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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데이 주의보 발령 [제 853 호/2008-12-22]

‘미션 임파서블’ 같은 스파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컴퓨터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서 중요한 문건을 습득하거나 중요한 군사 장비를 탈취하는 장면이다. 심지어 ‘주라기 공원1’에서는 열 살쯤 된 꼬마 아이가 주라기 공원의 제어 시스템에 들어가 마비된 공원의 전력 시스템을 재가동시키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그만큼이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많다는 뜻도 된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컴퓨터 시스템의 보안을 맡고 있는 사람이나 부서에서는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실제로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되면 막대한 금액이 손실되거나 중요한 기밀이 탐지되는 사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커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늘 진보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해커들의 공격 양상도 하루가 다르게 진일보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인터넷 공격은 악성코드에 의한 즉각적인 ‘제로데이(zero-day)’ 형태가 대부분이라 기존의 공격유형에 대해서 탐지하는 탐지기술로는 대응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보안상의 취약점이 발견되면 제작자나 보안 담당자가 이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패치를 배포하고, 사용자가 이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것이 수순이다. 그러나 제로데이 공격은 이 같은 보안 패치가 나오기 이전에 시행되는 공격이기 때문에, 컴퓨터 사용자 측에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제로데이’란 말은 보안상의 취약점이 발견된 후, 패치가 배포되기까지의 며칠을 기다리지 않고 그날 즉각적으로 공격이 이루어진다는 뜻에서 붙은 말이다. 즉 공격이 감행되는 시점이 취약점이 발견된 당일(zero-day)라는 의미인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제로아워(zero-hour)’ 공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로데이 공격은 일단 공격이 시행된 후에야 이에 대한 대처법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짧게는 서너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기 때문에 사용자의 컴퓨터는 그동안 무방비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방어용 패치를 아예 못 만드는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제로데이 공격은 특히 중국 해커들에 의해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중국의 해커들은 보안상의 취약점이 노출된 지 2~3일 후면 한국의 윈도우즈에서 실행되는 코드를 생성해내고, 이때부터 웹 서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컴퓨터 시스템의 보안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발업체에서 제공하는 패치를 계속 다운받아 적용시키는 것이다. 패치란 이미 발표된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발견된 오류의 수정 또는 사소한 기능개선을 위해 개발회사가 내놓은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말한다. 하지만 제로데이 공격의 경우 대응책(패치)이 공표되기 전에 공격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많은 사용자를 가진 프로그램이 제로데이 공격을 받기 쉽고 그 피해도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로데이 공격자는 보안취약점을 이용, 정상적인 인터넷 사이트를 흉내 낸 악의적인 웹페이지를 구축하여 사용자의 방문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악성코드를 사용자의 PC에 설치하여 취약한 시스템의 권한을 완전히 획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의 PC는 제로데이 공격자의 조정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2차적인 피해가 무한정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국가사이버안전센터(www.ncsc.go.kr)는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신규 보안취약점이 발견되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는 보안 권고를 내린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XML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격코드 실행이 가능한 취약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때문에 모든 사용자와 기관들은 제로데이 공격에 대비하여 임시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제로데이 공격에서 컴퓨터를 지킬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 인터넷 보안수준을 높게 설정하고, 액티브 스크립트 설정의 사용을 제한해 놓는 정도가 자신의 컴퓨터를 지키는 최선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일부 사이트를 열람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함께 의심스러운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는 것, 수상한 이메일을 열람하지 않는 것도 제로데이 공격자를 피하는 한 방법이다.

보안기술이 발달되는 것과 비례해서 해커들 공격은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미국 국토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매일 15종 이상의 정보보안 취약점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또 IBM은 최근 통계에서 사이버 범죄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취약점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상반기에 이루어진 온라인 공격의 94% 정도가 취약점 공식 공개 후 24시간 내에 감행되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이 같은 제로데이 공격을 막기 위해 취약점과 패치를 동시에 공개하지만, 많은 경우 제로데이 공격은 사용자가 자신의 시스템에 패치가 필요한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자행된다.

