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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쏘아 올리다 - KSLV [제 868 호/2009-01-26]

<영화 신기전>은 한국의 신무기를 막아야 하는 명나라와 지켜내야 하는 조선을 소재로 삼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수많은 로켓포가 하늘을 뒤덮고 명과 여진족의 연합군은 세상에서 처음 보는 신무기에 속수무책이다. 영화 속 통쾌한 반전을 이룬 최첨단 무기는 바로 조선시대 실재했던 신기전이다. 세계우주학회 IAF가 인정한 세계 1호 로켓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신기전은 당시 우리 과학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역사다.

신기전 이후 600여 년 잠자고 있던 한국형 로켓이 이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전남 고흥반도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위성발사체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1을 타고 과학기술위성 STSAT-2호가 발사된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능력을 갖춘 우주선진국의 모임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폭죽이다. 비교적 열악한 환경을 가진 한국의 현실에서 스페이스 클럽 가입은 월드컵 4강만큼이나 벅찬 감동이 될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연구로 만드는 우리 국가대표 KSLV-1은 어떻게 구성될까. 1단과 2단으로 짜이고 2단의 윗부분에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해 우주궤도에 오르는 역할을 한다. 1단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현지에서 개발해 한국의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로 배달해오고, 킥 모터라고 부르는 2단 부분은 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하고 국내 한 기업에서 국산화한 것이다. 무려 5천여억 원이 투입되는 이 로켓은 과연 수명이 얼마나 될까? 간단히 말하면 채 10분이 되지 않는다. 발사 후 238초 만에 1단이 분리돼 태평양에 떨어져 나가고 관성에 의해 300km까지 날다가 2단 부분이 580초 만에 위성만을 남겨두고 임무를 마치고 생을 마감한다.

위성이나 우주선의 발사체를 흔히 로켓이라고 부르는데 로켓과 미사일은 무엇이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는 냉전시대 그 많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대신 우주발사체로 전용시켰다. 2006년 아리랑 2호를 쏘아준 발사체 ‘로콧(ROCOT)’도 원래 군사용 미사일이었다. 북한의 대포동도 마찬가지이다. 2002년 대포동 2호가 올랐을 때 일본은 미사일을 쐈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북한은 광명성이라는 위성을 탑재한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자면 로켓의 상층부에 탄두가 실리면 미사일, 특히 핵을 실으면 핵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올리면 우주발사체, 즉 로켓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과거에는 고체추진제를 사용했으나 KSLV-1은 액체추진제를 사용했다. 고체추진기관은 흔히 미사일의 엔진으로 사용하는데, 공장에서 한 번 고체추진제를 넣으면 10년은 보관이 가능해 다량으로 보관하고 아무 때나 쓸 수가 있다. 그러나 액체추진로켓은 추진제와 연료를 발사 직전에 넣어야 하고 폭발의 위험도 크지만 대형 로켓을 쏘기에는 적합한 구조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려주는 로켓이다. 로켓이 위성을 궤도에 밀어 넣어주는 힘, 즉 추력에 따라 위성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 로켓이 없으면 늘 외국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위성이 있어도 다른 나라에서 쏘아주지 않겠다고 하면 위성은 고철덩이에 불과하다. 그리고 외국 로켓을 이용할 때 한국위성의 제원과 특징 등의 첨단정보가 자연스럽게 로켓 보유국에 전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자국 로켓이 없어서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발사한 아리랑 2호라는 해상도 1m급의 세계 최고 정밀도를 갖춘 관측위성을 개발하고도 로켓이 없어 당시 러시아제 ‘로콧’이라는 로켓에 발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따지면 자국 로켓은 매우 경제적이다. 만약 위성발사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아리안 5호 로켓을 이용한다면 대략 500억 원의 발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러시아제 ‘로콧’과는 가격 면에서 차원이 다른데 위성 한 번 쏘려고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는 없다. 따라서 KSLV-1의 성공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에는 비록 100kg급 소형위성이지만 10년 뒤 1톤급 상용위성을 무사히 쏜다면 우리도 다른 나라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대신 쏴주겠노라고 세계 위성시장에 당당히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소국의 설움을 떨쳐버리고 우리의 독자적인 하늘을 갖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지난 92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가 첫 한국위성 우리별 1호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우리별 시리즈와 아리랑 1, 2호, 고체로켓 KSR-3까지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우주개발작품은 모두 현실화됐다.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아직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시작된 KSLV-1이라는 작지만 큰 뜻을 가진 배는 이제 곧 닻을 올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글 : 강진원 기자(TJB 대전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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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 그만두면 아니 뛴 만 못하다 [제 869 호/2009-01-28]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저마다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운다. 새해 계획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담배를 끊겠다는 것과 영어공부 그리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들이 매년 등장하게 되는 것은 시행도중 포기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담배와 영어공부는 그래도 하다가 중도에 포기해도 한만큼 이득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와 달리 운동은 하다가 그만두면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 즉 뛰다가 그만두면 아니 뛴 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운동은 하다가 그만두면 오히려 손해일까?

