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냐는 질문.. 뭐, 좋다.


하지만,

그동안 목숨 던져가며 질문 던진이들에 대해서는 그토록 잠잠하다, 왜?

이 추운 날 안녕하지 못하다며 노숙하고 고공농성하고, 심지어 음독하는데, 여기에는 답하지 않다가, 왜?

그동안 수도없이 목터지라 외칠 때는 아무도 듣지 않다,

이제와 마치 처음인 것 마냥 소비하는 언론과 대중을 신뢰할 수 없다.

 

특히 연달아 붙어있던 대자보들 중, 용기없음을 고백하는 대자보에 너무 화가났다.

지금까지 용기없었지만 이제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난 용기없으니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그 태도.

좀 봐달라는 그 옹알이. 난 당신의 용기없음에 면죄부를 주고 싶지 않다.

당신의 용기없음이 최종범을 죽였고, 유한숙을 죽였으니까.

 

 

난 첫번째 대자보도,

이 세상이 잘못된 거고, 우리의 방관은 어쩔 수 없던 것이라고 합리화가 포함된 걸로 읽힌다.

 

안녕하냐고 묻는 거 좋은데,

그렇게 묻기 전에, 당신은 이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이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그냥 놓아뒀는지,

당신은 이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책임이 없는지,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앞으로 바뀔 여지가 하나라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쩔 수 없었다면, 앞으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니까.

지금까지 그래왔는데, 반성없이 앞으로 그러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역사이고, 상식이다.

 

 

덧붙여, 이 대자보가 뜬 건 고려대이기 때문일거라는 혐의가 들어서 마음이 불편하다.

언론이 '고려대 학생'들에게 가지는 관심만큼을,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에게 쏟았다면,

세상이 그리 안녕치 못했을까?

그리고 언론이 이렇게 다룬 것은 그것이 '대자보'였기 때문이라는 혐의가 들어서 또 불편하다.

각 대학교에 번졌던 최종범 열사의 분향소는 몇개 언론이나 실었나?

분향소와 대자보 사이의 간극.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너무 시니컬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