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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1초가 늘어난다? [제 867 호/2009-01-23]

저는 시계입니다. 그래요. 똑딱똑딱 하면서 움직이는 바로 그 시계죠. 매일 86,400초를 똑딱거리면 1,440분, 즉 24시간이 지나가고 24시간 365번 반복되면 1년이 지나갑니다. 365일 중간에 7일 단위의 주가 있고, 28~31일 사이의 월 단위도 있지만 총합은 365일, 31,536,000초로 같아요. 저는 아주 규칙적으로 똑.딱.똑.딱. 1초씩 세어 갑니다. 성실하고 절대 쉬지 않죠. 저처럼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정직한 존재는 없을 거예요. 그렇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제가 쉬지 않고 어떤 숫자도 건너뛰지 않고 똑 딱 똑 딱 1초 다음 2초 다음, 다음, 다음을 센다고 생각하시겠죠. 물론 전 수천,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초를 그런 식으로 일정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저에게도 예외라는 게 발생하곤 한답니다. 전 오늘 여러분께 제가 가진 비밀을 알려 드리려고 해요. 배신감을 느끼는 분도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제가 가진 모든 비밀이 우리, 그러니까 시계와 인간 사이의 약속으로 이뤄졌다는 걸 말씀 드려요.

그 일은 1971년 12월 31일에 처음 시작되었어요. 저는 매년 마지막날 86,400초를 세고 한 해를 마무리 합니다. 하지만 그 날은 말하자면 86,401번째 초가 있었어요. 인간 과학자들이 초를 인위적으로 삽입한 것이죠. 이른바 ‘윤초(閏秒)’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972년 이후로 총 24회 윤초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당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지난 2008년 12월 31일 11시 59분 59초에서 2009년 1월 1일 0시로 넘어가는 그 순간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1초가 추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하기에 앞서 초의 개념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볼게요. 1초란 어떤 시간일까요? 너무 어렵나요? 역으로 생각해보죠. 하루 24시간은 지구의 자전시간이고 일 년 365일은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준입니다. 24시간에서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이렇게는 익숙하죠. 그러니까 1초란 하루의 8만 6400분의 1입니다. 그렇지만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건, 1년이 365일이라는 건 정확할까요? 만약 24시간과 365일이 절대불변의 정확한 기준이 아니라면 1분, 1초라는 어떤 길이의 시간인지 절대 알 수 없을 거예요.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과학기술은 날로 발달했고, 지구의 자전에 대해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 덕분에 지구의 공전은 물론 자전 시간도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지요.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기준을 가진 시간이 필요했어요. 보통사람들이라면 1초, 1분도 길게 느껴지지만, 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과학자들에게는 1천분의 1초, 1만분의 1초도 오차가 있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죠.

1950년대 후반 하늘의 해와 달을 대신해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 새로운 초의 기준으로 제시되었어요. 그리고 1967년 세계의 시간 표준(세계시)으로 공인되었죠. 그 새로운 시간의 기준은 바로 세슘 원자의 운동 속도입니다. 세슘 원자는 기저 상태에서 초미세 준위 사이를 91억 9,263만 1,770분의 1초 간격으로 진자 운동을 합니다. 그러니까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진자 운동을 하는 시간이 지구 상의 인간이 공인한 1초가 된 것입니다. 이것을 원자시의 근간이 되는 원자초(atomic second)라고 부릅니다. 시간을 세밀한 단위로 나눌 때 사용하는 밀리 초, 마이크로 초, 피코 초, 팸토 초 같은 시간 단위는 모두 원자초를 근간으로 합니다.

문제는 이 원자시와 실제 시각 사이에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해서 1972년부터 인류는 전 세계에서 1초를 더하거나 빼는 보정행위, 즉 윤초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지구자전사업(IERS: International Earth Rotation Service)이라는 기관에서 윤초 시행에 관해 결정을 내립니다.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 1초를 삽입하는 것을 ‘양의 윤초’라고 하고, 지구의 자전이 빨라져 1초를 삭제하는 것을 ‘음의 윤초’라고 합니다. 1972년부터 1999년까지는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달의 조석력 때문에 지구의 자전이 느려져, 매년 윤초를 삽입했죠. 윤초를 시행하는 날은 정해져 있습니다. 1월 1일과 7월 1일이 제1 우선 일이고, 4월 1일과 10월 1일이 제2 우선 일입니다. 해마다 1월 1일이나 7월 1일, 혹은 4월 1일이나 10월 1일 0시0분0초에 당신이 모르는 초가 더해지거나 당신이 아는 어떤 초가 사라질 수 있어요. 그리니치 천문대 기준이니까, 당신이 한국에 살고 있다면 초가 더해지거나 빠지는 시간은 09시 0분 0초가 되겠지요.

