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말

from monologue 2010/04/22 23:01

그립다. 거기서 당신과 나누던, 그 포말.

그렇지만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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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23:01 2010/04/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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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from monologue 2010/04/22 22:58

마주칠 일이 없을 줄만 알았지.

까마득한 기억.

 

자꾸만 약해지는 나를 보며

흙먼지 잔뜩 씹히는 요 며칠을 보낸 듯 하다.

 

몇 세기 전에나 이어질 법한 고통들.

어디에 걸어야 하나, 나의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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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2 22:58 2010/04/2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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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쁘다

from monologue 2010/03/27 03:42

한걸음님의 [사무실 앞 동헌 산수유] 에 관련된 글.

 

굳이 산수유 보러 섬진강 끝자락까지 갈 필요 있나.

울산에 피는 산수유, 동백이 이리도 예쁠 줄이야.

많이 그리울 것 같은 동헌.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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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7 03:42 2010/03/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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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동을 기억하는가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雪)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쟁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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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03:16 2010/03/2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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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론

from monologue 2010/03/25 03:08

 

무엇이든 100% 내 혼신을 다해 열심히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을 때

다른 통로를 찾는 일이 허무하지 않기 위하여.

 

학생 운동을 하면서부터 갖게 된 내 가치관에서 명징하게 보이는 것 하나,

싫고 좋고의 분별이 분명해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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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03:08 2010/03/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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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들의 정리.

 

1. 믿고 있던 표현예술치료 강좌가 수강인원이 안 되어 폐강됐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고작 고거 공부하겠다고, 다 뒤집어 엎고 때려치면서

지긋지긋한 이 울산 뜨겠다고 그 난리법석을 떨었던가.

믿어 의심치 않아왔고 간절히 바라던 하나의 목표,

갑자기 그 목표가 사라졌을 때에도

평정을 유지해야 하느니..

강좌 하나 개설된다고, 또 없어졌다고

일희일비하지 말자.

 

2. 부쩍 이주노동자 일들로 욕을 많이 먹고 있다.

아마도 내가 욕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던진 그만큼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나 보다 생각하고 있다.

대부분 소통이 안 되어 오해로 빚어진 일들이나, 속상하긴 하다.

운전하면서 도로 위에서 내 평생 들어먹을 욕들의 반 이상은 들었다 생각하는데,

이런 - 혼자 이주센터 일을 하면서까지 각종 비난들을 막판에 듣고 있노라니.

한 것 없이 고마움을 받은, 그런 관계의 끝이 이 모양이구나, 생각하고 있다.

 

3. 혐오,에 대해 생각한다.

자꾸 혐오가 늘어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는 추노의 명대사, 왜 그것만 머리 속에 맴돌까. 내가 변해야 한다. 내가 혐오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기억해야 할 나의 권리들이 더 많은데 어찌, 타인의 좋지 않은 모습들만 기억해내려 애를 쓸까. 잊자. 어차피 나에게 중요한 건 그런 집착이 아니다.

 

4. 어떤 것이든 내게 무엇을 할 수 있는, 또 어떤 걸 하고자 하는

목표나 에너지, 활력이 소진되지 않도록

가꾸는 것.

그래서 내게는 내 앞에 놓여 있는 '시작'이 중요하다.

과거의 인연들에 연연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자.

현재 내게 가장 의미 있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의 시작,

큰 기대도 설렘도 없이 무던하게 어떤 걸 시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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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22:13 2010/02/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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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사.

from monologue 2010/02/18 00:39

이사를 결정했다.

화성 봉담으로 갈 것 같다.

 

3년 전 쯤, 막 울산으로 오기 전에

이 곳은 잠시나마 내 삶의 터전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었던 곳,

활동의 터전이기도 했고,

고통의 터전이기도 했다.

마찌꼬바들이 즐비한 이름 모를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언제 내 조합원이 잡혀가지는 않을는지 노심초사했던 곳이기도 하고

훌쩍 떠나니 또 그만큼 그리워했던 곳이기도 하다.

 

남편과 함께 살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 하며

섣부르게 울산으로 갔다.

그리고 많은 걸 얻었다.

 

일단 사람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비교될 수 없는....

그리고 게으름과 휴식, 서울서 비교도 안 될 만큼 놀며 활동했다.

답답함 조차도 얻었다고 표현해야 옳을 터.

 

중공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인심좋은 텃세도 싫고

여성들의 삶을 착취하는 남성활동가들의 삶에

대항해 싸우다가도 투항해 존경할 수밖에 없는, 

내 처지에도, 이골이 났다.

