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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폰 써 본 적 없고, 오랫동안 면생리대 썼다. 근데 정말 너무 빨기 세상 귀찮아서 진짜 나중엔 그냥 세탁기 돌려서 더러운 대로 그냥 썼다. 어떤 때는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둔 채 빠는 걸 미루다 넘 오래 돼서 냄새 나서 그냥 버리기도 하고. 이제 새로운 면생리대 구입해야지 구입해야지 하고 세월아 네월아 미루다 무무한테 생리컵 받아서 쓰게 됐다.

감사! 압도적 감사!

생리 팬티란 것도 있어서 고민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여전히 빨래 해야 한다. 신소재라서 흡수도 잘 되고 뭐 좋은 것 같아서 공구해서 써볼까도 고민했고, 한편 생리컵은 자기한테 맞는 사이즈를 몇 번 시도해 봐야 안다고 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무무가 두 개 사이즈의 컵을 줬고, 작은 거 써보니 마치 맞아서 그것만 쓰고 있다.

탐폰도 안 써봤고, 자위도 안 해서, 질에 내 손가락이나 물건을 넣어본 적이 거의 없다. 산부인과 갔을 때 의사가 막 손가락인지 기군지 뭔지 보이지도 않는 자세로 누워 뭔가 막 넣고 휘젓는 ㅠㅠㅠㅠ 끔찍한 경험 외엔 없다. 그니까 내가 직접 넣어본 게 처음이라서, 처음에 술 마시고 시도했을 때 망했다. 으어어 안 들어가 으억! 하고 소리질러서 ㅁ이가 무슨 일이냐고 뛰쳐나왔었음; 그래서 몇 달을 안 쓰다가 다시 생리대 빨기 싫어서 시도했고 잘 넣었다. 일단 처음엔 ㅋㅋㅋㅋ 아 웃겨 도저히 그냥 뻑뻑한 채로 이물질을 넣을 자신이 없어서 클리토리스 자위를 해서 애액을 좀 나오게 했다 ㅋㅋㅋㅋ 미친 하면서 겁나 웃겨서; 처음에 일주일은 그렇게 했는데, 두 번째부턴 그냥 넣어도 잘 들어감 익숙해져서. 그리고 질 안에 길?이 생각보다 더 아래로 향해 있었다.

접어서 넣어도, 미숙하니까 질 입구에서 생리컵이 펼쳐지곤 했다. 그럼 아픔 뜨억.. 그러면 처음엔 빼고 다시 넣었는데 나중에는 손가락을 쑤욱 넣어서 요리조리 조정할 수 있게 됐다.

근데 뺄 때 어떻게 손가락 두 개를 넣어서 안에서 컵 아래를 살짝 눌러서 잡고 뺀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컵 아래 꼬리를 보통은 자르고 쓴다는데, 나는 컵 뺄 때 그 꼬리를 잡아서 아래로 당긴 다음 아랫 부분이 밖으로 나오면 그때 잡아서 빼고 있는데.. 그게 약간 진짜 막 아프다기보단 이물감이 으어어 느껴진다. 아직 잘 못 빼는 듯? 손가락 두 개 들어갈 자리가 어디 있지? 그냥 두 ㄱㅐ를 나란히 넣는 게 아니고 집게 모양을 한 채로 어떻게 들어가냐고.. 영상 봐도 모르겠음

생리컵 넣고 빼는 영상만 찾아보고, 매뉴얼을 안 읽어서 몇 시간 차고 있어도 되는지 몰랐다. 그냥 아침 저녁 12시간 차이로 하루 두 번 집에서만 갈다가, 생리 막바지에 양이 적어서 24시간 차고 있었는데 배가 점점 아파왔다. 찾아보니 8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이라고 써있어... ㅜㅜㅜ 지금은 8~12시간마다 갈고 있다. 집 밖에서 하기는 싫어서 아직 안 해 봄 왜냐면 난 팬티 완전 벗고 완전 쭈구리고 앉아서 빼야 되는데 밖에서 불편하잖아 보통 12시간 내로 집에 올 수 있으니깐.. 밖에서 해야 한다면 전용 텀블러 같은 걸 만들어서 쉐이킹하라는 영상을 봤었는데 나중에 필요하면 이렇게 해야지

