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놈

from 이런저런 2008/09/29 21:52

그 사건은 참 오래된 일이다.

내가 7살 때 우리 동네에서 있던 일이니 거의 30년 된 일이지.

그건 정말 충격이었다.

 

한밤중 온 가족이 밥을 먹던 때였다. 아니, 저녁 식사 때니까 한밤 중은 아니다.

텔레비젼에서는 공룡에 관한 영화가 나오고 있었고 난 밥을 먹다가 멍하니 있었다.

그땐 가끔 그랬다. 뭘 하다가도 정신 놓고 멍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바깥에서 붉은 빛이 돌며 환해졌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사건은 그러했다.

그 사람이 집에서 자신의 딸을 의자에 묶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집에 불을 지른 것이다. 소방차는 조금 늦게 왔던 걸로 기억한다. 소방차가 올 무렵이었을까?

한 사람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딸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릴 때 난 줄곧 집에 혼자 있었다. 형제들은 많지만 다들 각자의 생활이 있었고 부모는 일하러 나가시고 난 혼자 감금생활을 했다. 혼자 문을 열고 닫을 수도 있었고 낯선 사람이 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줄도 알았고 어릴 때 난 학문적으로 모르는 것 외엔 아주 똘똘한 아이였다. 어린 것이 혼자 그렇게 대처하긴 힘들다. 그리고 증오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아주 냉정해졌다. 그래도 동네 아줌마들의 관심이 그나마 쿨한 나를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해 준 것 같다. 아줌마들은 자기들끼리 말한다. 내가 그 이야기에 끼어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난 아줌마들에게 질문을 하는 일도 없고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그녀들이 무관심한듯한 관심 속에서 약간의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꼈을 뿐이다. 그 아줌마들은 그 화재사건에 대해 날 의식하면서 쉬쉬 해가며 이야기를 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 사람의 딸은 초등학교 5학년 쯤이었고 학교에서 공부도 아주 잘했다. 아마 죽었을 거다. 그 사람은 살았다. 그리고 화상으로 죽었을런지 모른다. 그 화재가 있고 한참동안 그 집 주변으로 검은 그을음이 있었고 창문은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런 게 떠오를까?

아직도 내 주변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제발 그 미친놈처럼 너도 미치진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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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21:52 2008/09/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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