어디든 가면 마찬가지가 아니라, 어디든 가더라도 이대로는 살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먹고

쉽지 않은 결정으로, 다시 올라오기로 했다.

 

떠나자. 빠르게,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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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00:39 2010/02/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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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취기를 빌려 잠이라도 청해보지만 혈관이 수축되어서 그런가,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어서 그런가. 정신이 더 선명해진다.

결혼생활이 나에게 주는 - 정확히 말하면 결혼 생활에서 오는 것인지 혹은 나와 맞지 않은 사람을 선택하여 함께 살고 있는 나에게서 오는 문제인 것인지 모르겠다- 지점들을 풀어내지 않으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미치게 만드는 고민들 여러 갈래...

 

1. 여성생계부양자 모델

유독 운동권 부부들에게 약한 것은 ‘생계부양’이다. 결혼제도 자체가 가부장제를 원활하게 기능하기 위해 모여진 사회적 단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

남성의 해고와 남성이 가치를 두는 신념은 왜 그리도 특수한가.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가.

이랜드 투쟁에서 보여준 훌륭한 여성 동지들은 밥 지어야 하고 애 돌보는 일이 투쟁하는 것보다 위였다. 혹은 둘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한다. 전화걸어 집에 들어오라며 꽥 소리지르는 개념 없는 남편들이 어디 그 사람들만의 사연이던가. 운동권 남성들은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은 '생활력' 자체가 없는데다 가부장적 생활 습관까지 남아 있어 이들과 살고 있는 여성들 역시 이중고를 겪는다. 그러고도 오히려 운동권 부분들은 이혼도 쉽게 못 한다. 가사노동과 일상에서의 여성 억압과 여성생계부양이라는 꼬리표, 여성들에게는 떠나지 못하는 숙제다. 여성생계부양자 모델은 유독 운동권 부부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남편의 해고와 복직 투쟁과 이에 대한 나의 생계 책임을 당연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여성들이 결혼하며 다짐하는 1순위가 되어야 하는 서글픈 현실..._-;)

 

2. 살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속물이 되어가는 여성들

가사노동과 육아만이 아니다. 싼 값에 조금 더 좋은 환경의 집을 알아보는 것, 명절 때가 다가오면 이번엔 어떻게 전선을 칠까 하며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것, 집안 살림과 향후 가족의 전망에 대한 계획 이 항상 '돈에 대한 집착'으로 연결되는 등... 일반 사람들이 살며 떠안는 모든 고민들이 여성의 몫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여성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활동가적 자세와 가부장제, 자본주의라는 체체 사이의 긴장들이 끊임없이 여성들을 억누른다. 내가 지금 그렇다. 나는 이런 모든 고민들을 나에게만 전가한 채 할 일 없이 누워 티브이를 보거나 바둑을 두거나 기타를 쳐대는 내 남편같은...그런 남성들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3. 여성들을 착취해 운동하는 남성들

이들의 고귀하신 사회 운동에 대한 헌신은 무엇에 의해 유지되는가. 가부장성을 꼬집고 비난하는 많은 남성 활동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고당하면 아르바이트를 못하는가, 운전이 가능한 자라면 대리운전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쉽지 않다’는 핑계,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레파토리, 언제까지 지속시킬텐가. 이들은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루는 쟁점과 이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에서는 약이 오를 만큼 전문가다. 매번 회의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대하는 방식 역시'정파적 대립'과 ‘동지적 예의’가 상존한다. 어쩔 수 없이 거대한 사회체제로부터 직접 희생당하고 있는 게 자신이므로 자신은 모든 일상의 영역에서 '자신의 특수함'을 내세울 수 있고 존중받아야만 한다. 다른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없으니, 이들이 선택하는 희생양은 자신의 가족(부인)이다. 이혼 아니면 체념하며 도 닦고 살기 왜 이러한 파탄으로 모든 것들이 귀결되어야 하는지?