1초가 쌓여서 1분이 되고, 분이 쌓여서 다시 시간이 되고 날짜가 되기 때문에 1초 단위의 오차는 뒤에 큰 차이를 낳게 됩니다. 보통 중국과 우리나라의 설날은 거의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와 중국은 사실 1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딱 1시간일 뿐이죠. 하지만 그 1시간이 쌓이다 보면 중국이 하루 늦게 설날을 맞기도 합니다. 지난 1997년은 2월 8일 0시6분이 삭(朔)이어서 한국은 그 해 2월 8일이 설날이었어요. 그러나 중국 시각으로는 2월 7일 23시6분이므로 중국은 2월 7일이 설이었습니다. 대단치 않아 보이는 1시간 때문에 1914년부터 2099년까지 한국과 중국의 음력 설날과 추석이 다른 해는 열다섯 번이나 됩니다. 길게 보면 정말 큰 차이가 생기죠?

고작 1초쯤, 더하거나 빼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첨단 기술과학에서는 1초란 어마어마하게 큰 단위입니다. 통신, 항해, 항공, 국제 금융시장 등에서 큰 영향을 미쳐요. 1초를 기준으로 날짜의 경계선이 달라져 버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는 금융거래에서 1초 차이로 송금 일이 달라진다면? 결제일을 지키지 못해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겠죠. 1초, 1분, 1시간의 차이로 날의 경계가 달라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해보세요. 사람마다 다른 시간 개념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가 공휴일이나 명절의 요일을 제 각각으로 생각해 큰 혼란이 올 수 있어요. 실제로 지난 2006년에 일부 휴대전화, 컴퓨터 등 전산장치의 달력이 그 해 설날을 1월 30일로 잘못 표기해서 기차표를 잘못 예매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혼란이 있었습니다. 실제 설날은 1월 29일이었죠.

사람들이 달력을 조정하는 건 물론 아주 오래된 일입니다. 하루의 기준을 태양으로 삼을 것이냐 별을 기준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하루의 길이는 달라집니다. 양력을 쓸 것이냐 음력을 쓸 것이냐에 따라 달의 길이도 모양도 달라지겠죠. 게다가 하루나 달, 1년은 정확하게 떨어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만일 지구의 공전 시간이 일정하다고 해도 1년은 365일이 아니라 365일 5시간 48분 45.2초 입니다. 정확히 365일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400년에 97일의 윤일을 두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4년에 한번씩 윤일이 있는 윤년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에서는 12달이 354.36일로 그레고리력보다 11일 가량 짧습니다. 그래서 대략 19년에 7번의 윤달이 생기지요.

이제 시간과 달력이란 것도 본래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걸 아셨을 거예요. 물론 저는 지금도 쉬지 않고 똑딱똑딱 움직이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멍하게 있는 동안에 언제 몇 초를 뚝딱 건너뛸지도 몰라요. 그러니 쫑긋 귀를 세우고 제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세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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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니면 도, 그 속의 과학 [제 866 호/2009-01-21]

