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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 [제 876 호/2009-02-1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말만큼 우리 생활에 무엇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바로 라면을 끓일 때 라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 하는 문제. 우리는 라면과 스프의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이 두 가지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우선 맛있게 끓인 라면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자. 면이 불지 않고 적절히 익었으며, 스프의 맛이 적당히 면에 배고, 국물이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맛있는 라면일 것이다. 이 중에서 면의 익은 정도는 온도 및 조리 시간과 연관이 있다. 면은 끓는 물에 익히는데 모든 물질이 끓는 온도, 즉 끓는점은 물질에 따라 고유하다. 순수한 물은 외부압력이 1기압일 경우 섭씨 1백 도에서 끓어 기화한다. 끓는점은 여러 요소에 따라 변하는데 예를 들어, 기압이 1기압 이하일 경우 물의 끓는점은 1백 도보다 낮아진다. 끓는점이란 열에너지를 받은 물질이 기화하면서 발생하는 압력이 주변의 대기압을 넘어서는 순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고산지대에서 밥을 지으면 설익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같은 대기압하에서는 일반적으로 불순물이 용해되어 있을 경우 물의 끓는점이 상승한다.

따라서 물에 무언가 다른 물질이 많이 녹아 있을수록 더 높은 온도에서 끓고, 이때 면을 넣으면 빨리 익는다는 결론이다. 그러므로 스프를 먼저 넣으면 녹은 양에 비례해 끓는점을 올릴 수 있고, 이때 면을 넣으면 불기 전에 조금이라도 먼저 익힐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용액의 농도에 따라 끓는점이 상승하는 끓는점 오름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갖가지 국물 역시 조미료 등이 녹아있는 물이다. 그렇다면 끓는 국물은 끓는 물보다 높은 온도일 것이다. 따라서 끓는 국에 화상을 입었을 때는 물에 데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 변비란 배변 활동의 장애이다. 그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이 경우 언급되는 변비란 장기의 기능성 문제가 아닌 장 내용물의 특성과 관련된 얘기이다.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는 것은 타닌 성분 때문에 나온 얘기이다. 타닌은 주로 떫은맛이 나는 과일에 들어 있으며 장 내용물 속의 지방질과 결합하여 변을 굳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감 또는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타닌산은 물 흡수력이 강해서 설사를 멈추는 효과가 있지만 철분과 쉽게 결합하고 배설되어 빈혈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데 타닌은 과실의 성숙도에 따라 그 함량이 달라진다. 잘 익은 감을 먹으면 떫은맛이 거의 없다. 바나나도 마찬가지이다. 과일이 익어가면서 그 안에 들어 있던 각종 효소들이 서로 작용하고, 타닌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수용성에서 불용성으로 변하며 함량이 떨어진다. 따라서 푸른빛이 남은 바나나보다는 노랗게 후숙성 시킨 바나나를 먹으면 타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속설은 어디까지나 변의 굳기만을 변비와 직결시켜서 나온 얘기이다. 과일에는 타닌 이외에도 여러 요소들이 들어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식이섬유소이다. 변비와 미용에 좋다며 한창 광고하던 음료수들이 식이섬유성분을 내세우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는 효소의 작용에 의해 수용성 식물 섬유인 펙틴이 만들어진다. 이 펙틴은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해 오히려 변비와 설사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섬유질은 바나나 껍질의 안쪽, 실 같은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잘 익은 바나나를 가려먹는다면 거꾸로 변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숙성이 너무 오래 진행된 경우 펙틴이 줄어들며 과일이 무르게 변하므로 그 이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설탕보다 물엿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당분이 전혀 없는 음식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핏 단맛을 느낄 수 없는 음식에도 조리 과정에서 약간의 설탕 정도는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당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되고 에너지로 쓰인다. 하지만 당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문제가 된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식품의 경우 여러 가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설탕이다.

