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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후기 한 번 쓰고 안 쓸지도 모를이지만 일단 번호 붙임

 

안식년에 뭐 할까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생각만으로도 우후훗하던 시기 생각했던 옵션 중 하나가 '일본에서 살아보기'였다. 이유는 항상 동행인이랑 짧게 여행만 가니까, 혼자 자유롭게 만화책을 구경하고 살 수가 없어서, 그래 보고 싶은 게 가장 컸고. 그리고 일단 일본의 집들이랑 거리를 좋아해서.

 

하지만 이런 저런 계획들로 살아보기는 무산됐고, 다만 보름 정도 체류하며 사는 기분이라도 내보고 싶었는데 대충 냈다. 노동이 없었으므로 오히려 거기 진짜 사는 것보다 편하고 즐겁게 사는 기분 내 봄. 만화책...!!! 만화책을 미친듯이 구경하고 샀다고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뭐 다 원하는 만큼은 아니었구.. 저 사진은 구입 순서대로인데 역순;으로 구입처를 써보자면

 

  1. 아키하바라 만다라케 ★★★★ 만다라케 중고 코너들이 충실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메이지 카나코(트렁크 밀러) 동인지 없어서 만다라케 웹 검색해보니 전 지점에 거의 없네 무슨 일이야... 암튼 작가별 코너들 짱짱 먹음 막 야마모토 나오키 책 젤 많음(안 샀지만 ㅠ 여기부터 갔으면 다른 북오프 안 갔을 듯) 
  2. 아키하바라 북오프 ★★★
  3. 신주쿠 북오프 ★ 서서 읽는 사람 넘 많고 내가 찾는 책 없음. 도쿄는 뭐 서서 읽는 사람 다 많지만
  4. 시부야 북오프 ★★★
  5. 사이타마 어디 시골 북오프 ★★★★ 시골이 짱이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책도 많던데.. 다 살 걸 후회함
  6. 교토 어디 시골 북오프 ★★★ 다양한 판본 중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서 좋았는데 엄청 좋을 건 없는..

 

마지막 만다라케 빼고 전부 북오프에서 산 것이다. 왜죠? 여행 가기 전에 한 2년 정도 전부터 책도 면세된다는 정보(5400엔 이상 구입 시)를 보고 면세되는 서점 미친듯이 검색해서 갔는데 정보를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고.. 일단 만다라케는 오사카랑 아키하바라 가면 한국어로 면세 대빵만하게 적혀 있다. 북오프도 관광지는 대체로 면세 대빵만하게 써있다. 도쿄에서 면세 서비스 제공하는 서점이 신주쿠의 '키노쿠니야 본점' 정도인 것 같고, 또 만화는 별관에 따로 있다고 해서, 키노쿠니야가 별관까지 차리면서 얼마나 만화관을 잘 꾸며놨을까 두근두근 거리며 구경하러 갔는데 ㅠㅠㅠㅠ 개실망 ㅠㅠㅠ 암튼 나는 ㅠㅠㅠㅠㅠㅠ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들도 현역인데 ㅠㅠㅠㅠ 근데 작년에 교토에도 어떤 서점 만화 전문관인지 뭔지 갔다가 개망했잖아. 키노쿠니야는 만화 전문이란 일언반구도 없었는데 혼자 막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했다;; 찾는 책들이 넘 없어서 사도 5400엔이 안 돼서, 사려고 집어들었던 책들도 손에서 놓아버렸다 -_- 오키나와 나하의 '준쿠도'보다 훌륭하겠거니 상상했는데... 그니까 내가 원하는 건 테즈카 오사무, 하기오 모토, 모로호시 다이지로 등 작가님들 전용 코너에 만화책 및 각 작가 관련 책들이 옹기종기 호화롭게 모여 있고, 돈이 없어서 사진 못할 망정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미 부른 배가 더 불러오는 그런 경험인데(내가 그걸 나하 준쿠도에서 했다고요!) 나의 지나친 기대였다. 그래도 테즈카랑 하기오님 코너가 있긴 했는데 일단 규모 자체가 넘나 작아... 책도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 신주쿠 가는 날 저녁 일정이 있어서 신주쿠랑 이케부쿠로 중 어디 갈지 미친듯이 고민하다 키노쿠니야 보러 간 건데 대박 실망