해마다 설이 되면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둘러앉아 윷놀이 한판을 벌리곤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윷놀이나 팽이치기, 연날리기 등의 민속놀이에도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단순히 명절 때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 위한 놀이를 넘어서서 사시사철 다양하면서도 과학을 적용한 조상들의 지혜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윷놀이는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삼국 시대 이전부터 행해오던 우리나라 전통 민속놀이로, 조상들이 집에서 기르던 동물들의 이름을 붙여 도는 돼지,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가리킨다. 또한 윷판에서 자리의 순서도 각 동물의 속력에 비유된 것이다. 머릿속에 해당 동물들이 뛰는 걸 떠올려보면 정말 그럴 듯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윷놀이에 로또보다 재미있는 확률의 원리가 있다는 점이다. 윷을 던져서 나오는 확률을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 = 어떤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로 계산해보면 도와 걸이 4/16, 윷과 모가 1/16, 개가 6/16이 된다. 윷을 던졌을 때 개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조상들은 여기에 윷의 앞면과 뒷면을 다르게 만드는 약간의 변수를 추가했다. 위의 통계는 윷의 앞과 뒤가 같다고 했을 때, 즉 1/2로 가정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곡면인 부분을 앞이라고 하고 평면인 부분을 뒤라고 보면 확률은 달라진다. 고려대학교 허명회 교수는 윷의 곡면이 완전한 반원이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윷의 무게중심에 따른 회전운동을 계산하여 새로운 확률 결과를 내놓았다. 곡면이 위로 나올 확률과 평면이 위로 나올 확률이 4:6이고, 모-도-윷-개-걸의 순서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결과가 완벽하게 정확한 확률 결과라고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만약 윷놀이를 할 때의 바닥, 예를 들면 멍석이나 땅바닥 등이 평평하지 않다거나 그로 인한 운동 방향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연구한다면 다른 확률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설날뿐만 아니라 겨울철 동안 아이들의 놀거리인 팽이치기에도 과학이 있다. 18~19세기에 생긴 팽이라는 말은 핑핑 돈다는 말에 그 유래가 있다. 지금은 비교적 많이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옛날에는 많은 아이들이 나무로 팽이나 썰매를 만들어 강가, 논바닥 등의 얼음 위에서 여가를 보냈다. 팽이채는 50cm 정도의 얇은 나무 끝에 실로 노끈을 만들어 묶었고, 팽이를 칠 때 감으면서 세게 돌릴 수 있도록 팽이채의 노끈 끝은 느슨하게 풀어놓았다. 팽이치기를 할 때는 팽이를 멈추지 않도록 쉴 새 없이 돌리는 것이 승리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팽이를 오래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팽이에는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고 하고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둥근 물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운동을 하므로 회전 관성을 가지는 팽이는 무겁고 단단한 재질이 관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무보다 소나무나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돌던 팽이가 어느 순간에는 공기저항과 바닥면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멈추게 되므로 아이들은 팽이의 표면을 잘 다듬어서 공기저항을 덜 받게 한다. 또한 얼음 위에서 팽이를 돌리면 바닥면과의 마찰이 적어지기 때문에 사계절 모두 팽이치기를 하지만 유난히 겨울에 아이들이 즐겨 한다.

겨울철 강가나 논두렁에서 바람을 이용해 날리는 연날리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는 대보름에 액을 멀리 보낸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제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쉽게 볼 수 있다. 연날리기는 한지와 대나무로 가볍게 연을 만들고 얼레에 감겨 있는 실을 조절해서 높낮이를 조종하는 놀이로 놀이의 방법은 쉽지만 잘 날리기가 그다지 쉽지 않다.

연날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연의 윗면과 아랫면을 바람이 동시에 지날 때 윗면을 흐르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감소하는 원리를 이해하면 쉽다. 이것을 베르누이의 정리라고 하는데, 이때 연의 윗면에 작용하는 압력이 아랫면에 작용하는 압력보다 작기 때문에 연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연을 잘 날리려면 연의 윗면을 아랫면보다 앞으로 기울여서 들고 날리고, 양력과 항력을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 연이 위로 떠오르려고 하는 힘이 양력이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뒤로 진행하려고 하는 힘이 항력이다. 실을 감으면 양력이 생겨 위로 뜨고 실을 풀면 항력이 생겨 뒤로 진행하므로 이러한 힘의 성질을 가지고 조종하면 된다.