좋은 점은 모두가 찬양하듯 모든 면에서 왕 편하다는 건데, 난 특히 왕 추울 때 외에 일반적으로 알몸 수면하기 때문에 달거리 중에도 알몸일 수 있다는 게 넘 좋다. 그리고 생리컵을 사용하며 팬티에 묻는 게 다 질 분비물이란 걸 알게 됐다. 팬티에서... 냄새가 안 나... 신세계다! 이게 최고 신세계였다. 사람마다 좀 차이 있겠지만 ^^; 한 번은 속에서 컵이 잘 안 펴진 모양인지 피가 조금 샜었는데 이제 그 느낌 좀 알겠다 뭔가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손가락을 넣어서 사정 없이 컵을 눌러주니 잘 펴져서 더 새지 않았다. 글구 착용하면 아무리 깊이 넣어도 이물감 느껴지는데, 자고 일어나면 우째 안에 쏙 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넣은 느낌이 되기도 했다. 이물감은 생활 중엔 안 느껴진다. 생리 통증 때문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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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00:37 2018/07/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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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 거리에서 맨날 만화를 그리는 한 남자가 있는데 최근 연재물이 존나 웃겼다 거의 K 리얼리즘 판타지 창조주임 ㅋㅋㅋ 주52시간 노동시간부터 하도급(하청), 경력 후려치기, 3교대(야간 근무), 밀어내기 영업, 리베이트, 대출, 실업 문제를 다루다 대화와 타협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까지 ㅋㅋㅋ 겁나 K-피폐물임

 

그래서 퍼왔당 'ㅅ' 작가는 '깊은굴쥐'

 

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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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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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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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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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15:59 2018/07/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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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좋아하는 작가 밍크님이 말렉 팬아트 그리신 걸 보고 드라마 「섀도우헌터스」를 보게 됐던 거임 ㅠㅠㅠㅠ 밍크님 그림 너무 좋음 ㅠㅠㅠㅠ 그리고 기타 말렉 그림 너무 좋은 거 진짜 수백갠데 트윗 펌 기능 이용하는 거라도 그냥 퍼오기가 그래서 프로 작가 분들 것만 퍼와봤다 막 맨날 리트윗하고 하트 찍고 내 탐라 난리남 덕계 따로 파길 진짜 잘했음 ㅠㅠ

 

밍크님

점핑 크로커다일 휴재 중 (올해 중 연재 재개 예정!!)

 

 

 

 

 

 

 

 

 

 

+ 클레리랑 이지 커플 ㅋㅋㅋㅋ

 

호벤님

비터스윗콘파냐 연재 완료

아쉽게 말렉은 하나 뿐이지만 아스모데우스랑 어린 매그너스 존좋 ㅜㅜㅜㅜㅜ 아스모데우스 배우님도 인스타에 퍼가심

 

잭스님

장목단님 소설 원작/W.O.W (Walk On Water) 연재 중

 

 

 

 

라이트우드 남매 미모 개쩔

 

나락님

트레니즘 연재 완결

 

아 좋다ㅠㅠㅠㅠㅠㅠㅠ 모아놓으니까 더 햄볶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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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21:23 2018/07/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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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연 2018/07/18 23:57

    이건 뭐야? 새로 빠져든 시작한 미드? 그나저나 밍크 작가님 그림은 이제 나도 단번에 알아보겠네ㅋㅋㅋ (← 야핑에게 문의하기 전에 남기려던 댓글ㅋㅋㅋ)

    • 그슨대 2018/07/18 23:59

      ㅇㅇ 넷플릭스에 잇오 왕유치한데 결국 재밌어짐 ㅋㅋㅋ 다다다음 글을 봐주라
      밍크님 알아봐서 기뻠!!!!!!!!!!!!! 밍크님 짱짱맨!!!!!!!!

프리폼 Malec Went On Their First Date And You Need To Relive Every Moment With Us Right Now에서 gif 펌

 

전 시즌, 전 말렉 모먼트 통틀어 젤 좋아하는 장면임ㅋㅋ

사귄 뒤 데이트 한 번 못 한 매그너스랑 알렉. 데이트하자는 매그너스한테 우리는 전쟁 중이라고 그럴 여유 어딨냐고 또 앞뒤 꽉 막힌 얘기 시전하던 알렉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뭘 위해 싸우는지도 잊는다는 매그너스 설득에 홀랑 넘어감 (알렉 좀 쉬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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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로) 뭘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서 매그너스가 가자고 한 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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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놈의 "헌터스 문";;; ㅋㅋㅋ 다운월더 드글드글한 데서 첫데이트를 한다

