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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5/10/15
    비 나리는 밤(1)
    joll
  2. 2005/09/15
    유엔 정상모임에서의 부시
    joll
  3. 2005/07/15
    제자리 찾기(1)
    joll
  4. 2005/07/08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8)
    joll
  5. 2005/06/28
    자기 응시
    joll
  6. 2005/06/21
    개장 기념: m&l 曰,
    joll

비 나리는 밤

중간에 반짝 햇볕 한번 없이 9일째 하루도 빼지 않고 뉴욕에 비가 나린다. 이삼일 비만 나려도 햇볕이 그리워지는 법인데, 이렇게 계속 비만 나리고 그렇게 계속 나리는 비로 인해 나는 속으로 침잠하고 그 침잠에 익숙해지다 보니 햇볕을 그리워하는 법도 까먹어가고 있는 것만 같으다.

 

어젯밤 진창 술에 취해 곤죽이 되어 가누지 못하는 몸을 끌고 나가 비를 맞으며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한 그리움이 떠올랐다가 술이 깨인 후로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그 그리움이 그렇게 문득 떠올라야만 했던 이유를 가지고서 나는 오늘 하루종일을 슬퍼해야만 했다.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남지 못하고 문득 떠올라야만 했던 것은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간직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발동하기 때문일진대 우리네 팍팍한 삶은 그리움을 잊고 지내는 것을 허용하다 못해 장려하고 있으니 가슴 속에 몇 그리움 간직하고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세상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의 여지조차 가차없이 앗아가버리는 세상의 훈육에 이제는 하늘까지 내게 무슨 훈육을 가하려 하는 것인지 계속 비를 나리게 만드는데,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바로 세우고 나서 맑은 햇살과 파란 하늘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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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정상모임에서의 부시

 

 

친구 하나가 보내준 로이터의 사진.

(http://photos.reuters.com/Pictures/ViewImage.aspx?Type=News¤tPicture=25)

로이터 홈페이지의 사진 아래쪽에는 다음과 같은 진지하고 멋진 설명이 있었다: "2005년 9월 14일 뉴욕에서 열린 2005 UN 세계 정상들의 모임과 60회 총회에서 미국 대통령 조지 따브유 부시가 국무성 장관 컨돌리자 라이스에게 노트를 적어주고 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세계 정상들 간의 회담을 통해 UN을 어떻게 다시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으나 그들의 청사진은 코피 아난 UN 총장이 제안한 빈곤, 학대(persecution), 전쟁으로부터의 자유의 비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근데 이런 거대한 아젠다와 진지한 분위기 가운데 부시가 라이스에게 쓰는 메모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나 아무래도 화장실 가야 할 거 같거든? 그래도 될까? (I think I may need a Bathroom break? Is this possible?)"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얘가 귀여운 건 지 정말 한심한 건 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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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누가 나이 들어가는 거 아니랄까봐 이제는 삶에 리듬이 붙어 그 리듬이 깨어지면 아무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십년전만 해도 그토록 혐오스러워하고 그로부터 도피하고자 그토록 애를 썼던 일상이 가장 편안하다는 발견은 그닥 상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오호 통재라- 어쩌랴.. 리듬이 깨어지면 그 깨져버린 리듬을 되찾으려 -알게 모르게- 몸부림치는 것이 이미 본능이 되어버렸는 걸.. 그리고 지난 한달 동안 깨져버린 일상의 리듬을 되찾기 위한 나의 몸부림은 오늘 아침부터 시작된 집안정리와 대청소로부터 시작되었다. 구석구석 쓸고 닦고 여기저기 숨어있던 쓰레기 몇톤 내다버리고.. 오랜만에 욕탕 속에 들어가 앉아 호흡도 가다듬어 보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가지고 있던 초를 총동원하여(열아홉개!!) 켜놓고 오랜만에 여유롭게 등 기대고 앉아 billie holiday를 듣는데.. 전엔 몰랐는데 but beautiful의 가사가 참 맛갈스럽다는 생각이..

love is funny or it’s sad
or it’s quiet or it’s mad
it’s a good thing or it’s bad
but beautiful
beautiful to take the chance
and if you fall, you fall
and I’m thinking I wouldn’t mind at all
love is tearful or it’s gay
it’s a problem or it’s a play
it’s a heartache any way
but beautiful
and I’m thinking if you were mine
i’d never let you go
and that would be
but beautiful
i know
love is beautiful
i know

lady in satin은 벌써 다섯 시간 넘게 반복되고.. 나는
이제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 billie holiday - but beautifu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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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늦은 오후 런던발 급보를 전해들었다. 지하철과 버스에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단다.

