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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해결의 단서, 식물 [제 848 호/2008-12-10]

교 야산에서 마을 주민이 풀로 덮여 있는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시신은 많이 부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유기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많이 훼손되어 얼굴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행히 신분증이 있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발견된 곳은 풀이 사람의 허리까지 자라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교통사고에 의해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그곳으로 유기한 후 도망한 것으로 보였다.

주변을 지나던 목격자의 신고로 용의차량이 수배되었고 용의자가 잡혔다. 하지만 자신의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의 차량에 대한 감정과 동시에 그의 옷 등도 압수되어 정밀한 분석이 실시되었다. 감정 결과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을 할 수 있었는데 물론 목격자의 신고가 큰 역할을 하였지만 더욱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그의 옷과 차량에서 발견된 씨앗이었다. 그의 옷과 차량의 깔판에서 쇠무릎의 씨앗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가 숨진 것으로 판단하여 사고 지점과 가까운 인적인 드문 곳에 피해자를 유기하고 도망친 것이다.

위의 사건과 같이 범인이 입고 있는 옷과 신발 또는 범죄에 사용된 차량 등에 식물, 식물편, 씨앗, 꽃가루, 이끼류 등 다양한 형태의 식물류 등이 부착될 수 있다. 피해자 또는 용의자와 관련된 물건에서 채취한 이런 증거물들을 분석하여 현장의 식물 등과 동일성 여부를 감정하거나 연구하는 분야를 수사식물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분야의 전문가가 거의 없는 형편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유일하게 감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었고 관련 전문 서적도 많은 편이며 다양한 사건에서 범죄를 입증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위의 사건이 만약 봄에 일어났다면 범인의 옷에는 그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의 꽃가루 등이 묻었을 것이다. 꽃가루는 특히 봄에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들 꽃가루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면 종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범인의 옷 등에 묻은 꽃가루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어떤 식물의 꽃가루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관찰된 것을 현장에 주로 분포하는 꽃가루의 모양과 비교하면 범인이 그곳에 갔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종자(씨앗)가 옷 등에 잘 달라붙는 경우도 많은데, 도깨비바늘, 도꼬마리, 쇠무릎 같은 식물들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이들의 종자들은 옷 등에 쉽게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고 세탁을 하더라도 어딘가에 일부라도 남아 있기 때문에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습한 곳이라면 이끼 등이 항상 존재하는데 범인이 그곳에 접촉을 하였다면, 신발의 틈과 옷 등에 이끼 등이 묻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들을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동일한 종류의 이끼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끼와 관련해서는 이런 사건도 있었다. 야산에서 자살한 것 같은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여러 가지 분석으로 보아서는 분명히 자살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수사관은 나무 밑동에 이끼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 변사자가 자살을 했다면 그 나무를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그 이끼가 변사자의 신발에 묻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변사자의 신발에서 나무 밑동의 이끼와 같은 종류의 이끼가 발견되는지를 분석 의뢰했다. 감정 결과 그의 신발에서는 나무 밑동의 이끼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 타살로 확신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물론 자살 타살을 판단하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이 있지만 이러한 감정도 수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다.

식물의 잎 및 줄기 등의 일부가 발견된 경우는 어떡해야 할까? 가을, 겨울과 같이 잎이 없는 때 또는 이미 말라버린 낙엽 또는 마른 풀에서도 어떤 종류의 식물인지를 알 수 있을까? 이 경우도 어떤 종의 잎 또는 줄기의 일부인지 또는 마른 것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식물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봄,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 겨울에 일어난 사건에서도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수사식물학에도 유전자분석 방법이 도입되어 활용되고 있다. 식물분류를 위해 DNA 분석이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같은 종 내에서의 개체식별은 그렇게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전자분석을 통한 개체 식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 범죄사건에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에 잃어버린 고가의 소나무를 유전자분석을 통해서 찾은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수사식물학은 우리 주위에 매우 흔하게 존재하는 식물류들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수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범행을 증명하고 범인을 확인하는 과학수사 분석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증거와 모든 분석 결과가 과학수사에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글 : 박기원 박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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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태양 간 우주고속도로, 승차간격은? [제 847 호/2008-12-08]

그리스로마 신화에 의하면 태양신 아폴로는 매일 태양 마차를 몰고 다닌다. 이 마차를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제우스조차도 끄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태양의 마차가 너무 높게 날면 대지가 얼어붙고, 너무 낮게 날면 대지가 불바다가 되기 때문이다. 아폴론을 태운 말들은 궤도를 따라 얌전하게 돌지만, 다른 사람이 마차를 타게 되면 궤도를 벗어나 제멋대로 달린다. 실제로 파에톤이 아폴론 대신 태양 마차를 끌다가 세상을 온통 아수라장으로 만들면서 제우스에게 죽음이라는 벌을 받는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 대한 탐험을 시작하면서 찾기 시작한 것도 이런 ‘안전한 길’이었다. 그 결과 지구와 탐험하려고 하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길 즉 호만 궤도라는 ‘우주고속도로’를 찾아냈다. 탐사선이 이 길로 움직이면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면서, 탐사선을 띄울 수가 있다. 실제로 보이저나 파이오니아 등이 목성이나 명왕성을 탐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우주고속도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우주고속도로는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던진 공이 정지한 상태에서 던진 공보다 더 빨리 날아가는 원리다. 즉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기 위해서는 초속 32.73km/s의 속도가 필요한데, 이때 29.78km/s는 지구 공전속도에서 얻을 수 있다. 우주선에 지구의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초속 2.95km의 속도만 주면 초속 32.73km의 속도로 화성으로 갈 수 있는 셈이다.

