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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늦은 오후 런던발 급보를 전해들었다. 지하철과 버스에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단다.

이런 소식은 언제나 날 우울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따위의 분석 이전에 나는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지나 힘과 무관하게 당해야만 하는 죽임과 고통.. 그리고 이러한 죽음과 고통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악순환.. 이런 걸 떠올리며 절망하게 된다.

사진에 나타난 표정과 눈빛 때문이었을까?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는 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저녁내내 답답함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글들을 찾아봐도 해답은 없다. 평론가자연 하는 사람들 목소리 높이는 거 아니면 나처럼 답답해하는 사람들 뿐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블레어는 또 지난 몇년동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소리를 반복한다: "우리의 가치와 삶의 방식(value and way of life)"가 어쩌고 "다른 문명화된 나라들과 함께" 어쩌고저쩌고..

또한번의 폭력행사로 인해 서구사회들에서 자유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며 그 사회들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든 일상을 살아내야 할 거라는 점 따위는 쉽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은 왠지 그게 덜 불편하다. 그보다 더 가슴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폭력이 어떻게 사람을 이상하게 (혹은 무섭게!) 변화시키는가에 관한 상상이다.

뉴욕에서, 워싱턴에서, 마드리드에서, 런던에서 그리고 파리 로마 베를린 등등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건강한 보통 사람들.. 이런 방식의 폭력을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뚜렷하게 경험하면서 달라진다. 혹시나 옆에 쭈뼛거리며 앉은 이가 테러리스트는 아닐까; 저 사람 지하철 내리면서 가방 놓고 내렸는데 저거 폭탄 아닌가; 저기 걸어오는 어두운 피부의 중동인들 그냥 놔둬도 되는가,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런던에서 터졌던 것보다 더 큰 미사일에, 장갑차에, 전투기의 공격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고통을 당했던 (혹은 당하고 있는, 그리고 또 당해야만 할) 지구 다른 한켠의 보통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똑같이 스스로의 내면이 일그러져 가는 경험을 하고 있을 터이니..

철회된 자유는 다시 싸워 얻어낼 수 있다. 치만 일그러진 인간본성을 다시 펴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를 되찾는 싸움도 힘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일그러진 본성이 펴지지 않는 한, 그들이 지지하지 않는 한 자유를 위한 싸움도 헛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보이지 않는 가지가지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사람들의 내면은 저도 모르는 사이 찌그러져 가고 있고 그 결과 이 세상도 점점 일그러져 가고 있다. 일그러지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곳.. 이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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