 

그렇게 실패하고선 도쿄역 인근 '마루젠 마루노이치' 서점도 구경 갔는데. 가기 전에 면세 되나 미친듯이 찾아봐도 안 된다고 일본인이 작년에 적은 글 하나밖에 못 찾아서 이젠 될지도... 일단 면세 안 되고 책 안 사더라도 서점 아름답다니까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갔는데 면세 역시 안 되고(점원에게 물어봄) 만화도 뭐 기대 안 했지만 구역 좁다. 그래도 하기오 모토님 <토마의 심장> 40년만의 신작 코너도 있고, 만화층 말고 다른 층에 테즈카 오사무 미니 전시관 같은 것도 마련하고(굿즈 이쁜 거 많은데 조온나 비싸서 관둠) 좋았다.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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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 마쓰모토 세이쵸 사마 전집이란 게 있네 넘나 쩔어 ㅠㅠㅠㅠ 그 뒤로 몇 권 안 되지만 세이쵸 사마에 대한 책도 배치해 두고 참 좋았다. 넘나 좋아 진짜 전집 우와...... 갖고 싶은데 어차피 죽을 때까지 다 못 읽을테니까... ㅠㅠㅠㅠ 진짜 일본어 잘 하게 되면 한 권씩 사기 시작할 거고 아니면 사진 보면서 배를 불리기로... 아 진짜 두근거림 넘나 좋은 것 ㅠㅠㅠㅠ
 

여튼 그래가지고 서점에서 책을 안 샀다. 마루젠에서 걍 하기오님 소설 살까말까 하다가 지금 사도 당장 안 읽을 거 100%ㅠㅠ라서 다음 일본 여행으로 미룸. 그래서 생각지 못하게 중고책만 잔뜩 샀는데 살 땐 별 생각 없었는데 나중에 계산해 보고 진짜 놀람 만화책 총 35권을 12330엔에 샀다. 대박 사건 대박 쌈. 그러다보니 다음에 가도 북오프부터 미친듯이 뒤질 맴이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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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히히히<

단편집 1 띠지는 루미코 사마, 2는 하기오 사마!!!! 쩐다 넘나 신나는 것 그리고 만화책 자체가 예쁘게 나옴 이미 갖고 있는 것들과 수록 작품 많이 겹치지만 띠지만으로도 후회 없다. 신간도 아닌데 매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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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 신나니깐 표지 다 보이게 ㅎㅎ 이제 그림이 이뻐 보일 지경

 

실제로 모로호시 다이지로 팬이지만 그림은 진짜 못 그린다고 어쩔 땐 막 깔깔 거리고 웃기까지 하는데-_- 그런데 <요괴 헌터>의 한 에피소드를 발전시켜 다른 만화가가 그린 단행본이 있던데 살까 했던 건데 펼쳐보니까... 도저히 그림이 참을 수가 없어서. 이거랑 <간츠>도 다른 작가가 그리는 거 서점에 있어서 봤는데 아 도저히... 모로호시님이랑 오쿠님 그림 못 그린다고 깐 거 취소할 순 없는데; 근데 아 그림에 매력이라는 게 있구나하고 깨닫게 됨. 왜냐면 난 이 작가들은 그림 못 그려도 진짜 내용이 꿀잼이라서 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토리 이 사람들이 해도 작화가 도저히...ㅠㅠㅠㅠ 도대체 출판사는 뭔 생각으로 이렇게 그림 못 그리시는 분들한테 스토리를 준 건지 그런 시스템이 뭐가 있는 건지 알 게 뭐며 안 그랬음 좋겠지만 볼 거 천지 삐까린데 안 봄 되지. 넘 대충 봐서 연출이 어떤진 모르겠고 그냥 작화가 생리적으로 못 보겠는 작화였단 것이다.

