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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사수하기

category 우울한일기 2017/05/24 01:49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각자의 방법들이 있을까? 아니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을까? 그러니깐, 어떤 순간을 잘 버티기/이겨내기/겪어내기/헤쳐나가기/통과하기/받아들이기 기타등등 위해서,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왜냐면 그 순간, 자존감이 요동치게 하는 쟁점이 제기되는 그 순간에 당연히 쟁점이 제일 중요한 거니깐) 하지만 쟁점이 산으로 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존감을 지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걸 그니까, 쟁점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쟁점이 진행됨에 따라 반응하는/달라지는 내 상태를 관찰하고, 나의 반응은 쟁점이나 쟁점이 제기된 환경/제기한 사람 때문이라기보다 나 자신의 자존감이 떨어져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냐고.

 

아 뭔가 내가 경험한 것들은 굉장히 구체적인데, 구체적인 얘길 쓰긴 어려워서 말이 겁나 빙빙 도네

 

사람들과 부딪힐 때, 그게 꼭 내가 잘못해서든 아님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에서든, 아니면 심지어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내가 문제제기를 하든, 갈등 상황을 겪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할 때 자존감이 뚝 뚝 떨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그걸 나는 비교적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인식했을 때, 자존감이 떨어지니까 상대말이 곱게 들리지 않았다. 억지 쓰는 것 같고, 내 말을 이해 못 하는 것 같고, 핀트가 어긋난 것 같았다. 내 흠을 잡는 것 같고, 나도 그 사람 흠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관계를 끊고 서로 안 보면 그만이다. 안 볼 수 있는 관계다. 그럼에도 이렇게 힘들게 얘기하는 건, 저 사람이 나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힘든 만큼 저 사람도 힘들다. 우리가 힘든 시간을 같이 겪으면서도 서로 이해하고 함께 해나가고 싶고 해나갈 수 있다는 신뢰가 있는 거다. 상대의 신뢰를 느꼈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도 일단(?)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다.

 

그니까 얘기가 파국으로 끝나지 않고 좀더 발전의 여지를 가늠하고 기대하며 끝났는데도 자존감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깜짝 놀랐었다. 생각해보니 오히려 첨에 서로 욕하고 그냥 갈라섰다면 자존감은 쪼끔 떨어지고 금세 회복도 됐을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잘못한 게 없고(혹은 있긴 있는데 상대에 비하면 그렇게 크진 않고), 책임은 상대에게 있으니 나는 완전하다! 남만 욕하면 된다!

 

또 그냥 잘못했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심플하게 "미안해!"하기 쉽다. 이럴 땐 자존감이 1도 안 떨어진다. 혹은 진심을 담아서, 무거운 마음으로 "정말로 잘못했다"고 얘기할 때도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에게 이런 고통을 주다니 나 같은 건 왜 살까 존나 무가치하다..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긴 하는데,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쳤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플러스 점수를 주기 때문에 이것도 곧 회복된다.

 

하지만 상대의 서사가 나의 서사와 다르고, 그래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거기까지의 맥락을 길게 얘기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는 내 생애 전체를 한 번 훑으며 나란 작자의 밑바닥을 포함해 싫은 점을 뒤돌아 봐야 되고, 또 나의 그런 게 싫은 건 싫은 거고 이건 이거라서 또 막 자꾸 합리화하고 싶고. 또 상대의 같은 작업도 다 들으면서 내 상황과 맞춰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런 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첨에 넘 놀래서 애인에게 꼭 끌어안아달라고, 날 사랑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안김당하니깐 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채워진다 나의 자존감.. 역시 나는 사랑받는 존재쟈나 하고 금방 회복됐었는데, 한번 자존감이 바닥을 치니깐 다음에 또 무슨 일 있을 때 자존감이 거기까지 쉽게 뚝 떨어지는 거였다. 그때도 깜짝 놀랐다. 자존감이란 건 누가 채워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맨첨에 형성이야 다른 사람들(특히 육아나 교육 담당자)에 의해 형성되겠지만, 그 유지는 사랑받는 것만으론 안 된다. 물론 적절한 남의 사랑도 꼭 필요하다. 그것만으론 안 될 뿐이다. 내가 스스로 나를 관찰하고, 채워줘야 된다. 대화도 하고 사랑도 해 주고... 물론 아직도 날 사랑한다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한, 내가 해온 일에 대한 비판은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난 이게 너무 자명해서 누구나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부정당하면. 내가 그 일에 나를 얼마나 갈아넣었는가와 무관하게(아니면 정도를 좌우할 순 있다) 내 존재를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건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이해해달랄 순 없다. 다른 사람은 날 부정한 게 아니고 내 일을 부정한 건데, 내가 내 존재 부정으로 느껴지는 걸 이해해달랄 수 없다. 물론 이해해주면 좋지만, 그건 의무가 아니다, 본래의 쟁점에 대한 주의를 부스려뜨리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다뤄져서 좋을 것도 없다. 분리해야 할 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것은 나지, 분리할 것을 뭉뗑이로 생각하라고 요구하면 안 된다.

