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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천문의 해 2009년을 한국 천문의 해로! [제 886 호/2009-03-09]

우리 민족은 천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민족이다. 몇 천 년 전 고인돌에도 별자리가 그려져 있을 정도였다. 또 올해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지 4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International Year of Astronomy)’다. 아울러 고려시대 천문 관측 기관인 서운관(書雲觀)이 설립된 지 7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서운관은 1308년 고려 충선왕 때 설립된 후, 조선말까지 무려 600년 동안 일식, 월식, 태양의 흑점, 별똥, 혜성, 초신성(超新星) 등 천문 현상을 관측하고 기록한 관청이다.

하지만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근대천문학은 역시, 근대과학을 태동시킨 서양에서 시작했다. 1609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데 사용하면서, 천문학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을 하게 된다. 그는 달 표면의 운석 구덩이(Craters), 금성과 같은 내행성의 위상 변화, 목성 주변을 공전하는 4대 위성, 귀가 달린 듯하다.라는 말로 표현했던 토성의 고리 등을 발견했고, 마침내 천동설을 뒤집게 된 생각까지 해내게 됐다.

천문학은 망원경의 진보 그리고 꾸준한 관측과 해석에 의해 이뤄진다. 갈릴레이가 처음 사용했던 망원경은 가시광선 영역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광학망원경이었다. 먼 곳에 있는 물체가 내는 빛을 받아들여 상을 맺히게 하는 대물렌즈(볼록렌즈)와 이 상을 확대해 볼 수 있게 만드는 접안렌즈(오목렌즈)로 이루어진 광학망원경은 렌즈가 클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아주 미약한 빛도 렌즈에 모을 수 있는 집광력과 멀리 있는 대상을 잘 확대해 가까이 붙어 있는 두 물체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인 분해능이 모두 렌즈의 크기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광학망원경은 통상 빛과 대기 간섭을 피하기 위해 산 정상 부근에 설치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지름 5~10m에 이르는 망원경을 하와이 칠레 등 해외에서 설치해 놓고 운용하고 있다. 이웃 일본만 해도 하와이 스바루천문대에 지름 8.2m짜리 광학망원경을 설치해 놓고 있다.

별이나 우주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는 전파망원경이 주로 사용된다. 천체에서 날아오는 전파의 강도를 기록하고 분석하면 우주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멀리서 오는 전파는 아주 미약한데, 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전파망원경의 규모도 커져야 한다. 전파 천문대는 일반 광학천문대와는 달리 전자기파 차단을 위해 계곡 안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 설치된 직경 100m짜리 가동식 전파망원경은 무려 80억 광년 떨어진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고정식 전파망원경으로 가장 큰 것은 아레시보천문대에 설치된 것으로 직경 305m에 달한다.

이런 첨단장비들의 도움으로 우주에 대한 비밀이 하나씩 풀려가고 있다. 태양계 행성들의 특성에서부터, 우주의 모양 그리고 우주의 탄생과 소멸에 관한 다양한 이론이 등장했다. 태양계 밖에서 행성을 발견하기도 하고 외계에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기도 한다. 한국 천문학자들에 의한 좋은 연구결과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주로 해외연구소나 국제 협력연구를 통해서인데, 최근에는 국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도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천문연구원 이재우·김승리 박사와 충북대 김천휘 교수 연구팀은 처녀자리 방향으로 59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쌍성계(HW Vir)에서 그 둘레를 공전하는 2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백산천문대와 충북대 망원경으로 2000년부터 9년 동안 관측해 얻은 영상 데이터에서 두 별만 있을 때와는 다른 미세한 별빛 주기 변이를 찾아낸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대 천문학계의 필수장비들은 세계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광학망원경으로는 소백산과 보현산에 각각 지름 61㎝, 1.8m짜리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천문연구원 산하의 대덕전파천문대에서 1986년부터 지름 14m의 단일 전파망원경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내에도 지름 6m의 전파망원경이 설치되어 2002년부터 연구에 이용되고 있는 정도다.