이런 소식은 언제나 날 우울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따위의 분석 이전에 나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나 힘과 무관하게 당해야만 하는 죽임과 고통.. 그리고 이러한 죽음과 고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악순환.. 이런 걸 떠올리며 절망하게 된다.

사진에 나타난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을까?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는 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저녁내내 답답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글들을 찾아봐도 해답은 없다. 평론가자연 하는 사람들 목소리 높이는 거 아니면 나처럼 답답해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블레어는 또 지난 몇년동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소리를 반복한다: "우리의 가치와 삶의 방식(value and way of life)"가 어쩌고 "다른 문명화된 나라들과 함께" 어쩌고저쩌고..

또한번의 폭력행사로 인해 서구사회들에서 자유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며 그 사회들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일상을 살아내야 할 거라는 점 따위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왠지 그게 덜 불편하다. 그보다 더 가슴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폭력이 어떻게 사람을 이상하게 (혹은 무섭게!) 변화시키는가에 관한 상상이다.

뉴욕에서, 워싱턴에서, 마드리드에서, 런던에서 그리고 파리 로마 베를린 등등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건강한 보통 사람들.. 이런 방식의 폭력을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뚜렷하게 경험하면서 달라진다. 혹시나 옆에 쭈뼛거리며 앉은 이가 테러리스트는 아닐까; 저 사람 지하철 내리면서 가방 놓고 내렸는데 저거 폭탄 아닌가; 저기 걸어오는 어두운 피부의 중동인들 그냥 놔둬도 되는가,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런던에서 터졌던 것보다 더 큰 미사일에, 장갑차에, 전투기의 공격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고통을 당했던 (혹은 당하고 있는, 그리고 또 당해야만 할) 지구 다른 한켠의 보통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똑같이 스스로의 내면이 일그러져 가는 경험을 하고 있을 터이니..

철회된 자유는 다시 싸워 얻어낼 수 있다. 치만 일그러진 인간본성을 다시 펴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되찾는 싸움도 힘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일그러진 본성이 펴지지 않는 한, 그들이 지지하지 않는 한 자유를 위한 싸움도 헛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보이지 않는 가지가지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은 저도 모르는 사이 찌그러져 가고 있고 그 결과 이 세상도 점점 일그러져 가고 있다. 일그러지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곳.. 이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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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응시


앙리 드 뚤루즈-로뜨랙 (henri de toulouse-lautrec) 1897

거울 앞에 선 누드 (nude standing before a mirror)

 

물랭루즈에 맨날 출근하며 그 곳에서 술을 먹고 그 곳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겼던 로뜨랙.. 귀족세력이 망해가던 시절의 끝물에 그래도 귀족이랍시고 돈 걱정은 없이 살았으나 어렸을 적 두다리에 병을 얻어 난장이처럼 살던 그는 인생의 아픔에 대해 일찌기 배웠음이 분명하다. 난장이 혹은 불구인 저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그는 호탕한 술꾼행세를 통해 이겨내려 했지만 그가 그렸던 물랭루즈의 그림들은 전혀 호탕하지 않다. 그의 그림들은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의 뒤안에 있는 아픔과 상처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그림에는 그 아픔과 상처가 가장 절정에 달한 모습..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도저히 눈돌리지 못하는, 그걸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는.. 아니, 그걸 보고 확인해야만 하는 물랭루즈 댄서이자 창녀인 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혀 늘씬하지도, 전혀 아름답지도, 전혀 화려하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는 여인. 스스로의 모습을 응시하는 그녀의 머리 속으로 무슨 생각이 오가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치만 대략 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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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기념: m&l 曰,


 

 

저 눈빛 저 기세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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