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간접감청 직접감청 논란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9/05/12 11:12
  • 수정일
    2009/05/12 11:12
  • 글쓴이
    진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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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SBS 시사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이 '간접감청'을 위해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지요. 수사기관이나 국가정보원이 직접 감청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회사를 통해 감청하여 불법 감청 시비를 줄이고 감청을 투명하게 집행하겠다더군요. 이를 위해서 휴대폰, 인터넷 등 모든 통신사업자에게 감청설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한성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실제로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제9조(통신제한조치의 집행) ①제6조 내지 제8조의 통신제한조치는 이를 청구 또는 신청한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집행한다. 이 경우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야 한다.
  1. 체신관서 그 밖의 관련기관 등(이하 “통신기관등”이라 한다)에 통신제한조치의 집행을 위탁하거나 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
<-- 여기까지는 이한성 의원이 말한대로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직접 감청하지 않고 통신기관에 "감청 협조를 요청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조항과 관련한 제17조(벌칙)에 가보면 "제9조제1항제1호를 위반하여 통신기관등에 그 집행을 위탁하거나 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하지 아니하고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름 강력한 의지?!
그.런.데.

  2. 제1호에도 불구하고 제7조제1항제2호 및 제8조제8항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군용전기통신법」 제2조에 따른 군용전기통신(작전수행을 위한 전기통신에 한한다)에 대한 통신제한조치의 경우에는 통신기관등에 그 집행을 위탁하거나 집행에 관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 
위 1호에 대한 예외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간접감청 의무화에서 제외되어 직접감청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여기에 해당되는 제7조제1항제2호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국가, 반국가활동의 혐의가 있는 외국의 기관·단체와 외국인,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사실상 미치지 아니하는 한반도내의 집단이나 외국에 소재하는 그 산하단체의 구성원의 통신에 대하여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를 할때"에 해당합니다. 통상 '외국인 감청'이라고 이야기되지만 보시다시피 일반적인 외국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범민련처럼 해외 단체의 국내 회원인 경우에도 이 조항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경우 감청할때 법원의 영장이 필요없고 대통령이 승인만 해주면 되는데요, 문제는 그 대상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국가정보원 등 정보수사기관만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현재 국가정보원의 내국인/외국인 감청 실태에 대한 통계도 전혀 없고 완전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식적인 감청 통계에서 국가정보원은 전체 감청의 98.5%(전체 9,004건 중 8,867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으로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인 것이지요. 일반 범죄수사에 해당하는 검찰과 경찰은 각각 24건과 94건만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국가정보원의 비밀 감청 권력 제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8조제8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른바 '국가안보를 위한 긴급통신제한조치'에 대한 규정인데요,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수사기관이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때 36시간까지 대통령 승인도 없이 감청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제8조 전체적인 긴급감청 제도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나마 일반적인 긴급감청 제도는 36시간 이내 끝나는 경우 긴급통신제한조치통보서를 법원에 송부하도록 하였는데요, 8항에 해당하는 긴급감청은 그나마 아무 곳에도 통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로 36시간 이내 끝내는지 아니면 36시간 넘어 마구 감청하는지 누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 물론, 이 직접 감청 장비는 불법 감청 논란을 빚었던 국정원의 개발품 CAS 시스템과는 다를 겁니다. CAS는 성능이 떨어지는데다 대상자 200m까지 접근해야 했기 때문에 감청이 번거로왔다고 하더군요. 감청은 해당 통신 장비를 운용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만큼 잘 할 수 있는 자가 없죠. 따라서 감청 장비는 전체적으로 통신사업자가 구비하도록 의무화하고, 국가정보원은 '외국인 감청'이라는 명분으로 통신사업자의 감청 장비 안팎에 자기의 비밀 감청 장비를 덧붙이는 겁니다.
여전히 이 감청 장비로 감청하는 것이, 외국인인지 내국인인지, 36시간만 감청하는지 그 이상 감청하는지는 국가정보원 밖에 모르는 거에요. 기술적으로는 업그레이드하고 자신들의 비밀 권력도 유지하고,정말 기찬 생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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