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함 뒤에...

from 이런저런 2008/12/16 21:45

그동안 참 잘 버텨왔단 생각이 들었다.

몇 달동안 무척 바빴고, 그 일들마저 지금은 끊어지고 나니 앞날이 막막할 뿐이다.

불경기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자기 회사에서 일해보겠냐던 친구의 제의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간신히 최저 임금 수준을 넘긴 일터에서 일할 생각을 하니, 아이가 유난히 눈에 밟히더라. 누군가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고민 끝에 항상 바쁘신 시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봐주겠다고는 하신다. 하지만 신뢰가 가진 않는다. 그건 아버님이 아이를 잘 못 보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님이 항상 바쁜 분이기 때문이다. 아버님은 어느날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갑자기 아이를 봐주겠다고 하는 약속을 취소해 버리신다. 웬만하면 지키려 노력하시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저 갑갑할 뿐이다.

 

그나마도 이젠 물건너 가버린 상황이고, 오늘은 하루종일 걱정 끝에 한숨만 터져나왔다. 앞으로의 생활비와 아이 교육비, 의료비 들이 막중한 부담감으로 날 짖누른다. 부모님께 적은 돈이나마 보태드려야 하고... 주변 인물들도 갑갑하고 나도 갑갑하다.

난 왜 이다지도 능력이 없는 것일까?

 

내일은 좀 달라지려나?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다.

슬픈 이야기고 공감도 가고 환상과 몽환도 곁들여져 있다.

그리고, 이건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한 스토리는 못되는 것 같다.

"간과 감자"를 봤을 땐 정말 그 놀라운 충격과 스토리 인물들에 감탄을 했는데 꽃섬은 그저 착하고 나처럼 비참하다. 영화도 봐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2/16 21:45 2008/12/16 21:45
Tag //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