이렇듯 우리 전통 민속놀이에는 재미와 동시에 과학이 숨 쉬고 있다. 이번 설에 종일 TV 프로그램에 빠져 있기보다는 민속놀이를 통해 창의력과 과학적 사고를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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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기의 숨은 공신은 바로 정전기 [제 863 호/2009-01-14]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털옷이나 스웨터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지만, 입고 벗을 때 따끔하게 튀기는 불꽃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곤 한다. 사계절 중에서도 건조하고 습도가 낮은 겨울에 많이 생기는 불청객, 정전기! 하지만 이러한 정전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전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하와 (-)전하의 이동에 대해 생각하면 쉬워진다.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는 (+)전하를 띠고 있는 양성자의 수와 (-)전하를 띠고 있는 전자의 수가 같기 때문에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이다. 이와 달리 마찰 후 두 물체가 서로 다른 전기를 띠게 되는 것을 마찰 전기라 하고, 다른 물체로 이동하지 않고 물체 위에 정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전기라고도 한다.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우리 곁에 흔하게 두고 쓰는 복사기도 바로 이 정전기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복사기는 1936년 미국에서 전자회사 직원이었던 체스터 칼슨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가 발명한 복사기의 원리는 토너의 검은 탄소가루가 정전기에 의해 쇠로 만든 원통(드럼)에 달라붙었다가 다시 정전기에 의해 종이 위에 달라붙게 하는 것이다.

복사기 유리 위에 원본 종이를 얹어 복사버튼을 누르면 불빛이 지나가면서 종이에 그 빛이 닿았다가 드럼 쪽으로 반사된다. 드럼의 표면에는 반도체 물질인 셀레늄이 발라져 있는데, 셀레늄은 평소에는 (+)전하를 띠지만 빛을 받으면 (-)전하를 띠는 성질이 있다. 종이의 흰 부분에 반사된 빛이 드럼에 닿으면 (-)전하를 띠고, 글자가 있는 검은 부분은 빛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반사되지 않는다.

토너의 검은 탄소가루를 전류로 (-)전하를 띠게 만들어 글자가 있는 검은 부분에만 달라붙도록 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종이를 다시 밀착시켜 종이 뒤에서 강한 (+)전하를 발사하면 드럼에 붙어 있는 (-)전하의 토너가루는 종이로 다시 옮겨 붙는다. 여기에 180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토너가루 입자들은 종이에 영원히 달라붙게 된다. 고온의 열 때문에 방금 복사한 종이가 따뜻한 것이다. 최근에 사용되는 컬러 복사기 역시 동일한 원리로 노랑, 빨강, 파랑의 삼원색의 컬러 토너가루를 사용하여 기본 작업을 세 차례 이상 반복하여 복사된다.

정전기의 힘은 중력이나 마찰력만큼이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전자와 전자가 서로 밀치는 힘은 물체들이 서로 뒤섞이지 않게 하는데 이를테면 손가락이 물체를 뚫고 지나갈 수 없는 것은 손에 있는 전자를 물체의 전자가 밀쳐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지는 것들은 모두 정전기의 힘이 작용되는 것이다.

머리를 빗고 난 뒤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치는 현상도 같은 원리이다. 빗과 마찰한 머리카락은 빗과 서로 다른 전기를 띠게 되는데, 머리카락들이 모두 같은 전기를 띠게 되므로 머리카락 사이에는 밀어내는 힘인 척력이 작용하여 서로 밀어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건조한 겨울에 더 심하다.

남자는 정전기가 4,000볼트 이상이 되어야 느끼지만 여자는 2,500볼트 정도만 되어도 느끼고, 남자보다 여자의 피부가 민감하여 쉽게 건조해져 정전기가 나타나기 쉽다. 땀을 많이 흘리는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과 노인에게서 정전기가 더 잘 생기는 까닭도 건조함 때문이다.

정전기는 흐르지 않고 멈춰 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므로 가장 좋은 방지법은 정전기를 흐르게 만드는 것이다. 머리빗으로는 플라스틱, 금속으로 된 빗보다 나무로 된 빗을 사용하고, 털옷, 스웨터 등의 외투 안이나 소매 끝에 클립을 끼워두면 정전기가 생기지 않는다. 클립이 몸에 생긴 정전기를 모아 방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땅에 쇠사슬이 끌리게끔 달아놓은 자동차도 정전기 방전을 위한 것이다. 도체로 만들어진 쇠사슬을 달아놓으면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에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자동차 표면에 발생하는 정전기를 쇠사슬을 통하여 땅으로 흐르게 한다.

가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정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러기엔 유용한 면이 훨씬 많기에 우리에게 정전기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생활의 작은 불편함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넘기기보다는 소소한 지식을 활용하여 대처하는 현명함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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