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힐러리에게 자필로 편지를 보냈다는 기사제목을 보고, '저게 무슨의미임', '왜 저런게 기사가 되는거임', ' 등등 생각하다가, 어렸을 적 학교에서 시키던 대통령에게 편지보내기 같은 뻘짓이 떠올랐다. 한번 떠오르고 나니 점점 구체적인 뼈대가 갖춰지는데, 이 기억을 지우지 않고 지금까지 어느 구석에 구겨뒀다 이제사 꺼내는 게 신기했다. 의식 바닥에 가라앚아있으면서도 지워지지 않고 오래가는 기억이 정말 있구나.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기억들 중에도 그런 게 많겠지?

 

 

 

아무튼, 그 땐 초등학교를 다닐 때 였을 건데, 한국의 대통령이나 미국의 대통령 같은 세계의 '위인'. '훌륭한 지도자' 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도, 이런 편지를 쓴다고 전달이 될까?, 읽어보기나 할까? 미국대통령은 한글을 알까? 라는 의문은 있었지만 써야하니까 썼다.(참, 때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국군장병들에게도 편지를 썼구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을 국군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만하면 언제든지 관계맺을 수 있다는 건 참 그럴듯한 일이구나. 쩝) 

난 미국대통령에게 썼는데, 그 때 걸프전이 일어난 무렵이었나보다. 지금 얼핏 떠오르는 편지 내용은 세계 평화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는 미국 대통령님하, 이라크에서 전쟁을 하느라 걱정이 많으시겠다, 열심히 싸워 세계평화를 지켜달라 - 였을것.

 

떠오르고 나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저런 내용을 아무 의심없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썼을 걸 생각하니 섬찟하고. 지금 교육은 뭐 얼마나 바뀌었을까?

 

 

 

언젠가는 초등학교 때 써논 글묶음이 집구석에 있어 펼쳐봤는데, kal기 폭파시킨 악마 김현희... 운운하는 내용이 있어 시껍했었다.(아마도 초등학교 1, 2학년 무렵 썼던듯?) 난 매우 훌륭한 반공어린이였던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사회주의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가난해지고 게을러진다고 나온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