태양에너지가 지구로 오는 데도 이런 길이 있다. 태양의 흑점이 이동하거나 서로 충돌하여 발생하는 플레어(태양의 표면에서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현상)는 열과 전자, 양성자 등 무수한 고에너지 입자들을 쏟아낸다. 이것은 통신위성이나 우주정거장 등에 혼란을 일으키고, 지구 상의 생물들을 다량의 방사능에 노출되도록 하는 입자다. 이 고에너지들이 지구로 이동하는 통로가 바로 자력선(Earth’s bar magnet influence)이다.

자력선은 쉽게 말해 자기력이 작용하는 선의 흐름이다. 이러한 자력선은 입자들이 지구를 둘러싼 자기거품, 즉 자기권을 뚫고 들어오는 길의 역할을 한다. 우주에는 지구뿐만 아니라 화성, 목성, 토성 등 대부분의 태양계 행성에서 자력선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태양풍이 지나가는 곳에 자력선이 있으면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가 자력선에 끌려오는 것이다.

자력선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가 하나의 거대한 막대자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의 핵은 금속성 액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금속이 자성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 주위에는 자기장이 형성된다. 지구 하나만 놓고 보면 원형의 자기장을 형성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 지구자기장은 태양을 향한 쪽의 부분은 압축되고, 그와 반대되는 쪽에서는 꼬리를 늘어뜨린 모양이다. 태양으로부터는 항상 전도성이 강한 플라스마의 흐름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지구 자기장은 그 안에 갇혀 있다. 지구입장에서 보면 전리층 바깥 외기권에는 지구 반지름의 10~15배 높이까지 자력선이 형성되어 있는 형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입자들이 태양풍을 통해, 때로는 태양 대기권과 지구표면을 연결하는 자력선을 따라 바깥쪽으로 방출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아무 때나 태양입자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거대한 길목과 같은 자기(磁氣) 문이 있어 8분마다 열린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태양을 향한 지구 표면에서 지구의 자장이 태양의 자장을 압박하여 8분 간격으로 두 개의 자장이 재연결되고 입자가 흐를 수 있는 통로를 형성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11월,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과학자들은 이 문이 열릴 때 고에너지 입자가 태양과 지구를 연결하는 1억 5천만㎞의 길목으로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것이 FTE(Flux Transfer Event, 빛다발 이동) 현상이다. 태양의 고에너지가 이동하는 ‘우주고속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FTE의 길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은 지구 지름의 최고 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FTE 현상은 동시에 한 개 이상 생길 수도 있고, 한번 열리면 최대 15~20분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데이비드 사이벡 박사에 따르면 FTE들은 반죽 밀대처럼 보이며 이들은 태양을 마주 보는 자기권 끝에서 작은 밀대 모양으로 형성되지만 점점 커지다가 붕 떠서 마치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것처럼 소용돌이 모양으로 지구의 자기권을 따라 돌게 된다고 한다. 또한 그는 FTE 현상에는 능동, 수동형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고 말했다. 원통형의 통로가 능동적인 경우 입자들을 쉽사리 통과시켜 지구 자기장에 에너지 통로를 형성시키지만, 수동적인 경우 원통형 통로가 지나가는 입자들의 통과를 저지시킨다고 덧붙였다.

아직 풀리지 않은 점도 많다. 연결로가 왜 8분마다 형성되는지, 원통 구조 안의 자기장이 어떻게 뒤틀리고 회전하는지에 대해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은 아직 이르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은 4개의 고공위성으로 구성된 클러스터 선단을, NASA는 5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테미스 선단을 이런 원통 구조 둘레로 띄워 크기와 입자 성분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우주를 관찰하고 연구하여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한 비밀 문은 언젠가는 인류에게 열리기 마련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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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게도 생각이 있다 [제 846 호/2008-12-05]

“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를 향해서 파리채를 휙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50도 각도로 파리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비스듬하게 만든 뒤 다리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에 불과했다.

대장 파리는 파리들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파리채가 앞에서 공격해올 때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각도를 바꿉니다. 파리채가 뒤에서 나타나면 다리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옆에서 오면 어떻게 할까요? 네.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직전에 반대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도망갑니다. 다리만 살짝 뻗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려앉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0.2초도 걸리지 않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내려치더라도 이보다 빠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배운 대로만 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 피하는 일을 어떤 파리들은 스릴 넘치는 일종의 오락으로 여겼다.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를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파리들은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을 하지 않고 치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앵앵 앵앵. 인간들은 우리가 허겁지겁 도망쳐서 운이 좋아 파리채를 피했다고 생각하겠지. 낄낄.’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

“그러게요. 우리 눈에는 앵앵거리고 더러워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 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오랜 연구 끝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은 0.06g의 극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날개는 1초당 150회를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은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하고 자체 동력도 없다. 하지만 실제 파리는 공중부양을 위해 1초에 200회나 날개를 펄럭거리고 U자형 선회도 할 수 있다. 로봇 비행체가 공중에 안정적으로 계속 떠 있으려면 파리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선가게 주인아저씨는 파리든 파리 로봇이든 생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파리채가 나타나면 날아오르기 전에 이미 알아채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해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날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치는 것보다는 파리가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앵앵 앵앵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앵앵.”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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