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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5/11

아름다운 모습 [알헨티나에서 열리는 미주 정상회담과 그를 둘러싼 투쟁들에 부침]

 

북미와 남미를 가로지르는 자유무역지대에 대한 (적어도 애초 미국이 가지고 있었던 계획과 같은) 기대는 물 건너 갔다고 봐도 될 듯 하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FTAA가 애초의 문안대로 통과될 것이라 보고 있지 않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저항이 수백년 외세와 자본에 의해 고통받았던, 그렇기에 종속이론과 같은 이론이 처음 제기되었던 남미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남미의 많은 인민들은 선거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거센 압력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줄 대리인들을 선출하고 있으며 거리에서의 저항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거시역사적으로 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이 시기는 여러모로 거대한 변혁기이다.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의 등장과 더불어 형성되기 시작했던 초국적 경제/정치질서는 이전까지 한 세기 넘게 지구를 지배했던 민족국가 단위의 국제간 질서를 대체해가고 있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의 시기와 겹치며 등장한 신자유주의의 이념이 전지구를 휩쓸며 국가간 그리고 개인/집단간 더 큰 빈부격차를 만들어내고 또 수많은 인민들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으나, 그에 대한 저항 또한 조금씩 그 틀을 갖춰가고 있으니.. 모든 모순은 그 모순이 지양되는 방식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봉건제 말기 대대로 경작해왔던 땅을 떠나 도시로 갔던 농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자본주의의 등장을 완성해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1789년 바스띠유 감옥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던 빠리지안들은 자신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프랑스 혁명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날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허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거시적인 변화라는 것이 결국은 구체적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개인 하나하나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 그 "참여"의 내용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역사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하여 싸우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것이 가부장적 문화를 둘러싼 가정에서의 싸움이건, 권위주의를 둘러싼 직장에서의 싸움이건, 경제불평등의 문제를 둘러싼 노동현장에서의 싸움이건, 姸╂愍꽂??탈을 쓴 제국주의에 대항한 싸움이건.. 싸우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런 싸움들이야말로 역사의 진행방향과 속도, 그 범위를 조정해나가는 과정, 역사의 진로를 결정해가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싼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이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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