 

딴소리지만 <어린이 왕국> 개꿀잼이다 빨리 한국에 정발돼서 온누리 모든 이가 읽었으면 (갖고 있는 단편집에 있던 거지만.. 처음 읽는 듯이 빨려들어가서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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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히히히< 하기오 사마 책 많이 득템했긔. 사실 키노쿠니야 서점에서 책 안 산 게, '여기 아닌 어딘가' 시리즈 3권이 없어서였음. 1, 2권은 있는데 3권이 없는 게 말이 됨? ㅠㅠㅠ 암튼< 참지 못 하고 다 조금씩만 읽었는데 ㅋㅋㅋㅋ 다 재밌음 미촤버림 근데 <나노하나(유채꽃)>에서 원자력을 여성에 비유한 게 넘 구태의연하고 올바르지도 않은데 재미도 없었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 그렇다고 해도 뭐 그럴 수도 있는 거고 일단 단편 연작이어도 후쿠시마에 대한 작가로서의 반응을 한 권에 담은 거라서 끝까지 보고 또 다시 읽어봐야지. <Away> 2권은 작년 교토 여행 때 서점에 없어서 분노했던 바로 그 권이었음. 서점들이 정말... 거기도 1권만 있던 것. 뭐 하는 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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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즈카 신의 만화는 어둠에 다크한 성인 만화 쪽만 좋아하는데, 검색해 본 바 한국에 정발된 적 없다는 두 작품을 사서 기쁘다. 오래된 책인데 깨끗. 다 쪼끔씩 읽었는데;; 역시 본격 재미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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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 이후로 정발될 기미가 안 보여서 <소년마법사> 걍 사왔는데 16권 왜 안 사왔어 ㅠㅠㅠ 서점에 없ㅋ엉ㅋ 16권 어쩔 거냐고...;;;; 19권 완결 언제 읽을 수 있는 거냐고;;

변호사랑 모험;한다는 만화는 예전에 1권 표지 보고 이게 나루시마 유리 신작이라고?? 진짜??? 믿기지 않았는데 맞음< 나루시마 유리님 만화 재밌는데 왜 사람들이 모르냐고요... 왜 정발이 안 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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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등등 1. 일명 BL·레이디스 코믹. 옛날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서점 가봐도 지금은 비엘이랑 순정 중에 일부 묶어서 이렇게 분류해 놨다. 옛날엔 확실히 비엘은 비엘끼리 있었음. 지금은 연령대로 구분해 둔 듯...? 잘 모름< 암튼 나도 원래 만화책 정리한 리스트에 야오이 작가를 따로 시트를 만들어뒀는데, 야오이 작가들 중 원래 순정 겸업하는 작가들도 있고, 또 순정만으로 아예 변절;;한 작가도 있어서 구분이 애매하다 싶었는데, 나도 옳다쿠나 하고 시트 이름 바꿈

 

시미즈 레이코님이 스킨 스쿠버 다이빙 체험한 만화 옛날 옛적에 그린 게 있는 줄도 몰랐네. 이마 이치코 신작은 하도 여기저기 서점에서 본데다 108엔 코너에 있는데 새 책처럼 깨끗해서 걍 샀다. 어차피 정발될 거라서 안 사도 그만인데 자꾸 눈에 띄어서;; 글구 타다 유미! 어머 타다 유미 신작 나왔었네?! 라며 집었는데 일본 가서 살 만화책 구매 목록 보니까 있어... 완전 기억도 안 남;;;; ㅠㅠㅠ 나카무라 아스미코는 이제 진짜 메이저신 듯 온갖 서점에 다 빵빵하게 갖춰져 있다. 소설가랑 맛집 투어 다니며 교대로 쓴 이런 책 있는 줄도 몰랐어서 샀다. 니시다 히가시는 왜 신작 없어여? 하고 몇 년 전에 울부짖었는데 정발이 안 될 뿐 꾸준히 그리고 계심 메이지 카나코 사마도 <기프트>라는 작품 왜 있는 줄도 몰랐죠...? 왜 정발이 안 되지? 글구 마지막 순정은 3권까지 나왔던데 마법사 얘기 안 좋아해서 -_- 일단 1권만 사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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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기타등등 2. 이가라시 다이스케 만화는 전부 정발될 것 같은 느낌인데 꼭 그렇진 않더라고. 작품마다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나뉘어서 믿고 보는 작가는 아닌데 그래도 그림이 이쁘고 궁금해서 샀다. <메종일각>은 옛날에 서울역인가 북오프 첨 생겼을 때 신나서 9권(완결) 샀었는데 그 때 7권 이빨 빠져 있었다. 도대체 언제적이냐고... 그니까 난 메종일각을 끝까지 본 적도 없었던 것.. -ㅅ- 그래서 채워넣었는데 지금 보니까 옛날에 산 책들이 넘 더러워서...-_- 다 버려 버리고 나중에 7권 제외한 전권 사올지도. 아니면 큰 책으로 나온 것들로... 큰 책이 더 좋아서. 그리고 미즈키 시게루님 만화책 몇 개 고민하다가 이건 당장 궁금해서 샀는데 책에 실린 인터뷰 읽고 빵터짐 존나 아무 의미 없는 인터뷰 왜 실은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가 당시를 아무것도 기억 못 함 그리고 인터뷰 당시 기준으로 베트남 침공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암튼 일본 일만으로도 다망한 기타로가 베트남에 간다니 기대가 됨 기타로 자체는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 분은 여자애 그림이 너무 이쁨 넘나 좋은 것