근데 둘이 진심으로 포켓볼 침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알렉(23세)은 그렇다치고 매그너스(최소 420세)까지 승부욕 쩔어서 점프 샷 쏴 버림 존나 잘 함ㅋㅋㅋㅋㅋ 수 백년 살았으니 뭐든 잘 하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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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활쏘기랑 똑같아. 목표를 정확히 노려야지" 하고 알렉이 뽐냄ㅋㅋㅋㅋ 귀여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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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너스의 현란한 점 프 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던 알렉 표정 보소 승부욕 자극당함 ㅋㅋㅋㅋㅋㅋ

경기 끝내고 매그너스가 알렉한테 "우리 둘 다 경쟁심이 제법 있네" 이러니까 알렉이 "제이스랑 자라서 어쩔 수 없어" "난 오히려 좋아 니 엑스들도 그랬겠지"라며 본격 연애 얘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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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난 연애할 시간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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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당황해서 싫어하는 칵테일 마시며 "맛..맛있네"

"알렉, 확실히 해 두려는 건데, 누구랑 사귀는 게 이번이 처음이야??"

매그너스 당황 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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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만 어색해졌네

- 난 아무렇지 않은데?

- 내가 아무하고도 안 사귄 이유가 이거야.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어. 난 기지에서 컸기 때문에 원하는 걸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 널 만나기 전까지는.

- 넌 잘못 없어 전혀. 그런데 너 정말 innocent하다

- 어떤 면으론 그렇지. 다르다고 특별하게 대할 건 없어

- 하지만 다르다는 건 좋은 거야

- 너는? 애인 많았을 거 아냐

- 무슨 뜻이야?

- 무슨 뜻인지 알잖아

- 알렉산더, 난 수백 년을 살았어. 남자, 여자, 실리, 월록, 뱀파이어, 지니 여럿 사귀었지

- 총 몇 명?

- 몇 명이냐고?

- 말 그대로의 질문이야. 헷갈리면 반올림해서

- 알았어 궁금하면 말해줄게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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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명? (좋아함) 그렇게 많지 않.. 1,700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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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0??

- 다 옛날 일이야 지나간 일이라고. 지금은 너랑 함께야

- 그래, 너랑 나랑 17,000명분 추억이 함께지

알렉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부분 영상으로 봐야 된다<

그러고선 우린 너무 달라 어쩌구 저쩌구 하며 알렉이 헤어지자니까 매그너스가 쿨하게 안 잡음 근데 알렉이 너무 멀리 안 가고 돌아선 그 자리에서 아 이러지 말자 하고 다시 돌아가서 얼마나 많은 사람 만났든 신경 안 쓴다며 잘 사귀자고... 흑흑흑흑 알렉 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헌 것 이쁜 것 ㅠㅠㅠㅠ 삽질해도 길게 안 해서 넘 좋다 솔직해 넘 예뻐

그리고 매그너스는 나도 너 얼마나 안 만났든 신경 안 쓴다곸ㅋㅋㅋ 디스 아닌갘ㅋㅋㅋ 암튼 둘이 다시 예쁜 사랑함 요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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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분위기 와장창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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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클래리랑 남매란 거 알게 되곤 세상 다 산 제이스 등장ㅋㅋㅋㅋ 제이스 이후 방황 개웃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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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6 01:03 2018/06/2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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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대책위에 참가했던 이유

category 다른 운동 2018/06/25 18:26

피해자 포지션으로도, 대책위에 참여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너무 피곤해서 도망가고 싶었고, 내 문젠데 외면하고 싶었다. 편한 길을 가고 싶고, 싸우고 싶지 않고, 트러블 만들고 싶지 않다고, 이렇게 날 잡아끄는 비겁한 마음이 여전히 있음을 본다. 딱 2년 전에 썼던 글인데, 더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서 올려 봄


저는 패션에 신경을 쓰는 타입입니다만, 무수한 날들 중 내가 뭘 입고 있었는지까지 기억하지는 못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자신의 성추행 피해에 대해 상담해 왔을 때, 같은 가해자가 내 허벅지를 만졌을 때 내가 어떤 바지를 입고 있었는지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티셔츠도 신발도 기억나지 않는데, 가해자가 내 허벅지를 만진 날, 내가 그 얇고 착 달라붙는 ‘냉장고 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게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그 느물거리는 불쾌한 느낌도 같이요.

