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잘 다녀왔다.

준비를 발로 했는데, 그래도, 문제 없이 잘 진행된 것 같다.

교육이야, 어쩔 수 없지만, 다들 별로 재미 없었을 테고-(난 신났었다).

한적한 장수 시골이 너무 맘에 들었다.

아무일도 일어날 것 같이 않은 공간 - 이런 곳에서, 아무일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고 싶다. 별이 참 많이 보였다.

더 진국은 원래는 점심 무렵 흩어지기로 했던 오늘이었다.

뒤풀이가 늦게 끝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정신없이 그곳을 나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다들 멍한  정신에 피폐한 몰골이었다.

전주로 달려와 강연을 듣고나서, 우리, 소풍이나 갈까? 라는 제안에 모두들 좋아좋아 해서 소리문화전당으로 놀러갔다.

아무런 예정도, 준비도 없던 소풍이었다.

야외공연장 잔디밭에서, 어떤 놀이를 해볼까냐며 서로의 의견을 모았고, 맨처음 했던 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규칙도 가물가물해서, 이리저리 맞춰보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언제 밤을 샛냐는 듯, 모두 화색이 돌았다.

다음엔 '얼음 땡'.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헥헥거리며 뛰어다녔다.

즉석에서 놀이를 준비해, 단어가 주어지면 몸으로 표현해 맞추는 게임도 하고,

잔디밭을 뒹구르며 어린애들 마냥 놀았다.

이렇게 천방지축 뛰어노는게 얼마만인지 가물거린다.

날씨도 너무 좋고, 그냥 이렇게 끝없이 뛰어놀고 싶었다.

자유로웠다.

 

내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본다.

내가 자유롭고 싶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데 난 자유로운가?

어떤 게 자유로운 걸까?

열심히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즐겁게 살면, 좋은 사회일까? 걱정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 수 있는 사회이면 되는 걸까...?

어느 한편에 아픈이가 없는 세상이면 좋겠다. 만인이 즐거워도, 그 한 사람이 없는 세상..

지금 이 순간, 자유로운 나는, 그 한 사람을 떠올리면 자유로워지지 않는다.

애써 그걸 지우며 자유로우려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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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맞아 계획에 없던 무엇을 짜내며 같이 하는 것, 참 즐겁다. 이런 거 많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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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저질이다. 나만 그런 건 아니고, 모두. ㅎ. 얼음땡 15분이면 지쳐서 움직이질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온몸을 마음껏 휘두르는 거, 너무 기분 좋다. 어떤 동작을 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몸을 쓴다는 것은 단지 근육의 사용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 순간 내가 느낀 해방감은, 몸이 그려낸 동작으로 나를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춤명상이랄지, 움직임을 이용하는 프로그램들이 떠오른다. 여전히 그것들이 내키진 않지만, 이렇게 놀이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고 싶다. 아, 뭔가, 이런 비슷한 경험을 보태줄 운동이 있지 않을까?

되짚어보니 예전에 잠깐 택견을 배울 때 그랬던 것 같다. 어렸을 적 태권도를 배우러 다닐 때는 느끼지 못했던 내 몸에 대한 대견함, 소중함 등이 있었다. 그 택견패와 풍물패, 탈춤패가 주말에 같이 신명나게 공연을 하고, 어울려 뒤풀이를 갈 때 느꼈던 후련함도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택견패가 있을까? 나도 탈춤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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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필요하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런 공간.

건물 앞에서 뛰어다니며 노니, 이곳에서 놀지 말라고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말린다. 공간이 사유화될 수록, 금지되는 것도 늘어간다. 함께 부딪힐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중고등학교 땐, 쉬는시간이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운동장, 체육관이 있었지만 대학와서는 그런 공간이 없었다. 그만큼 몸으로 얻는 경험이 줄었다. 꼭 운동장이어야 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