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가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한 이유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9/10/16 11:56
  • 수정일
    2009/10/16 11:56
  • 글쓴이
    진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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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가 유엔 특별보고관 초청한 이유 
[미디어 바로미터]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2009년 10월 14일 (수) 16:40:17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media@mediatoday.co.kr)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방한했다. 국내외 민간단체들의 오랜 노력으로 성사된 행사이다. 아시아 지역과 한국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짚어보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리고, 한국 표현의 자유 현황에 대한 워크숍도 개최된다. 불온서적, 미네르바, 조중동 광고주 목록, 언론의 자유, 촛불, 광화문광장, 테이저건, 시국선언 등 최근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에 대하여, 당사자들이 프랑크 라 루 레이 특별보고관 앞에서 직접 증언한다.

왜 유엔 특별보고관을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들이 초청하였을까. 대한민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만 열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론하는데, 유독 인권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모르쇠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 후퇴가 참으로 심각하다고 보는데, 정부는 강경대응 기조에서 변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민간단체들이 직접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 표현의 자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지게 됐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없는 자의 자유’이며 ‘비판의 자유’이다. 재력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언론이나 출판 수단을 다양하게 동원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엘리트 관료들의 주장은 언제든지 언론에 보도되고 널리 알려지지 않던가. 

표현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특별히 보호하는 이유는, 이러한 권력, 특히 국가권력에 대하여 저항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일반 시민과 노동자에게 제대로 보장됐을 때만이, 주권이 이들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가 참기능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과 출판 수단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표현의 자유’의 실질적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대놓고 헌법을 유린했지만, 지금 정부는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요설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요사스런 수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실태를 잠깐 돌아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멋있게 꾸며놓은 광장에 모일 수 없고, 집회나 시위자에게는 진압봉이 기다린다. 정부를 비판하면 보복이 돌아온다. 집회 시민들을 향해 장봉을 휘두른 경찰을 비판한 인터넷 게시물들이 초상권 침해라며 일제히 삭제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의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유엔에서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간 한국의 표현의 자유 양상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인권단체들도 몇 년간 표현의 자유와 같은 자유권 문제에서 경제사회적 권리에 대한 문제로 관심을 옮겨왔다. 

특히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의 활약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집회 시위 등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있어서 한국 정부에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견제해 왔다. 

그런데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국가인권위원장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스스로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신임 현병철 위원장이 지난 9월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서 정부의 인권위 축소가 정당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인권위가 행정부 아래 있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인권단체가 인권위에 우려 서한을 전달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인권위의 오늘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우리 인권이 처해있는 위기를 드러낸다.

특별보고관의 방한에 기대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현실이 비참하고 속상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신 차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권의 안위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헌신짝 버리듯 해서야 글로벌한 국가 위상을 갖출 수 있겠는가.
최초입력 : 2009-10-14 16: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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