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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지하철/버스 파업 결정을 보며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파업을 다시 철회하고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갔지만, 한달 가까이 지리하게 끌던 협상은 삼십여분전 뉴욕시간으로 새벽 세시에 결국 파업으로 귀결되었다.

 

뉴욕 공공시설 노동자들의 파업을 금지시키는 법안으로 인해 이 파업은 불법파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와 개별 노동자들에게 그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하루 파업에 노조원 일인은 이틀치 임금을 벌금으로 내야하고 노조 차원에서 감당해야 하는 벌금은 하루 수만불에 달할 거라 한다. 노조 지도자들은 그 이상의 법적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부기관과 언론은 벌써 "무책임한 불법파업"을 때리며 노조에 대한 동조여론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어제 조사에서 반이상의 뉴욕시민들이 노조를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마지막 뉴욕교통당국이 노조가 요구했던 많은 부분들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이유는 새로 입사할 노동자들에게 기존 노조원들의 의료보험과 연금부담을 전가하려는 뉴욕교통당국의 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 그 안을 받아들였을 때 같은 회사 안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생길 수밖에 없을 위계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공기업의 노조에서 이런 안이 받아들여지게 되었을 때의 파장효과 때문이다.

 

기존 노조원들의 이해가 아닌 보다 장기적인 노동자들의 이해를 위해, 자사 노조원들만의 이해가 아닌 보다 광범위한 노동과 노동운동의 이해를 위해 TWU (Transit Workers Union)는 파업을 결정했다. 자본가들이, 정부가, 언론이, 심지어 주류 학자들이 이런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야 분명하다. 하지만 지하철/버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감내해야할 피해와 비용에?불구하고 노조의 결정을 굳게 지지하고 있다.

 

미국 노동조합운동을 떠올려 보면, 아니 세계 어디의 노조운동을 봐도 보기 드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 결정을 보며 꽤나 흥분해하고 있다. 뉴욕 지하철/버스 노동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파업이 얼마나 갈 지, 그게 어떻게 귀결될 지와 무관하게 이들은 노동자들을 개별화시키고 일회용 소모품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치는 이 시대에 끈끈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이, 고귀한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고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미래의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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