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는 거북하다.

하지만, 언제나 혁명적인 동지들의 입성과 달리

잔치는 끝나지 않았나? 아니,

잔치는 있었던가?

잔치는 도래할까?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 않는 게 더 못미덥다.

나는 갸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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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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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제목을 알게 된건 얼마되지 않았다. 한 친구의 블로그에서, 내가 같이 학교를 다녔던 전대협세대의 학형이 메신져 닉네임을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해놓았었다는 코멘트를 읽었다. 그 땐 그게 시 제목인 줄도 몰랐다.(그 코멘트를 단 사람 역시 이게 시라는 걸 몰랐거나, 혹은 어떤 내용의 시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싶다.) 그렇게 지나치고서, 친구와 찻집을 갔다 책장을 두리번 거리는데, 이 문구의 시집이 보인다. 그래서 냅다 펼쳐 읽어보았다. 시 내용이 낯설진 않았다. 오며가며, 한번쯤은 들어봤을 시였겠구나. 그러고보면 우연과 우연이 만나 이렇게 하나의 끈이 된다. 먼저 블로그의 글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문구를 마음에 담아두었을까. 하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스쳐 지나가며 읽고서도 간간이 '잔치는 끝났다'고 중얼거렸으니. 찻집에서 그 제목을 처음 발견했더라도 손이 갔을거야. 그런데 난 잔치를 벌여낼 만큼, 20대를 보냈던가? 그래서 정말 무에 꺽이기나 한 것일까. 한 것도 없으면서, 잔치는 끝났다고 옹송거리는 내가 한심하다.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