결국 현재까지 제로데이 공격에 대한 완벽한 방어시스템은 없는 셈이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사용자 개개인이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컴퓨터와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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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에가 하품하면 토벤이도 하품한다 [제 852 호/2008-12-19]

‘베토벤 바이러스’란 드라마가 있었다. 인간처럼 사회성이 강한 동물은 개별 행동 하나하나조차도 대개는 사회성에 기반을 둔다. 직업에 대한 개인들의 열정이 뭉치면 마치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것이다. 하나가 전체가 되고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경지랄까. 이럴 경우 보통 의식이 관여하지만 무의식중에 이런 일은 더 자주 발생한다. 웃음이라든지 하품이라든지 회의실의 졸음 등은 누가 한번 시작하면 마치 전염병처럼 번져 여러 사람이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만일 처음 시도하는 이가 카리스마라도 넘치는 이라면 훨씬 더 그 전염력은 강하게 전파될 것이다.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집단지성’이란 낯선 생물학적 용어가 등장했다. 1907년도 영국에서 행한 소 무게 맞추기 실험에서, 다수의 비전문가인 대중과 소수의 소 전문가들을 두고 벌인 몇 차례의 실험은 항상 다수 대중의 평균치가 더 정확하였다고 한다. 이를 경영학자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라 했다. 그러나 진정한 생물학적 의미의 집단지성은 벌떼나 멸치떼 혹은 흰 개미떼처럼, 단독으론 지극히 미미한 존재지만 집단으로 뭉쳤을 때 마치 거대 기계인 냥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혹여 이 집단지성이 조금이라도 방향성을 잃는다면 인류는 엄청난 재앙에 직면하게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서도 이런 집단지성적 행동들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사바나에서 아카시아 나무군락은 만일 기린이 한 나무를 먹을 경우, 그 나무에서 화학물질(페로몬)을 분비한다. 이 화학물질은 주변 아카시아 나무로 급속히 전파되어 갑자기 잎에 유독성의 탄닌 맛이 돌게 만들어 버린다. 결국 기린들은 주위의 나무들을 먹지 못하고 페로몬이 미치지 않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군락의 멸종을 막는 자기 방어 수단이다. 얼마 전 ‘해프닝(happening)’이란 영화에서는 바람에 의해 번지는 식물의 페로몬에 중독되어 인간들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자살하는 악몽적인 상상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럼 이런 현상들은 과연 식물대 식물 혹은 같은 종(種)대 종에서만 일어날까? 최근에 그 의문에 도전한 두 가지 실험이 있었다.

하나는 ‘인간이 하품하면 과연 개가 따라할까?’였다. 결과는 ‘확실히 그렇다’였다. 사람들이 하품을 따라할 확률은 44%, 침팬지가 따라할 확률은 33%로, 개의 확률이 50% 이상으로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는 인간이 개를 길들여 온 지 1만 5천 년 역사에서 개와 인간의 감정이입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는 걸 내포한다.

