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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06
    나의 두번째 카메라(1)
    아침꽃
  2. 2006/09/06
    하늘은 참 파랬다.(3)
    아침꽃

나의 두번째 카메라

나에게 또 한대의 카메라가 생겼다.

이름은 니콘F-801s. 필름카메라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다.

그 사람의 아버지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한다.

애들이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찍는데는 기억의 한계를 느끼셨나부다.

그래서 외국에 나갔을때 하나 사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반대로...

 

그러나 그 사람의 아버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사람의 아버지는 몸이 조금 안좋으셨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셨다.

어느 날 그 사람은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있는 병원에 왔다.

 

치료를 받으시고, 아버지는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그 사람은 아버지가 카메라를 사는 것을 봤다.

엄마한테 혼날텐데...

 

이후 아버지는 사진을 찍었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동생이 똑바로 서있는 사진을...

 

그 사람의 아버지가 하늘로 가신 후

카메라는 장농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감히 건들 수 없는 기억처럼..

 

그 사람의 어머니가 그 카메라를 나에게 주셨다.

"어차피 쓸 사람도 없고, 카메라는 자꾸 써야 고장이 안난다고 하더라. 니가 사진을 찍으니까 잘 고쳐서 쓰고 있어"

 

카메라는 기억은 물론이며, 건전지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 유액이 잔뜩 흘렀다.

결국 병원에 갔다. 병원비는 8만원...--;;

 

그래도 그 사람의 기억과 그 사람의 아버지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그리고 내가 보는 세상을 또 다른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용해 보려고 한다.

 

조금 무겁고,

필름 값이며 현상 값이 많이 나갈 것이고,

사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사진이 엉망하겠지만...

 

그래도...

 

이 카메라랑 친하게 잘 지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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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참 파랬다.

* 민중언론 참세상[“누가 함께 했는가”] 에 관련된 글.

그가 떠나던 날 하늘은 참 파랬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를 비웃듯이 시리도록 파랬다.

 

 

 

이렇게 그를 보낼 수 밖 없었다.

난 뭘 했나.

난 그와 함께 했나...

 

 

 

오늘 포항에서 낭송된 조시다.

 

안녕!
- 고 하중근 열사 떠나는 길에

송경동

 


안녕
이젠 모두 안녕
하청도 재하청도
일용공 노가다 잔업 철야 대마치
반지하 월셋방 생쥐들
바퀴벌레 때전 이불
야이 개새끼들아
까닭모를 아픔도 슬픔도
새벽밥 눈칫밥 기름밥
새참의 빵도 우유도 라면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내 불우했던 어린시절
부잣집 아들을 꿈꾸며 지새우던 밤
살아, 서로가 서로에게
피눈물 진흙탕 갈퀴가 되고 송곳이 되던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2년만에 날 버리고 떠난 그 조선족 여인도
모두 안녕

안녕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삶의 여유
한번도 내가 발음해 보지 못했던
이 세상의 그 모든 좋은 말들
글을 몰라 쓰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들
그 여름의 파도소리
가을에 낙엽
겨울 눈송이
가끔은 낭만에 젖던 내 늙어버린 청춘도
모두 안녕

안녕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도 안녕
뒷머리를 찍던 방패날
갈비뼈 우스러지던 군홧발
척척 삭신을 감던 곤봉맛
퍽, 뇌가 깨지던 소리
내가 얼마나 하찮은 인생임을 가르쳐주던
짐승같던 너희들 목소리, 그 눈빛들도
이젠 모두 안녕

안녕
거짓된 세상 썩은 세상
이제 나 다시 착취받지 않으리니
이제 나 다시 차별받지 않으리니
너희들의 종이 아닌
제관공 하씨가 아닌
건설노동자 해방투쟁의 꺼지지 않는 넋이 되리니
새로운 세계를 주조하는 화엄 용광로가 되리니
착취받는 용접불꽃이 아닌
버림받는 산소불꽃이 아닌
포스코의 저 간교한 망각의 빛이 아닌
저 하늘의 영롱한 별빛이 되리니
벗들이여
저들의 세상 끝장내고
우리가 세계의 주인이 되어 만나는 그날
나 다시 이 형산강로타리에 되살아 오리니
단결 투쟁
인간해방 그날까지
그립던 날들아 사랑했던 사람들아 다 못한 이야기들아
굴하지 말고 지지말고
투쟁 투쟁 투쟁
이젠 모두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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