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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움직이는 법

최근 황교수 사건을 두고 언론에 대한 말들이 새삼 많다. 어느 한 두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얼른 생각해도 우리 나라 언론이 의제를 만드는 방식은 문제가 적지 않다.  

 

시각을 중시하는 언론 매체는 "그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텔레비젼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중요한 의제라도 화면에 비출 것이 없으면 뉴스 시간에 올라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내용 투성이지만 대규모 길거리 시위가 그나마 가끔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그 시각적 효과 떄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기에 영합하자는 유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른바 "화면 만들기"용 운동이 대표적이다. 고상한(?) 말로는 퍼포먼스라고도 하는데, 알록달록한 행사를 한다든지 동상에 올라간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9시 뉴스에 보도되어야 한다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볼 때마다 입맛이 쓰다.

 

한국 언론이 움직이는 또 다른 기초는 보도자료이다. 이야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말하고픈 것은 개인이 내는 보도자료 혹은 '자가발전'이다. 이런 자가발전을 식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저히 기자가 알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이 보도되는 때이다. 어디 '세계적' 인명사전에 실렸다든지, 무슨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었다든지, 정체불명의 상을 받았다는 것 등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개인 동정 난이 아니라 기사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교수는 이런 한국 언론의 속성을 적절히 활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결국 언론이 나아지는 것이 바른 길이나. 이런 현상들은 한국 언론의 구조적 문제점 - 전문성, 인력 부족, 이념적 편향 - 으로 볼 때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때마다 답답해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이런 상황에 타협 혹은 야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사람과 활동이 언론에 맞추고, 그 결과로 사람과 활동이 달라지는 일만큼은 없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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