설탕은 사탕수수, 사탕무 등의 식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한동안 천연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탕은 그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 미네랄 등 대부분의 성분을 빼내고 단맛만을 부각시키기 때문에 인공감미료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설탕의 남용은 당분을 과잉공급하는 원인이 되고 이것이 누적되면 당뇨와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황설탕이나 흑설탕 등이 더 낫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결국 정제설탕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물엿의 주재료는 옥수수이다. 옥수수 내에 있는 전분을 정제하여 추출하고 이것을 효소 가수 분해해 물엿을 제조한다. 물엿이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고 나서 물엿의 용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004년 미국에서는 물엿이 비만을 유발하고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나친 당분의 섭취를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짧은 상식 하나. ‘사과는 먹는 시간에 따라 아침에는 금, 점심에는 은, 저녁에는 동’이라는데, 그 이유는 뭘까?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오후보다는 오전에 활발하므로 저녁에 과일의 당분을 섭취할 경우 쉽게 중성지방으로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섬유소가 많아서 저녁에 먹으면 장이 소화하는 데 부담을 줄 수 있어 소화하는 시간이 비교적 많은 아침에 먹는 것이 좋은 것이다. 또한 사과의 산도는 위액의 산보다 훨씬 낮으므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위가 나쁜 사람이 먹어도 좋다.

음식은 살아가는 데에 필수불가결하지만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 잘못된 인식이나 근거 없는 속설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또한 가공 식품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해물질들이 알려지기도 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혼란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과학적인 근거를 따져보는 것이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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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을 그린 화가, 조지프 라이트 [제 875 호/2009-02-11]

근대 미술 작품들 중 과학적인 기법을 도입한 그림으로 사람들은 점묘법으로 그려진 조르주 쇠라의 그림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꼽고, 과학 실험을 다룬 그림으로는 영국의 화가 조지프 라이트가 그린 ‘진공 펌프 실험’을 꼽는다. 18세기 중반에 그려진 이 그림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즉 ‘이성과 계몽의 시대’로 불렸던 18세기적 분위기를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때의 과학 실험이 어떻게 행해졌는지도 명확하게 알려준다.

그림 속에서 구현되는 실험은 ‘진공’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그림을 보면, 중앙 상단에 있는 커다란 유리 공이 눈에 들어온다. 유리 공 속에는 하얀 앵무새가 들어 있다. 그림 왼편에 서 있는 과학자는 유리 공과 연결되어 있는 펌프를 통해 공 안에 들어 있는 공기를 빼내려고 하고 있다. 유리 공 안의 공기가 완전히 빠져나가고 진공 상태가 되면, 안에 들어 있는 새는 산소 부족으로 죽게 될 것이다. 그림 속 과학자가 보여줄 실험은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 그림이 그려졌던 18세기에 이 같은 실험은 마치 마술처럼 보였을 것이다. ‘산소’의 개념이 발견된 것은 1770년대였고 이 그림이 그려진 정확한 시점은 1768년이다.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과학 실험 도구들이 놓여 있는데 그중에서 물컵 옆에 있는 ‘마그데부르크 반구’가 눈에 띈다. 마그데부르크 반구는 1654년 독일의 게리케가 마그데부르크에서 한 진공 실험에서 쓰인 반구다. 게리케는 두 개의 반구를 꼭 맞추고 두 안의 공기를 빼내면 반구 안이 진공 상태가 되어 두 반구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다. 실험 당시 붙어 있는 두 개의 반구를 떼어내기 위해 16마리의 말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게리케가 독일 마그데부르크 시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이 실험은 ‘마그데부르크의 반구’로 불리게 되었다. 조지프 라이트는 이 유명한 실험 기구를 그림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이 실험이 ‘진공’에 대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진공에 대해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이 마그데부르크의 반구 실험부터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과학자들은 진공이라는 상태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사용된 ‘물시계(clepsydra)’ 또는 ‘물도둑’이라고 불린 가느다란 대롱은 진공을 이용한 것이다. 물도둑은 일반 가정에서 국자 대용으로 쓰던 장치로 놋쇠 대롱 아래에 놋쇠 공이 붙어 있었고, 이 공 아래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다. 이 물도둑을 물 안에 담그면 놋쇠 공 안에 물이 가득 차게 된다. 대롱의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막은 후 물도둑을 꺼내면 놋쇠 공 안에 찬물은 흘러내리지 않는다. 이처럼 고대인들은 진공과 공기의 힘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진공의 힘을 일상생활에서 이용했던 것이다.