한국 천문학은 올해를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우선 직경 25m 크기 대형 광학망원경을 개발하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 Giant Magellan Telescope)` 국제프로젝트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2003년부터 추진된 GMT는 총 7억 4000만 달러를 들여, 8.4m 크기의 반사경 7장을 붙여 만든 직경 25m급 망원경을 2018년까지 칠레 라스 캄파나스 지역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이다.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배 높은 해상도가 기대되는 이 망원경은 약 130억 광년 밖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데 미국 카네기 천문대, 하버드 대학, 스미소니언 국립천문대, 애리조나 대학, 텍사스 오스틴 대학, 텍사스 A&M 대학이 지분 80%를 갖고 있다. 여기에 호주와 우리나라가 각각 10% 건설비 지분을 갖고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GMT가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망원경 관측시간 중 10%를 독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 사업도 한국 천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는 초장거리 전파간섭기술을 이용해 우주를 관측하는 프로젝트이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천체의 정확한 위치와 특성, 화상 등을 얻는 것이 바로 전파간섭기술인데, 각각의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신호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간섭시켜 천체의 위치와 특성, 화상을 얻는다. 지난해 말 이미 서울의 연세대학교, 울산의 울산대학교, 제주의 탐라대학교 캠퍼스 안에 각각 21m 크기 전파망원경이 구축됐는데, 이들 망원경이 통합 운영되면 지름 500㎞에 이르는 거대한 전파망원경의 성능을 구현하게 된다. KVN이 성공적으로 구현되어 2011년 일본관측망과 연결되면, 직경 2,500km 급의 동아시아 전파관측망이 구축되고 이렇게 될 경우 천체의 비밀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우주는 한마디로 끝이 없는 광대한 공간이다. 지금까지 관측한 우주의 모습을 다 합하더라도 극히 일부만 본 것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하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첨단 망원경이 기본이다. 우리나라도 올해를 기점으로 한 단계 높은 망원경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만큼, 한국 천문학의 성과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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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대변과 소변도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제 884 호/2009-03-04]

서울 근교 중소도시에서 몇 달 사이에 벌써 4차례의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모두 사람이 없는 동안에 범행이 이루어져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범행에 지역 주민과 경찰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었다. 정밀한 현장 조사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단서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사건을 해결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 모두 범행 수법이 비슷하여 동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다시 5차 사건이 이들 사건과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수사관들은 또다시 터진 비슷한 사건에 매우 당황했다. 아직 나머지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태에서 보란 듯이 또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사관 몇 명이 현장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 이게 뭐야. 대변이잖아. 에이 재수 없어. 밟을 뻔했네!”

한 수사관이 건물 외곽을 조사하다가 풀잎으로 덮여 있는 대변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어, 그래! 가만히 있어. 조심! 조심!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다행이군! 어제 비가 안 와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대로 잘 들어내서 국과수로 의뢰해야겠어.”

선임 수사관이 대변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달려가 변을 조심스럽게 채취하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건 현장에서 대변이 채취되어 의뢰되는 경우가 있다. 과연 대변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범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끔 위의 사건과 같이 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건 현장의 주위에서 발견되는 변은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대변에서는 어떤 과학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실험이 되겠지만 혈액형 및 유전자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변의 내용물을 분석함으로써 범인이 어떤 종류의 음식물을 섭취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혈액형 분석의 경우 변의 표면에 항문샘 등에서 분비된 점액성의 물질이 묻어 있는데 이 점액물질에는 분비된 혈액형 물질이 같이 묻어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면 범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혈액형을 검출하는 방법은 혈흔, 모발 등에서 혈액형을 시험하는 것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대변에서 혈액형을 분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약 1-3그램의 대변을 취한 후 여기에 10배 정도의 알코올을 가하여 30분간 가열 후 냉각한다. 이것을 원심분리하여 1/5로 농축한 후 3 배 정도의 알코올을 넣고 4℃에서 하룻밤 방치한다. 이를 다시 원심침전한 후 건조시켜 침전물을 분말로 만들어 혈액형을 분석하는 데 사용한다. 혈액형 시험은 항체가 항원에 반응하는지 시험하는 흡착시험법을 사용한다.

유전자분석의 경우 대변에 장 내벽 세포가 같이 묻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장의 표면과 닿았던 대변의 겉면을 채취하여 전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DNA를 분리하여 유전자분석을 실시한다. DNA 분리 후에는 일반적인 DNA 분석 방법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유전자형을 얻을 수 있다. 대변 자체가 오염이 심한 상태이므로 유전자형을 성공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어렵지만 비교적 신선한 대변에서는 유전자형을 검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시간이 지나 부패가 진행된 대변의 경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는 부패 세균 등이 사람의 DNA를 깨뜨릴 수 있는 효소 등의 대사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소변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를 얻을 수 있다. 소변인지 여부, 사람의 소변인지 여부 그리고 유전자분석까지 모두 가능하다. 오히려 소변의 경우 대변보다는 더욱 쉽게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이 가능한 것은 요로상피세포가 소변에 같이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변과 같이 소변도 쉽게 부패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위 사건들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하여, 목격자 진술과 확보된 일부 증거를 바탕으로 주변의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수사 결과 수십 명의 용의자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변에서 혈액형이 검출되어 혈액형이 일치하는 사람들로 용의자를 좁힐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변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압축된 용의자들의 유전자형을 비교하여 일치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로써 몇 달 동안 시끄러웠던 사건이 전혀 증거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대변으로 범인을 검거하게 되었고 이들 사건 모두가 해결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주 하찮은 증거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증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에게는 대변이 황금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제야 수사관들 모두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잖아. 대변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선임 수사관이 의미 있는 농담을 던졌다.

글 : 박기원 박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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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자도 졸린 이유 - 수면위상지연 증후군 [제 883 호/2009-03-02]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춘곤증. 황사와 더불어 봄의 불청객이다. 일반적으로 1~3주가 지나면 춘곤증은 저절로 사라진다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낮잠은 참기 힘들다.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를 신체가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생기는 생리적 부적응 현상으로, 일종의 계절병이다.