 

물론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도닥이면 좋고, 또 관계에 대한 윤리라는 문제가 있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다른 사람이 신경써 주는 걸로 안 되는 게 있다. 내 자존감은 내가 채워야 된다. 그래야 상대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다. 내 얘기도 잘 할 수 있다. 상대 얘기를 잘라서 내 얘기에 끼워넣고 상대를 디스하는 것도 내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상대 얘기는 상대의 서사에서 파악해야 된다.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건 아주 건강한 상태다. 문제라는 게 합의조차 안 될 수도 있다. 뭐가 문젠지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고, 같은 문젠 거 같지만 서사가 달라서 공통분모를 만들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한, 그런 갈등 상태에선. 공통분모 만들기까지 진이 빠지고 자존감이 뚝 뚝 떨어진다. 포기하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슬램덩크 명짤 "포기하면 편해"

 

자존감 잘 채운다고 잘 해결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건 걍 기본이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할 때, 아니면 누구도 내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을 때, 내가 나를 챙겨야 된다는 거다. 내가 건강한 게, 우리 모두가 건강하게 얘기하고 지속할 수 있는 길이니까. 그냥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나는 자존감 쩐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더, 내가 자존감이 이렇게 떨어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걱정이 되곤 한다. 아까 말했듯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도 자존감 채워줄 순 없기 때문에(물론 임시방편은 됨) 내가 나를 살펴보고, 말 걸어주고, 사랑해 줘야 된다. 아까도 말했듯 어떻게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자존감이 깊은 한편으로 자기혐오도 쩔기 또래.. 다만 가끔 우울할 때, 자존감 떨어질 때 혼자 물어본다. 내가 뒈지는 게 낫냐? 죽어 마땅하냐? ㅋㅋㅋㅋ 그래도 살아있는 게 쪼끔 나은 것 같아서, 존나 의미 있는 활동 더 해보고 싶쟈나.. 죽으면 끝인데. 근데 내가 이럴 수 있는 건, 어쨌든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순간에도 남들보단 자기를 사랑하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죽는 게 낫냐?는 질문에 ㅇㅇ하는 사람은 이러면 안 됨 (개정색)

 

아니면 상을 주거나. 좋아하는 걸 하도록 내가 나를 응원해 주는 거지. 밤에는 아이스크림 먹지 않게 자제하고 있는데, 아까도 아이스크림 한 덩이 허여했음< ㅋㅋㅋ 그리고 막 수다 떠는 걸로도 그냥 마음이 좀 해소되니깐, 그래서 자존감이 간접적으로 회복되기도 한다. 방법은 더 고민해 봐야지 세상에 널리 이롭게 도움이 될 수 있게. 그나저나 이딴 거 쓰면서도 수다 떠는 기분이라서 자존감이 우뚝 섬 졸라 회복됨 ㅇㅅㅇ

 

글구 뭔들 안 그러겠냐만은 자존감은 여유랑도 관계 있는 것 같다. 뭔들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 왜죠...? 왜 한국사람들 세상에서 최고 바쁜 거죠? 여유로워야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나자신 챙겨주고 하죠. 여유... 여유는 안식년이라 팽팽 놀고나자빠진 나만 갖고 있는 거 아니냐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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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4 01:49 2017/05/2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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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category 우울한일기 2015/11/10 00:43

아침 저녁 올라탄 마을 버스에 수능 얘기가 적혀 있다. 노선의 한 중고등학교가 수험장인 모양이다. 버스를 타기 싫어졌다. 이번주엔 타지 말아야지

내가 수능을 볼 때 어땠던가. 막상 내 시험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좀 긴장하긴 했다. 그맘때 나는 긴장하면 똥이 마려운 습관이 있었는데 그때 똥이 마려웠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망한 것도 아니고 잘본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 치던대로 나왔다. 그래서 실망스러웠다. 왠지 엄청 잘 봐서 실력보다 좋은 대학을 갈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 항상 나는 운이 좋다고 여기고 있다. 점보러 (가족이) 가면 대운이라 그러고, 아무렇게나 뽑은 신년 운세엔 대길이라 적혀 있고. 어쩌면 내가 나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걸 지도 모르고.

 

수능 어디서 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리고 난 담대하게(?) 수능 쳤었는데, 다음해부터 수능 시즌이 너무 싫고 갈수록 더 싫다. 끔찍하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저딴 걸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게 숨막힌다. 다른 나라에서 삶의 희망을 본 일이 없지만 수능 생각하면 아무 나라나 다 여기보단 나은 것 같다. 더이상 시험을 치루지않아도 되는데 시험 보는 악몽을 수도 없이 꿨다. 악몽은 너무 구체적이라, 나는 항상 내가 고등학생인 줄 안다.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차라리 저승이 나을 것 같은 절망이 언제나 끌날라나. 남의 얘기하듯 이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매듭이 없을 이야기를 적어나가느라, 나름 하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시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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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0 00:43 2015/11/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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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몬드문어 2015/11/10 01:26

    저는 수능 끝난 어둑어둑한 시각, 운동장에서 자기 자식을 찾는 부모들의 눈망울이 떠오릅니다. 9할이 실패하는 그 운동장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조금만이라도 간절할 수 있다면 많은 게 바뀔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