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곰치 작가의 글 중 처음 읽어본 글이다.

 

읽고나니 아리송하다. 뒤편의 해설을 보고나니 더 아리송하다.

 

읽으면서 화자인 남자의 태도와 말들을 견디기 힘들었다. 정연경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거북한 마음을 꾸역꾸역 참으면서, 이런 못난 중생 하나의 면면을 보여주려고 쓴 것일까 추측해봤다. 하지만 소설은 인간적 예수, 역사적 예수, 보편적인 하느님에 대한 화자의 일방적인 주장들만 늘어놓은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해설을 보니, 여자(정연경)에게 문어는 음식이지만, 남자에게 문어는 생명이라며 기독교와 예수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오, 마이, 갓이다.

 

정말? 저 시껍한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는게 이 소설의 내용이라고? 저렇게 있는 척, 아는 척 하지만 찌질한 밥상머리 파시스트에 불과한 인간에 대한 비꼼이 아니라? 차라리 정연경은 어느정도 속마음 보이게 행동하고, 상식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인류다. 동정녀 마리아를 믿는다 해서 죄를 짓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소설 속 화자에게 이렇게 분개하는 건, 내가 비슷한 이야기를 똑같은 태도로 한적이 많이 있기 때문인데, 아우, 그게 떠오를때마다 머리털까지 오그라들면서 바닥에 스며들고 싶다. 내눈에 아무리 맹목적으로 보인다해서,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예수를 오히려 모욕하는 것으로 보인다해서, 그렇게 깔보고 무시할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

예수를 인간으로 칭하든, 용서받지 못할 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영혼의 독을 없애고 싶든 어찌든, 그 싹퉁머리 없는 태도부터 고쳐먹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예수와 사랑과 용서를 얘기한들 가당키나할까. 소설 속 화자같은 인간의 입을 통해 역사적 예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예수를 모욕하려는 심산이 아닐까 싶어진다. 바울로신학, 교회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지만, 정작 화살은 예수 자체에게 겨눠지고 있는 게 아닌지..

 

그래서 생각이 드는게, 화자나 정연경이나 둘다 예수/기독교/종교의 테두리 안에 결박되어 있는 중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도 싶다. 마음으로 만나지 못하고, 속살이 닿지 못하고, 온갖 나뭇잎들로 둘러싸여있는, 아담과 이브. 이런 외피를 사람에게 뒤집어 씌워놓은 게 대체 무엇이냐 - 그게 단지 기독교라는 종교일 뿐이냐.

 

 

아, 하지만, 이 작가, 너무 진지하게 예수와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 너무 아리송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