‘진공 펌프 실험’의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어둠 가운데 놓여 있는 램프에서 나오는 환한 빛이 과학자와 구경꾼들을 비추고 있다. 이 극적인 빛은 ‘과학의 힘’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학과 지식의 힘이 무지와 공포라는 어둠을 물리치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일종의 암시다.

재미있는 사실은 ‘진공 펌프 실험’ 속에 그려진 과학자의 모습이 현대의 과학자라기보다는 연금술사나 마법사를 연상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림 속 과학자는 긴 머리에 가운을 입고 극적인 표정을 지으며 유리 공 위에 달려있는 밸브를 조절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구경꾼들에게 설명하며 밸브를 잠가서 새를 죽도록 내버려둘지, 아니면 새를 살려줄지 묻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림 속 과학자처럼 18세기 과학자들의 반은 과학자, 반은 마법사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저녁마다 부유한 가정들을 방문하며 과학 실험을 보여주었다. 이들의 과학 실험은 저녁 한나절의 여흥인 동시에, 아이들에게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었다. ‘진공 펌프 실험’ 역시 이처럼 여염집에서 실시된 실험의 한 장면으로 보인다.

과학자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아이와 어른들, 연인, 철학자 등은 제각기 흥분에 찬 모습으로 과학자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두 자매는 새가 곧 죽게 될까봐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으며, 새장을 든 소년은 과연 이 새장이 쓸모없어질지 궁금해하며 새장을 끌어내리고 있다. 화면 왼편에 앉아있는 또 다른 소년은 실험에 완전히 빠져든 듯,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실험 결과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화면 오른편의 나이 든 남자는 과학의 힘으로 하나의 생명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운 듯, 차마 시선을 유리 공에 주지 못하고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18세기까지 화가들이 즐겨 그린 주제는 성경이나 고대 그리스 신화의 장면들, 또는 귀족이나 왕족의 초상화 등이었다. 서민들의 풍속화나 풍경화 등은 이때까지 고급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귀족이 아닌 상인, 자본가, 시민계급이 성장하면서 화가들 역시 더욱 일상적인 주제를 그림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린 ‘일상’ 중에는 바로 이처럼 과학에 연관된 주제도 적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과학과 일상은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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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로 연간 최대 120억 절약하세요~ [제 874 호/2009-02-09]

깻잎의 맛을 사수하려면 꽃이 피게 해선 안 된다. 깻잎의 맛과 꽃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하겠지만 일단 꽃이 피면 깻잎의 맛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깻잎이 꽃을 피우지 않도록 꽃대를 자르기도 하고, 시설재배할 경우 꽃이 피는 밤에 야간조명을 켜놓기도 한다. 최근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효율이 탁월한 LED 장치가 주목받고 있다.

LED(Light Emitting Diode)란 반도체 발광소자로 광 효율이 높고 반영구적인 차세대 광원이다. LED 광원은 백열등보다 수명이 10~30배 길고, 백열등과는 다르게 열이 나지 않으며, 전기에너지로부터 광전환 효율이 90%로 높아 에너지절감 효과가 매우 큰 장점이 있다. LED는 여러 산업분야에서 이미 매우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어 최근 휴대전화, 대형 전광판, 그리고 교통신호와 차량 조명에 대부분 LED가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존의 백열등이나 형광등도 LED로 대체될 전망이다.