 

그리고 ㅋㅋㅋㅋㅋㅋㅋ 마츠모토 세이쵸 좋아한다니깐 도쿄에서 만난 미치상 친구분 이이다상이 최근에 '쿠로카와노 텟쵸'가 리메이크돼서 그 드라마를 봤다, 셔서 아 나도 그 드라마 보고 싶다 일단 책부터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찾아봤는데 책 뺄 때 눈에 뭐가 씌인 건지 이게 그거라고 생각하며 삼.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가지고...

 

책을 사고 집에 돌아와 만화목록에 바로바로 입력했는데, 일본어 찾기 귀찮아서 구글 번역기에 일본어로 말했더니 스펠링 다 정확하게 적어줘서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기타로의 베트남 전기> 이거 어떻게 알아???? 기타로 아는구나 아니 기타로가 베트남 갔던 거도 아는 거냐 ㅋㅋㅋㅋ 진짜 깜짝 놀람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상이 구글 번역기로 글자 찾아 넣는 거 엄청 신기해 했음.

 

즐겁게 집에 와서 여행 뒷정리로 젤 첨 한 게 빨래 돌린 거고, 그 다음이 만화책 다 닦아서 제자리에 넣은 거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조만간 만화방 사진을 올릴 것이다. 이미 다 찍어뒀는데-_- 새 책들이 이사왔으니 다시 찍어야겠다 후후후 아유 즐거워 

 

그런데 만화에 대한 애정이 정말 식었구나 많이 느낌. 만다라케에서 동인지 1도 안 삼. 옛날에 찾아헤매던 것들도 여러 개 봤는데 비싸기도 하지만, 가격보다도 그냥 막 어머 이건 사야 돼 어떡하지 ㅠㅠㅠ 하는 마음이 1도 들지 않아서.... 오사카 만다라케에 요시나가 후미 동인지 재록본 다 있음. 그것도 그렇고 막 카리 스마코 카카이루 동인지도 있고 난린데.. 커플 애정도가 식어서 그런 건지.. 옛날 같으면 다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조금만 샀을텐데.

 

책을 원 없이 구경해서 좋다. 글구 ㅁ이가 좋아하는 네무 요코 4권짜리 책도 있는데 내 책 아니라서 사진 안 찍음 ㅋ 첫번째 사진에 보이긴 한다.

 

북오프는 구글 맵에서 내가 있는/가는 곳 어느 지점에 가까운 북오프를 검색해서 리뷰를 다 읽어보고 그 중에 하나 골라가는 식이었다. 시골이라고 다 구색이 좋은 건 아니라서 도쿄 쥬죠역은 살 게 1개도 없었음. 현지인들이 쓴 리뷰 보면 대충 각이 나올 줄 알았는데 걍 내가 하기오 모토랑 모로호시 다이지로 위주로 찾으니까, 그런 정보는 알 수가 없어서 다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다들 만화책 사러 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정보 알 턱이 없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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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19:56 2017/09/2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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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제닌

