이라는.. 사실 그런 마음이 너무 사랑스럽지만, 그리고 그럴 순간조차 느끼는 행복함도 알지만 삶은 언제나 일방통행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여전히 비참하다. 이러면서도 글 다 쓰고 라텍스 장갑 끼고 오늘 온 소설책 확인할 거지만. 삶은 복잡하잖아. 그럴 수밖에. 이젠 물리적으로 물릴 수도 없는 복잡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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