LED가 어떻게 기존의 전구만큼 야간조명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식물이 낮에 쬐는 태양광은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우리가 잘 아는 일곱 가지의 무지갯빛으로 나누어진다. 식물은 이런 각기 다른 색상(파장)에서 다양한 반응을 민감하게 나타낸다. 식물은 광수용단백질인 파이토크롬(phytochrome)에 의해 적색광(660nm)과 초적색광(730nm)의 변화를 감지한다. 광수용단백질은 불활성형태(Pr)로 존재하다가 적색광에 의해 활성형태로 전환되어 해 길이의 인지, 종자 발아, 광합성 산물의 체내이동, 개화, 색소 발현 등 식물의 반응을 유도하고 초적색광에 의해 다시 불활성형태(Pr)로 전환된다. 과실의 당도 향상, 생육촉진, 기능성 증진 등 농업적으로 유용한 작물의 특성들도 식물의 광수용단백인인 파이토크롬 작용의 유도로 조절될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실용적인 광수용단백질의 발현 조절을 위한 적색광과 초적색광 이용기술은 실용화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번에 새로 개발된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를 이용하여 농가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우리나라 비닐하우스와 대형온실 형태에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개발한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는 설치소요량이 적고, 균일한 광처리가 가능하고 광이용 효율이 높은 특징이 있다.

시험연구용으로 자체 제작하여 사용해 오던 막대형태의 LED 광처리 장치를 1,000m²(300평)의 비닐하우스에 설치하려면 약 250개가 필요하지만 새로 개발한 원추형의 LED 광처리 장치는 약 80개면 설치가 가능해 설치소요량을 약 68% 줄여 실용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원추형의 농업용 적색 LED 광처리 장치는 비닐하우스의 천정부착형, 대형온실의 기둥부착형, 과수원의 독립기둥형 등 7가지 형태와 35가지 광강도로 개발하여 2008년 특허출원하였고 2009년에는 일본, 미국, EU 등 농업선진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농업분야에서는 전기조명을 켜 주어 낮의 길이를 늘여 꽃피는 것을 억제시키고, 생산량을 늘리는 잎들깨와 국화, 딸기의 전조(電照)재배를 2,864ha 면적의 9,983 농가에서 하고 있는데 이때 해 길이 연장에는 적색광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 길이를 연장시키는 작용은 적색광이 백색광보다 효율이 5~6배 높고 기존의 백열등을 적색 LED 광으로 대체하면 전기사용량을 약 70~80%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전조재배 시, 식물은 밤에도 광합성 작용을 하게 되는데 적색광은 백색광보다 광합성 작용에 효율이 높아 잎들깨와 국화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백열등보다 10~20% 향상시킬 수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참외에 초적색 LED 광을 해가 진 후 단시간 처리하면 참외 착과 수가 증가되어 참외 생산량이 25% 증가하는 것이 새롭게 밝혀졌다.

잎들깨를 재배할 때 전기요금은 1,000m²당 백열등의 경우 연간 약 32만원이 소요되나 LED의 경우 백열등에 비해 70%가 절감되어 연간 약 9만 6천원이 소요된다. 이때 약 22만 4천원의 소득이 발생하고, 이를 기초로 전국의 전조재배면적 2,864ha를 적색 LED로 대체한다면 1ha이 약 3,000평이므로 농업용 전기요금을 연간 약 64억원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잎들깨의 생산량 및 상품성 향상으로 연간 120억원의 농가소득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 1kw를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424g이 배출되므로 현재 전조재배하는 면적 2,864ha에 백열등 대신 LED 광으로 대체한다면 연간 13만 톤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이 계속되어 광이 부족할 경우와 하루해가 짧아 충분한 광을 받지 못할 경우에 태양광 대신 인공조명을 켜 주어 식물의 생장량 증가나 품질을 좋게 해주는 보광(補光)재배에도 LED가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LED 광원을 이용하여 농업분야 전기에너지 절감, 원예작물의 생산량 증대와 품질향상 기술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 조직배양용 인공광 시스템에 관한 연구, 식물생산 자동화공장, 빌딩 농업 및 지하식물 생산공장 등의 미래농업을 위한 LED 적용 기술개발 연구 등을 계속 추진 중이다. 이 기술들을 농업현장에 적용함으로써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저탄소 녹색성장 농업기술 체계로의 전환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에너지는 우리 세대의 것이 아니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 소중한 유산을 마구 사용했다. 에너지 자원의 다양화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차근차근히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글 : 홍성창 박사(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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