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from 분류없음 2011/03/14 22:14

단순함의 극치가 복잡한 공부를 하고,

대충이, 헐랭이가 치밀하기 짝이 없는 일을 배우며

1년을 났다.

 

다시 이 곳에 온 것은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는 목적이었으나

꾀꼬리처럼 반복 작업을 하고 있는 나는 정말 무어냐...

 

생협 콜센터 일을 1년간 했다.

귀의 통증이 상당하고, 가끔은 이명이 들리며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퀭한 기운이 하루 종일 맴돈다.

나를 잃지 않고 싶다. 정말!

 

사실은 골 아픈 활동을 쉬면서 일이 힘들어도 곧잘 이겨냈고,

공부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만났으며

이제 곧 나올 미약한 토론과 공부의 성과들을 내 손으로 일구고 있는데도....

몸의 피로감은 가시질 않는다.

 

또 다시 마주한 선택의 기로

지역에 밀착해서 새로운 활동들을 만들어낼 것인가

혹은 안주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보다, 이제 진짜 쉬고 싶다.

졸업하기도 전에 들어간 문화원은 어차피 생계 목적이었지만

그 반동성에 치가 떨려 그만두고,

결혼 후 울산에서의 두 달은 악몽 같았다.

 

정말, 어찌 된 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리 삐어 쉰 두 달 말고는,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10년간, 나는 여전히 일하는 기계가 되어 있고 타인을 빨아 먹고 사는 기생충이 되어 있다. 지역 활동이 활발한 곳에 거주하며 생활과 운동이 밀접한 연관을 맺는...뭐 그런 상을 꿈꾸었는데 막상 용기가 잘 나지 않는다.

 

머리보다는 몸으로 살아온 것 같은데,

이제는 머리와 몸 모두 빳빳이 굳은 것 같다.

한 발 내딛으면 어렵지 않다는 것, 힘은 들어도 알아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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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4 22:14 2011/03/1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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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원 2011/03/27 00:22

    참. 쉬기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몸 잘 챙기세요.... 

  2. 백곰 2011/03/27 11:31

    수원여노에서 활동할예정이에요^^
    잘 됏다 싶어요 해가 지났는데 동지도한번봐야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