category 팔레스타인, MENA 2017/08/20 19:25

친구 파디와는 2012년에 처음 만났다. 요르단 계곡에서 2시간 기다린 끝에 잘못 탄 버스에서 대책 없이 내려버렸을 때, 어딘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차에 태워줬다. 알칼릴(헤브론)에 데려다 준 뒤에도 자주 전화를 걸고 만나자고 했다. 그땐 혼자였어서, 그리고 워낙 찝적거리는 남자들이 많아서, 파디도 그 중 하나일까 경계하면서 만났다. 만날 때마다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돈 1원도 못 쓰게 해서 더 미심쩍었다-_-. 매일 같이 짧은 통화를 하던 어느날 이스라엘 심카드를 사용하느라 이틀간 팔레스타인 심카드를 사용하지 않다가 바꿔 끼운 날, 전화 온 파디는 엄청 성을 내며 왜 연락이 안 됐느냐고, 연락이 되었으니 이제 됐다며 전화를 끊었다. 경계심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나중에 일행이 팔레스타인에 도착한 뒤에야 같이 제닌에 파디네 집을 방문했는데, 파디의 부인과 아이들, 엄마, 동생들, 동생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심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파디와 연락이 끊겼다. 전화번호가 있어서 안심했고, 페이스북에서 당연히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번호는 바뀌었고 페북에선 못 찾았다. 나중에 다시 방문했을 때, 그때 기억을 더듬어 파디가 일하던 회사로 찾아갔다. 다른 사람들은 햄버거집에 데려다 놓고, 밥시키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무래도 여기 어딘데, 하고 나가서 찾아봤다. 한 번 가봤을 뿐이고 따라다니기만 해서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용케도 찾아냈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천재라고 추켜세우지 않을 길이 없었따< 사무실에 가서 파디를 찾아왔다고 하니 아무도 이해하지 못 했다. 당시에는 파디 패밀리 네임도 몰랐다... -_- 그래서 아이들 탈라랑 아흐메드 아빠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아! 하고 연락해 줬다. 근처 시장에서 휴대폰 액세서리 노점을 하고 있던 파디는 한 걸음에 달려왔다. 같이 식당으로 돌아가서 밥을 먹고, 나의 천재적 기억력을 내가 제일 열심히 찬양하고, 그리고 파디네 집에 두 번 갔다. 하지만 처음도 두번째도, 파디가 원하는 건 좀더 많은 시간을 자기 가족들과 같이 하는 거였다. 초대 전화가 올 때마다 나는 여기 일하러 온 거라고, 미안하다고 거절했다. 그게 너무 미안했다. 세상 나만 바쁜 것처럼 매일 일정이 있다고.. 그래서 다음에 오면 무조건 놀러오겠다고, 그때 많은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페친도 맺었따 ㅎ

 

파디하고는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전화통화를 하곤 했지만, 가족들과 만난 건 몇 회 되지 않아서, 가족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구성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다 이전에 만났다고 모두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만이 아니고 지난 번에 왔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안부를 물었다. 돌아와서 옛날 사진을 찾아보니 막내 동생 남편도 왔었네 처음 본 줄 알았는데 ㅎ 지난 번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여동생 남편이 셰프라고 여동생네 집으로 초대해, 그 남편과 남편의 동생;이 차려주는 엄청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 여동생이 6개월 전에 암으로 죽었다고 한다. 너무 젊은데, 어린 자식들 남겨두고... 이번에 가니 자식 중 둘째 아들 와라드는 외할머니, 그니까 파디네 엄마 댁에 살고 있었다. 와라드는 수많은 어린이들 중 하나로 기억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자길 기억 못 하는 걸 알았는지, 머리끈 같은 팔찌를 4개 주며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했다. ㅎㅎㅎㅎ 귀여워 ㅠㅠㅠㅠ 이번에도 많이 만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와라드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네 ㅎㅎ

 