사람들이 운동을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에 반해 수영이나 배드민턴, 스케이트를 배우려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골프나 댄스를 배우거나, 헬스를 통해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싶어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즉 ‘에이즈보다 무서운 비만(?)’과 싸우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와 달리 단지 다이어트 때문에 운동을 한다면 정말 심사숙고한 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한 가지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 무조건 먹지 않거나 아주 적은 양의 음식만 먹는 등의 식이요법에 의한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 기간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일정 기간 절식을 할 경우 체내 근육량이 감소함에 따라 기초대사량도 낮아진다. 몸은 낮아진 기초대사량에 맞춰 에너지를 소비하고 절식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잉여 에너지가 가장 축적되기 쉬운 형태인 지방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식으로 근육량은 줄어들고 지방량은 증가하게 되어 몸이 쉽게 원래의 체중으로 복귀하는 현상을 흔히 요요현상(yo-yo effect)이라고 한다.

다이어트의 최대 걸림돌이자 다이어트를 비생산적인 일로 만들어버리는 요요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사냥꾼이었던 구석기 시대 조상들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뛰어난 사냥꾼이라고 하더라도 사냥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10000 BC>에서와 같이 매머드 사냥이라도 성공하면 부족은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몇 날 며칠이고 굶을 수밖에 없었고 겨울에는 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챙길 수 있을 때 최대한 챙기기’였다.

즉 식량이 생기면 최대한 먹어서 몸에 저장하는 방식이었는데, 그러한 몸의 저장고가 바로 지방세포였다. 불규칙한 양분 공급에 적응하기 위해 혈액 속의 과다한 당분을 인슐린을 이용해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하거나 지방으로 전환시킨 뒤 지방세포에 차곡차곡 저장하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이다.

지방조직은 임신 6~7개월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출산 직후 수개월 동안 활발하게 생성되어 아기를 추위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사춘기에도 활발하게 지방세포가 생성되기 때문에 이때에도 체중조절에 주의를 해야 된다. 지방세포는 항상 세포 수와 크기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통해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를 할 때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비교적 효과적이다. 적절한 근육운동을 통해 축적된 지방을 소비하고 근육량을 증가시켜 기초대사량의 감소를 막아준다. 하지만 운동 역시 하다가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하면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폴 윌리엄 박사는 운동을 평소에 안 했을 때보다 운동을 하다가 중단했을 때 몸무게가 더 많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식이요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고 싶은 걸 참기도 어려운데 요요현상 때문에 운동을 병행해야 하고, 거기에다가 운동을 멈추면 살이 더 찌게 된다니. 하지만 윌리엄 박사는 1991년부터 미국 전국 조깅 주자의 건강 연구 프로젝트의 수집 자료를 근거로 조깅을 중단했을 때 체중이 더 불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운동을 쉬었다가 이를 만회하려면 운동 강도를 이전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깅 운동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한 사람들 중 남성은 매주 2마일(약 3km), 여성은 매주 1마일(약 1.5km)을 더 뛰어야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불규칙적으로 하거나 중단하면 운동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무리 다이어트가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도 살과의 전쟁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도중에 포기해도 부담되지 않는 방법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 배부르게 먹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채소와 과일 몇 조각으로 버티며, 천근만근 느껴지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에 약수터에 가는 다이어트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것보다는 단지 고열량 식단을 조금씩 줄이고, 생활 중에서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도 우리 몸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즉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조금 더 멀리 주차하고, 마트 갈 때 걸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만이 꼭 게으름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 흔히 잠을 많이 자면 비만이 되기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정반대로 잠을 적게 잘수록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그 이유는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에너지가 비축될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글 :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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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 독립 선언 앞당긴 CNT 투명전극 제조기술 [제 865 호/2009-01-19]