또 하나의 실험도 역시 개가 대상인데, 과연 개가 인간의 표정을 읽을까? 하는 것이다. 이미 우린 집에서 기르는 개들이 주인의 기분을 안다고 믿고 있다. 이 실험은 개가 인간을 처음 쳐다볼 때 얼굴의 어느 부분을 보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들은 사람의 오른쪽 얼굴을 먼저 보았다. 이런 ‘우편향 현상’은 그동안 인간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왔었다. 인간은 우측 얼굴에서 훨씬 감정표현이 풍부하기 때문에 우린 본능적으로 먼저 오른쪽 얼굴에 시선을 맞춘다고 한다. 또한 실험 개들은 원숭이나 다른 개들을 보았을 때는 이런 우편향 현상을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개 역시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는 객관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반대의 경우, 즉 개의 행동을 보고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따라 할까? 비록 아직 구체적인 실험은 없었지만 우린 영화나 TV 속에서 개와 고양이와 함께 잠드는 인간들의 모습을 무수히 보곤 한다. 이는 집에서 함께 지내는 개와 고양이는 친구 혹은 가족으로 서로 감정적인 일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원 호랑이나 사자 하마가 아무리 하품을 해도 우린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사람의 행동에 거의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동물원에 있는 동물 중에서도 인공 포육된 새끼는 예외이다. 인공 포육, 즉 사람의 손으로 키워진 동물들은 곧잘 개와 고양이와 같은 행동패턴을 보인다. 즉 사육사가 자면 함께 자고 사육사가 하품하면 하품을 따라하고, 사육사의 표정에 일희일비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이렇게 키워진 개체만이 조련용으로 쓰일 수 있다. 즉 조련사와 조련동물 간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동물 대 동물 간에도 한 동물이 울면 타 종의 동물들도 함께 따라 우는 현상들이 자주 나타난다. 동물원 내에서 주로 일몰 경에 늑대의 하울링(howling)이 시작되면 우선 다른 개과 동물부터 조류, 초식동물 순으로 그 메들리가 길게 이어진다. 이런 현상은 같은 처지의 동물들 간에도 동병상련(同病相憐)처럼 어느 정도 유대감이 형성돼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품, 웃음, 울음, 졸음, 폭력 등은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이 지닌 감정의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이다. 이것은 이들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사회적인 수단이다. 이것이 소위 ‘문화(文化)현상’이라는 것이다. 이걸 굳이 사람, 동물 나누어 생각할 필요도 없다. 사회성을 가진 동물들은 ‘부모따라하기’와 ‘동료따라하기’가 삶의 기본 바탕이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새로운 행동을 개발하고 그 행동이 꽤 매력적이고 이득이 남는 행동이라면 점점 더 집단 속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또한 대를 이어 전파될 것이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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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장비와 한국인의 공통점 [제 851 호/2008-12-17]

영웅호걸이 수없이 등장하는 <삼국지>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장비의 술탐에 대한 설명이다. 유비나 관우에 비해 명석하지는 않지만 용맹한 장비의 일화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장비는 어느 누구도 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마시는 주당이지만 술을 적절히 자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하에게 살해당하며 결국 초나라가 멸망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

장비에 버금가는 한국인들의 음주 방식은 이른바 ‘폭탄주’이다. 폭탄주란 어느 한 종류의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맥주, 소주, 양주, 심지어는 포도주까지 섞어 만드는 술로 폭탄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심하게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폭탄주가 다른 술을 마셨을 때보다 더 취하게 하는 것은 알코올의 농도와 관계가 깊다. 과학자들은 알코올의 농도가 약 20% 정도일 때 우리 몸에 가장 빨리 흡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데 알코올 농도 40%의 양주와 4.5% 정도인 맥주가 섞이면 그 농도가 약 20% 정도로 희석된다. 그래서 두 종류 이상의 술을 섞은 폭탄주를 마시면 알코올이 우리의 몸에 빨리 흡수돼 빨리 취하게 된다. 맥주에 소주를 섞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맥주에 알코올 농도가 높은 소주를 섞으면 맥주의 알코올 도수가 인체가 가장 잘 흡수하는 20%에 가까워진다. 또 술에 사이다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섞어 마실 때도 탄산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해 빨리 취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 소주를 마시고 두 번째 자리에서 양주를 마시고 세 번째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식으로 자리를 옮겨가면서 여러 가지 술을 마셨을 때도 폭탄주를 마셨을 때와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술자리를 옮겨가며 마실 때는 한 종류의 술을 마실 때보다 더 쉽게 취하고, 술에 취하면 절제를 하지 못해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폭탄주 중에서도 특히 몸에 안 좋은 폭탄주가 있는데 바로 잔에 거품이 가득 차 있는 폭탄주를 말한다. 맥주의 거품 같은 탄산가스가 몸 안에서 알코올의 빠른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폭탄주가 해로운 것은 단순히 빠른 흡수 때문만은 아니다.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간에 독성이 많이 쌓인다. 또 술의 종류마다 서로 대사 과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술을 섞어 마시면 서로 다른 술에 섞여 있던 불순물들이 서로 반응해 간을 손상시키고, 혈관, 근육, 신경, 그리고 뇌 세포 등의 중추 신경계를 교란시킨다. 술을 마신 다음날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숙취 역시 더욱 심해진다.