동생의 죽음 외에도 파디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이스라엘 고용 허가증을 사려다 사기를 당하고, 허가증 없이 일하다 밤에 숙소에 기습한 경찰에 붙들려 한 달간 실형을 살았다. 한국일보 기사에 썼던 것처럼 한동안 택배 기사였는데, 임금 체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로 내가 있는 동안 관뒀다. 그리곤 중고샵을 시작했는데, 장사가 잘 안 된다고 야채 가게로 바꿀 거라더니 페이스북 보니까 가게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집주인이 갑작스레 1달 안으로 집을 비우라고 해서 이사까지 했다. 그래서 전처럼 전화가 자주 오지 않았고, 여유가 그렇게 없다는 게 정말 마음 아팠다. 항상 내가 바빴는데 이번엔 너가 바쁘네, 그랬더니 그러게, 하고 한숨을 쉬었다. 서안지구 들어가기 전에 페이스북 메세지로 연락하고 있었는데, 메세지 확인을 잘 안 하고, 내가 제닌에 간다는 것도 확인을 안 하고 있었다. 제닌에 들어가서 전화했을 때, "야핑!!!!!!!" 하고 엄청 반가워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택배 차량을 타고 숙소 앞에 와서는, 시간이 없으니까 같이 다니면서 얘기하자고 했고 자세한 건 기사에 썼다.

 

파디가 바빠서 엄마나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는데, 사실 나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같이 놀 수 있는지 지금도 잘 모른다; 파디 가족들이랑만 있으면 불편했다. 그래서 여럿이 방문하는 게 좋은데 이번엔 몇 번 봐서 그런가 애기들이랑 친해졌다. 특히 엄청 너 따위엔 노관심이다 ㅎㅎ 라고 보이는 오마르... 파디 동생 히바네 둘째 아들램.. 역시 기억 못 하고 있었는데; 돌아와서 옛날 사진 보니까 생각났다 ㅎ 사진 찍을 때 엄청 움직이던 애기. 암튼 오마르네 집에서 하룻밤 자면서 오마르하고도 친해졌다! 얼마나 친해졌냐면, 밤에 다 같이 모여자는 방에 자기 옆자리를 톡 톡 치며 옆에서 자라고 할 정도였다!! 완전 넘나 기뻤지만 잠은 손님에게 마련해 주신 에어컨 나오는 방에 가서 자버림...< 전날 더워서 거의 한숨도 못 잔 상태라서 =ㅅ= 다음날 "보고싶을 거야"하고 인사하는데, 내 아랍어 발음이 구려서 못 알아듣고는 자기 엄마를 데려왔다. 뭐라는 거야? 다시 말해 봐;;; 해서 엄마가 니가 보고싶을 거래, 지금 갈 거야, 라고 말해주니 갑자기 완전 시무룩해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갈게 보고 싶을 거야, 그러면서 인사 뽀뽀를 하려는데 땅만 쳐다보면서 가만히 앉아서 양볼에 뽀뽀를 받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으윽 찌통 ㅠㅠㅠㅠ 뽀뽀하는데 눈물 날 것 같았다. 그리고는 동생 함무디한테 뽀뽀하려는뎈ㅋㅋㅋㅋㅋ 애기가 끝까지 뽀뽀 못 하게 으으으 하면서 뒤로 피하는 거 보고 웃겨서 눈물 쏙 들어감ㅋㅋㅋㅋ 함무디하고는 못 친해짐 옛날에 같이 사진도 찍은 사이라서 함무디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ㅅ-

 

돌아오기 전 라말라에 지내면서, 파디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파디가 "뭐 필요한 거 있어? 뭐 해줄까?" 하고 묻는데 내가 또 깔깔 웃어버렸다. 파디는, 근데 왜 내가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웃는 거야? 하고 물어왔다. 그냥 맨날 물어보는 게 너무 웃겨서, 하고 대답했던가. 모르겠다, 항상 정말로 뭐라도 내가 말하면 그게 뭐든 해 줄 것 같아서 웃긴 건데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파디는 진지한 남자라서 -ㅅ-;

 

벤구리온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파디와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공항이라니깐 한국이냐고, 해서 아니 벤구리온 공항이라고, 했더니 네가 팔레스타인에 있지 않으니 이젠 내가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어볼 수가 없구나, 하고 답장이 왔다. 이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그 메세지를 보고서 공항부터 뱅기 타서도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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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0 19:25 2017/08/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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