액정화면이나 문자판에 손가락을 접촉시켜 작동시키는 터치스크린은 IT기기의 필수 트렌드로서 최근 ‘터치폰’이나 네비게이션 등에 사용되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문가 설문과 1만 351명에 대한 인터넷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터치폰을 2008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을 제조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터치스크린 패널용 투명필름이 거의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터치스크린용 투명필름은 터치스크린 모듈 제작에 필수소재인 전도성 투명필름으로, 투과도 85% 이상, 면저항 400Ω/sq 수준이 요구된다. 일반적인 저항막 터치 방식의 경우 두 장의 투명필름을 상하로 배치하여 외부접촉에 의한 접점형성에 의해 구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동안 투명전극 제조를 위해선 ITO(Indium Tin Oxide, 산화인듐주석, 각종 평판 디스플레이의 투명전극 소재)가 많이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ITO를 이용할 경우 고온, 고압에서 물리적 증착을 통해서만 투명전극의 제조가 가능해 구부릴 수 없는 등 활용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물질로 떠오른 것이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다. CNT는 탄소들이 벌집처럼 연결되어 다발형태를 이루고 있는 신소재로 1나노미터(머리카락 1/10만) 크기로 강철보다 100배 강하고 구리보다 1천 배 전기가 잘 흐르는 특성을 갖고 있다. CNT는 완벽한 구조와 더불어 기계적, 물리적, 전기적 및 열적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전기전자, 정보통신,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응용가능성이 제시되면서 물리적, 화학적 특성 규명 및 다양한 응용분야에 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투명전극 제조에 활용된 기존 CNT 기술은 유리 또는 고분자(폴리머) 기판 위에 CNT만을 단독 코팅하거나 바인더(결합물질)와 CNT를 분리하여 다중(多重) 코팅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이 기술들은 다중 코팅에 따른 공정의 복잡함은 물론 기판과 탄소나노튜브 층 사이의 접착력이 부족하여 쉽게 탈착되는 등의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어 상업화에 걸림돌이 됐다.

뿐만 아니라 ITO 코팅 필름이 제품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요대비 공급부족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문제가 발생했다. 재료 공급부족으로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있을 뿐 수입액 규모에 비해 실제 국내시장규모는 훨씬 큰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터치폰, 풀터치 노트북, 대형 LCD 터치기능 등 향후 터치패널 적용분야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재료 수입 및 공급부족에 따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높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절실히 요구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ITO 소재와 기존 CNT 활용 기술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일본이 독식하고 있던 터치스크린용 투명필름을 ‘탄소나노튜브 코팅필름’으로 대체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www.keri.re.kr) 이건웅 박사팀 개발에 성공한 ‘CNT를 이용한 투명전극 제조기술’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네비게이션의 액정패널 등으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분야 핵심소재인 투명전극을 CNT를 이용한 하나의 코팅액으로 제조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과 활용 방법이다.

이건웅 박사팀은 탄소나노튜브, 용매, 바인더, 안정제, 균일제 등 5개 이상으로 구성된 성분들을 하나의 코팅액으로 만들고 이것을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에 페인트칠하듯 코팅해 투명한 박막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투명 고전도성 초박막 제조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기존 방식의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했다. CNT 코팅액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CNT의 정제 및 고농도 분산, 용액 내 분산안정화 기술, 각 성분들 간의 용액상 평형 유지 등 재료설계 기술의 해결이 필수적이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 순수용액에 하나의 성분이 추가되면 탄소나노튜브 안정화가 쉽게 깨져서 고루 섞인 용액이 되지 않고 쉽게 뭉쳐져 버리기 때문에 5개 이상의 각 성분들 간의 안정화 기술 개발이 최대의 난제였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연구원 내 습식공정을 위한 청정실(클린룸)을 별도 설치하고 전문연구랩을 별도 운영하는 등 첨단 핵심 기술의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투명전극 제조방법으로는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이번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물리적으로 여러 번 증착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공정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한 번의 코팅만으로도 투명전극을 제조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 공정 단가를 50% 이상 절감시켜 준다. 즉 한 번의 습식코팅만으로 10-100nm(나노미터) 수준의 초박막 투명전극 제조가 가능하며 대(大)면적 코팅이나 유연한 고분자 기판 위의 성형이 가능하다. 또한 박막에 함유된 나노튜브의 양을 극소화하여 재료 단가도 절감할 수 있어 대체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CNT 코팅액은 각 성분의 농도조절에 따라 투명전극 제조를 위한 스프레이 코팅액, 롤 코팅(roll to roll coating)이 가능한 페이스트(paste), 패터닝(patterning)이 가능한 잉크젯용 잉크 등으로의 변환이 용이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또한 각 성분의 농도조절에 따라 터치스크린은 물론 구부림이 가능한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 등 디스플레이 산업 전반에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이 기술의 가치가 주목받는 것은 차세대 국가성장동력 분야인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소재의 국산화를 앞당겼다는 점이다. ITO 자체가 희귀금속으로 전 세계 매장량이 고갈되고 있는 시점이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위해 ITO 필름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 개발이 절실했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ITO 대신에 국내에서 얼마든지 제조가 가능한 CNT를 이용하기 때문에 재료의 국산화와 더불어 원가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향후 기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정전기 방지용 정전분산 필름 및 트레이, 전자파 차폐 필름 등 외에 디스플레이용 투명전극, 간편하게 휴대가 가능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의 각종 유연(flexible) 전극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들도 탄소나노튜브 투명전극 기술과 더불어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일본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는 자부심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보자.

글 : 류동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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