 

4. 직장 다니며 가정에 헌신하는 남성들의 도덕성

운동권 남성에 대한 환상이 가차 없이 깨져 있다 말하는 여성활동가들이 태반이다. 활동이 목적이 아닌 생계를 목적으로(남편의 활동 유지를 위해 벌어먹일 목적으로) 식당으로 마트로 진출해있는 여성들 한 둘인가...결혼 선배인 언니들과 만났을 때에도 항상 비교하는 것은 사회운동 굳이 하지 않고도 직장 다니며 가정에 헌신하는, 사회 문제 몰라도 생활력 있고 예의바른 남성들이 여성들에게도 잘한다는 것....생활력 하나 없이 자기 밥벌이 하나 못하면서 가족과 타인에게 짐을 지어온 수많은 그 잘나신 ‘놈들’이 무슨 운동가라고 떠들며 다니는가. 이런 이야기 속 시원히 했다가 맘 불편한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수차례. 아..정말...

 

개인이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노동을 해야 살 수 있는 사회라면, 그리고 그게 현실에서 불가피하다면, 왜 '공동으로' 희생할 수는 없는가. 결혼이 불가피하게 강제하는 영역인가, 남성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가? 운동권 남성들의 고치지 못하는 게으름과 여성들의 히스테리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인가. 행복하자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왜 본인들은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일상을 사며 자신의 건강은 망치고 있는 건가...

 

 

 고민을 하다가 남편의 발자국 소리라도 들으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심장이 많이 약해져 있는 듯하다.

 

 

결혼하며 느낀 것은 새삼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었다는 것에 무척이나 여러 번 감탄한다는 것이다.

 

내 생에에서 지웠던 말들이 '인내와 양보'였는데 지금은... 

인내와 양보, 그래, 의연하게 하자. 하기 싫어도 하자.

바뀌지 않으면 내가 바뀌어야지, 무엇이든 속시원한 선택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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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7 03:50 2010/02/07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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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밤,

from monologue 2009/11/02 01:18

날이 선 갈등 위에 초연히 버티고 서는 힘으로 묘사한다면

금방이라도 찔릴 것만 같겠지,

나보다 배로 힘든 일상들을 사는 이들이 널렸고만

이 무슨 엄살과 억지인가.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나의 전망과 나의 삶.

하지만 요즘들어 그 '의심'이란 걸 하고 있다.

 

외떨어진 곳에서 유유자적하며 시간 흐르게 놔두는 것보다,

버러지 같은 군상 속에서 '사는'일이 오히려 대단한 것이라고

어느 작가가 이야기했던가.

 

스물 일곱, 무얼 끝맺기에도 시작하기에도 진행하기에도,

매력적인 나이.

 

다시, 시작이다.

어떻게 해서든 끈질기게 살아주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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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2 01:18 2009/11/0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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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전 날, 결혼 2년차인 나에게도 드디어 명절 컴플렉스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속이 부글거리고 소화도 안 되고

자꾸만 도망치고 싶고....시댁한테는 제사지낸다면서 꼬박 꼬박 돈 주고,

제사를 지내지 않는 우리 집에는 형편상 한 푼도 주지 않는 이 불평등!함, 

이제서야 느끼기 시작한다.

 

종가인 시댁의 엄청난 제사 규모에 20만원 꺼내 지출하는 것조차 속보이고 미안해서

올 해는 10만원을 더 얹어주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 있다.

된장, 나와 남편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살게 생겼는데...

 

둘째 동서네가 아이를 가졌다.

 

이제 나에게도 아이를 가지라는 주문이 쇄도할 것이다.

 

남편이 7개월째 실업 중이다.

 

자발적 실업인 주제에 타의에 의한 강압적 실업으로 포장하고 있어서 미칠 지경이다.

 

센터 반상근을 하고 있어 당장의, 심리적 안정은 채워주지만...

 

고약한 나는 잔심부름 등의 잡무를 맡기기에

 

저항하면, 정말 미안하다-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이 생활도 며칠 째 하다보면 서로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될 때가 올 터.

 

남편의 생계를 책임지기 싫다. 헌데, 시댁에 가서 몸종 노릇까지 해주어야 하다니...

 

바쁘니 어쩌니 하며 말하면 싸늘한 시선과 함께 들어야 할 욕은 내가 들어먹고,

 

아! 지옥같다.

 

다 끊고 가지 말까, 제사에 가지 말아버릴까...

 

남편 눈치보다, 시부모한테 미안해서...그것 때문에 또 그렇게도 못 한다.

 

참 나도 바보 같구나. 무엇이라는 이름이 나를 당당하게 만드나.

 

성폭력 피해 생존자?

 

웃긴 이름이다. 나야말로 주변 사람을 억압하며, 또 나를 억압하는 기재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그 족쇄속으로 들어가 얽매여 산다.

그런 나는

저런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으리라 결심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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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2 02:19 2009/10/02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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