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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15
    비 나리는 밤(1)
    joll

비 나리는 밤

중간에 반짝 햇볕 한번 없이 9일째 하루도 빼지 않고 뉴욕에 비가 나린다. 이삼일 비만 나려도 햇볕이 그리워지는 법인데, 이렇게 계속 비만 나리고 그렇게 계속 나리는 비로 인해 나는 속으로 침잠하고 그 침잠에 익숙해지다 보니 햇볕을 그리워하는 법도 까먹어가고 있는 것만 같으다.

 

어젯밤 진창 술에 취해 곤죽이 되어 가누지 못하는 몸을 끌고 나가 비를 맞으며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한 그리움이 떠올랐다가 술이 깨인 후로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는데, 그 그리움이 그렇게 문득 떠올라야만 했던 이유를 가지고서 나는 오늘 하루종일을 슬퍼해야만 했다.

 

그리움이 그리움으로 남지 못하고 문득 떠올라야만 했던 것은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간직하지 못하게 하는 어떤 메커니즘이 발동하기 때문일진대 우리네 팍팍한 삶은 그리움을 잊고 지내는 것을 허용하다 못해 장려하고 있으니 가슴 속에 몇 그리움 간직하고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세상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의 여지조차 가차없이 앗아가버리는 세상의 훈육에 이제는 하늘까지 내게 무슨 훈육을 가하려 하는 것인지 계속 비를 나리게 만드는데,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바로 세우고 나서 맑은 햇살과 파란 하늘을 그리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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