술을 마시면 입과 식도의 점막에서 극소량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알코올의 10∼20% 정도는 위(胃)에서 그대로 흡수된다. 일부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에 의해 수소를 뺏겨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로 바뀌어 혈액으로 들어간다. 여성은 위의 알코올산화효소가 남성보다 훨씬 적어 술에 빨리 취한다. 또 술을 마실 때 위 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코올 흡수가 지연돼 덜 취한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이다.

나머지 80% 정도는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에서도 일부는 대장에서 흡수된다. 이렇게 혈액 속에 들어간 알코올은 ‘인체의 화학공장’인 간으로 들어간다.

간에서는 알코올산화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며 이는 또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2(ALDH2)에 의해 초산으로 바뀐다. 초산은 혈액을 따라 돌면서 몸 곳곳의 세포에서 탄산가스와 물로 바뀐다. 탄산가스는 허파를 통해 ‘술 냄새’로 배출되고, 물은 소변이나 땀으로 빠져나간다.

박택규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하여 동양인들의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 등 분해효소가 거의 몸속에서 분비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마크 슈키트 교수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40%가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할 수 없는 효소를 갖고 있어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진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10%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속이 메스껍고 두통, 구토 등을 느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술을 잘 마시는 한국인들은 분해효소 등이 적게 분비되거나 분해할 수 없는 효소가 있는데도 술을 많이 마시므로 몸이 거꾸로 술에 적응한 결과라고 말한다. 에탄올산화계효소(MEOS)의 경우 음주량이나 음주 빈도에 따라 많이 생기고 활동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술이 약한 사람도 술을 많이 마시면 주량이 느는 것은 MEOS의 작용으로 인식한다.

ALDH2가 부족한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면 침에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할 수 없어 소화기관의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침을 만들어내는 주요기관은 양쪽 귀 옆에 있는 이하선(parotid glands)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루 1.5리터 정도의 알칼리성 침을 만들어 내는데 알코올이 이하선에 들어가면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로 대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ALDH2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소화기관의 암을 막기 위해서라도 술을 줄이고 입안을 청결히 할 것을 권장한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흡연까지 한다면 소화기관의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인간들은 이 골치 아픈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방법 또한 개발했는데, 그것이 바로 증류주다. 어느 정도 이상의 농도를 가진 주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발효에 의해 만든 알코올 용액을 증류하여 그 농도를 증가시키는데 증류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가 사라진다. 위스키, 코냑, 아르마냑 등 거의 모든 양주가 증류방식을 거쳐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정통주인 소주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증류주인 소주(燒酒 : 잘 알려진 희석식 소주를 뜻하는 것이 아님)는 농도가 20%를 넘으므로 양주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한국산 정통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장비가 많은 술을 마시고 난폭한 행동을 하는 등 주사를 부리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당시 중국인이 마시던 술은 증류주가 아닌 발효주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증류식 알코올이 나타난 것은 몽골이 통치하던 원나라 때부터로 추정된다.

국민건강지침에 의하면 ‘덜 위험한 음주량’은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컵(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 정도다. 이는 하루에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양보다 약간 적은 양이며 그 이상을 과음으로 간주한다. 연말에는 송년회, 크리스마스 파티 등 각종 모임이 평소보다 부쩍 잦아진다. 흥겹게 노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글 : 이종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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