심지어 저는 가해자인 남자사람에게 불쾌한 일을 당했다는 걸 잊고 싶었고, 그건 어느 정도 성공적이어서 그냥 하고 많은 기분 나쁜 날들 중 하나로 지나간 줄 알았습니다. 웃기지만 냉장고 바지가 떠오르기 전까지요. 그리고 비겁하게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해서 선뜻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내 시간과 에너지를 그 자 상대하는 데에 쏟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번에 내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때는 지난번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피해자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미 나 아닌 다른 피해자의 얘기를 들은 판국인데도, 왜 생각을 못 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말로 내가 당한 일을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지만, 그건 사후적 평가고,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갖가지 피해를 입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충격 받았습니다. 그 때 내가 왜 그냥 지나갔던 걸까? 귀찮아서? 트러블을 피하고 싶어서? 별 거 아니라서? 개인적인 거라서? 그 때 내가 잘 했으면 그 뒤에 여러 사람이 피해 보는 일은 없었을 텐데. 물론 제가 여러 사람을 성추행한 게 아니고, 그 자의 이후 성추행은 절대 제 책임이 아닙니다. 제가 책임을 느끼는 것은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제가 나름 설정한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지고 있다고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책무를 게을리 했다는 부분입니다. 적정한 활동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거나, 쥐어짜이지 않아야 한다거나 하는 안정적 활동의 조건, 환경을 만들어나갈 책무 말이죠.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저는 대학교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니고, 활동하며 만난 사람들 모두 내 동료고 친구였지, 선배나 후배랄 만한 관계를 형성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겐 선배가 없다고 단순히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가 한 활동가와 이야기 나누며 예전에는 나이 든 남성 활동가가 ‘젊은 여성이 따라주는 술이 맛있다’며 여성 활동가에게 술을 따라달라고 하는 일이 있곤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침에 출근한 여성 활동가들이 제일 처음 하는 일이, 어제 남성 활동가 혹은 손님이 마시고 간 컵을 씻는 일이던 적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제가 ‘여성 활동가’기 때문에 저에게 술 따라 달라 한 사람 없었고, 출근해서 컵을 씻어야 한다는 가벼운 압박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에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님을 그 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세상에 당연히 ‘주어지는’ 것은 없고, 싸우지 않고선 얻어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내가 지금 ‘누리는’ 이 환경은 나보다 먼저 활동한 여성 활동가들이 싸워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 때 저는 지금껏 “예민하다”부터 시작해 온갖 욕을 들어먹으며 활동해 온 여성 활동가들, 내가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준 이들이 내 선배들이구나, 하고 감동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관여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고, 너무 바쁘고, 세상엔 중요한 일이 맨날 뻥뻥 터지고, 개인적 삶에서 중요한 일도 많다, 라며 계속해서 다른 여성 활동가들이 만들어놓은 환경을 누리고만 있었습니다. 내가 나와 다른 활동가들을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여성 활동가’로서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상상 속에 분업 체계를 만들어,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이런 저런 역할들을 내가 하고 있으니, 다른 일, 다른 역할을 다른 이들이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천박하지만, 하지만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진작 문제제기했다면 방지할 수 있었을 후속 사건들을 알게 되고, 책임감을 느꼈고, 우리 모두가 찝찝하고 불쾌했는데도 건건히 불편해지기 싫어서, 혹은 바쁘고 귀찮아서, 여타 다른 이유로 넘어가는 이 일들을, 새로 유입되는 활동가들도 계속 겪게 할 것인가. 내가 지금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지고 있는 책임만큼 새로운 활동가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 내게 낯모르는 수많은 선배 활동가들이 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선배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지금 내가 남성 동료들이 마시고 남은 컵을 씻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듯이, ‘가벼운’ ‘실수로’, ‘무의식적으로’, ‘술김에’, ‘부지불식간에’ 저질러놓고 미안하다고 하면 끝나는 성추행이 별다른 제재 없이 행해졌던 걸, 앞으로 활동할 사람들이 그런 때가 정말 있었냐며 상상할 수도 없는 걸로 만들어야 한다. 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습니다.

저는 지금도 바로 그 냉장고 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입을 때마다는 아니고, 가끔씩 그 일을 떠올립니다. 바지가 내가 성추행당했던 낙인이 아니라 내가 여성 활동가로서 스스로의 책임을 인식한 계기로 제게 더 의미가 남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성이든 어떤 소수자든 활동하기 '안전한' 공간을 만들 책임이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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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8:26 2018/06/2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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