그러나 봄에만 생기는 춘곤증과 달리 계절에 상관없이 늘 잠을 많이 자도 졸리고, 아무리 저녁 일찍 잠을 청해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겨운 사람들이 있다. 아시아 수면연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만,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인 44%는 아침에 깬 뒤에도 졸리고, 60% 이상은 점심때면 졸리는 것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은 누구나 생체리듬을 갖는다.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정해진 리듬에 따라 자고, 일어나고, 먹고, 배설하며 살아간다. 인체는 그런 주기에 따라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감성과 인지기능을 작동시킨다. 이런 일정한 리듬을 살려내는 활동은 체내의 생체시계 때문이다.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깨는 것 또한 생체시계가 우리 몸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밤늦게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를 꺼버리고 다시 잠에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저녁에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도 있다. 이것은 생체시계가 자신의 생활 유형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녁에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은 자신의 생체시계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 패턴이 개인의 수면시간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직장인의 경우 근무시간이 일러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학생의 경우 수업 시작 시간이 빨라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학습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 것은 자신의 활동시간과 생체시계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 전문가인 뉴욕의 진 매트슨 박사에 따르면, 인간의 선천적인 생체리듬은 일상생활의 일과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생체시계와 일상생활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수면위상지연 증후군 (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이라고 한다.

수면위상이란 하루 중 잠을 자는 시기다. 보통 사람은 11시경에 취침하여 다음날 7시경에 일어난다. 하지만 수면위상이 지연된 사람은 밤 1~2시가 되어야 잠에 들고, 아침에 깨기가 매우 힘들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리듬 자체가 깨질 수 있다. 1시경 잠이 들어 오전 9시에 일어났을 때 외형상 수면시간은 8시간이지만, 중간에 햇빛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의 질이 떨어지고 실제 수면시간도 5∼6시간에 불과하다. 잠을 많이 자도 졸리는 경우 또한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하여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나쁜 게 원인이다. 숙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고 않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반대로 수면위상이 너무 빨라지면 저녁부터 졸리고 새벽에 너무 일찍 깨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교차상핵에 의해 조절된다. 교차상핵의 내부는 약 1만 개의 신경세포로 가득하다. 이 1만 개의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대략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내보낸다. 즉 1만 개의 세포가 모여 우리 몸 전체 세포의 시간을 제어한다. 시상하부 교차상핵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깨우는 환경요인에 반응한다. 가장 대표적인 환경요인은 아침 햇살이다.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서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아침에 눈을 떠 눈이 햇빛을 인식하면 생체시계는 이것을 아침 시보(時報)로 받아들인다. 이때부터 몸이 12시간 정도 활동모드를 유지하고 혈압이나 체내 온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 생체시계 탓에 낮과 밤의 구분이 몸 안에서 자연스레 일어난다. 빛은 생체시계를 재설정한다. 그래서 시간대가 다른 나라를 가면 생체시계가 새롭게 맞춰질 수 있다. 이외에도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도 생체시계를 깨운다.

그렇다면 ‘밤형’ 생활 사이클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으로 바꾸어 부지런한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쉽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성은 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중, 주말 모두 항상 일정한 시각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만일 평일에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일요일 아침은 늦게까지 잠을 자게 되면 주중의 수고가 물거품이 된다. 생체시계가 느려져 신체가 다시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한층 힘들어진다. 특히 휴일의 낮잠은 더욱 그러하다. 오후 3시가 지나서 낮잠을 자면 야간 수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요일뿐 아니라 휴일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싶다면 전날 밤에 빨리 자는 것보다도 전날 아침에 빨리 일어나 생체시계를 재조정해 둬야 한다.

우리 생체시계는 눈을 뜨고 아침 햇살을 인식한 시간부터 14~16시간 뒤에 잠이 오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잠을 잘 잘 수 있다. 오전에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의 바늘을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그 수정 능력은 강한 햇빛일수록 효과가 크다. 반대로 오후 특히 저녁때부터 밤까지 쬔 빛은 생체시계의 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 햇빛의 수정 효과는 오전에 생체시계를 빨리 진행시키는 작용보다 오후에 지연시키는 작용 쪽이 더 강하다. 따라서 저녁 시간에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스탠드 조명 등의 빛을 접하게 되면 뇌가 낮으로 착각하여 쉽사리 잠을 청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밤형을 아침형으로 바꾸고 싶다면 오전 중에 강한 빛을 계속 쬐면 된다.

월요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한 주를 시작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눈을 뜨자마자 몸에 아침 신호를 보내 생체시계를 고쳐 나가자. 우선 커튼을 젖히고 방안 가득 들어오는 밝은 햇볕을 쬐어 몸에 ‘아침의 신호’를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내자. 햇볕에 반응한 생체시계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째깍, 째깍’ 당신의 생체시계는 지금 몇 시 몇 분을 가리키고 있는가!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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