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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없이 얼려먹는 냉동의 달인 [제 882 호/2009-02-27]

안녕하십니까~ 달인을 만나다의 사회자 우담입니다. 오늘은 냉장고가 없어도 음료수를 언제나 시원하게 얼려 먹으며 30년을 생활해 오신 냉동의 달인 냉동 양과장을 모셨습니다.

사회자 우담 : 안녕하세요, 선생님. 무려 30년간 냉장고가 없어도 음료수를 시원하게 얼려 드셨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실 수 있으셨나요?

냉동 양과장 : 아~ 별거 아닙니다. 이렇게 얼음조각 위에다 소금만 샥샥 뿌린 뒤 음료수를 폭 집어넣으면 금방 차가워집니다.

사회 우담 : 아니 정말 그렇게만 하면 차가워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냉동 양과장 : 얼음에다 소금 뿌리고 음료수 넣어 봤어요? 넣어보지 않았으면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사회 우담 : 그럼 어서 빨리 한번 해 보시죠!

달인 양과장은 얼음이 가득 담긴 그릇에 소금을 뿌리더니 그 속에 요구르트나 음료수 병을 쑥쑥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 분이 지나자 정말 요구르트는 샤베트처럼 얼려 있고 음료수는 아주 차가워졌다. 마술사도 아닌 우리의 달인 양과장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신기해 보이는 이 현상은 아주 간단한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은 보통 0℃에서 얼기 시작해 얼음 상태가 되면 최대 -5℃까지 온도가 내려가게 되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얼음에 소금을 뿌리게 되면 얼음은 바로 녹기 시작하는데 이는 주변 온도가 올라가서 녹는 것이 아니라 온도가 점점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물로 변하게 된다. 이는 물 분자들이 서로 강력한 끌어당김(인력) 상태로 안정화되어 있는 구조, 즉 얼음 상태의 구조에 소금분자들이 물 분자 사이로 끼어들어 가면서 안정화된 물 분자 구조를 무너뜨려 다시 물 상태로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얼음이 물로 녹는 것처럼 고체가 액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융해현상이라고 하며 고체가 융해될 때에는 주변의 열을 흡수하게 되는데 이 열을 융해열이라고 한다. 얼음에 소금을 뿌리게 되면 얼음은 융해현상을 일으키며 주변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물이 순수한 얼음 상태의 최저 온도는 -5℃이지만 소금을 뿌린 얼음의 최저 온도는 무려 -24℃에 달한다. 즉 소금이 뿌려진 얼음물이 다시 얼기 위해서는 -24℃까지 온도가 낮아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는점 내림 현상이다.

이 때문에 요구르트나 음료수를 짧은 시간 동안 빨리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지 얼음물 속에 담가 놓은 것보다 얼음에 소금을 3:1의 비율로 뿌려 놓는 것이 좋다. 이런 원리는 음료수나 얼음과자를 얼리거나 차갑게 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 도로의 눈을 제설하는 데도 응용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TV를 보면 눈 덮인 도로 위에 하얀 염화칼슘을 뿌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눈에 물의 어는점을 강제적으로 낮춰 눈이 녹아내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염화 칼슘의 경우 최대 -55℃까지 온도를 낮출 수 있으므로 내린 눈이 빙판이 되기 위해서는 최대 -55℃ 이하 온도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러한 혼합비는 매우 이상적인 혼합비율 상태에서 나오는 온도이기는 하지만 단지 눈 위에 뿌리기만 함을 통해서 -10℃ 이하의 어는점을 얻을 수 있다.


[실험방법]
준비물 : 비커, 얼음, 굵은 소금, 온도계, 요구르트, 작은 음료수 등

[실험순서]
1. 작은 얼음들을 비커에 적당히 넣는다.
이때 얼음의 크기들이 너무 작게 만들지 않는다.
2. 이 상태에서 온도를 측정해 기록해 놓는다.
3. 얼음 위에 3:1의 비율이 되도록 소금을 뿌린다.
4. 5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소금을 뿌린 얼음의 온도를 측정해 2번 상태와 비교해 본다.
5. 소금을 뿌린 얼음 속에 요구르트나 음료수를 넣어 차갑게 얼려 본다.

[실험 Tip]
- 집에서 실험할 경우 소금을 뿌리지 않은 얼음과 소금을 뿌린 얼음을 준비하여 동시에 요구르트나 음료수를 넣은 뒤 나중에 어느 것이 더 차가운지 비교하는 실험을 해도 좋다.

글 : 양길식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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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내복을 꼼꼼히 챙겨입어요~ [제 881 호/2009-02-25]

휴일 늘어지게 잠이나 자려던 건축씨의 계획은 겨울채비를 위해 문풍지를 바르라는 아내의 요구에 보기 좋게 무산되었다. 이때 TV를 보던 아들 녀석의 질문이 반갑기만 하다.

“아빠~ 녹색성장이 뭐예요?”
“그건 말이다. 지구온난화란 말 들어봤지? 우리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지구를 덮고 있는 이불이 두꺼워져 지구가 더워지고, 때문에 여러 가지 기상이변으로….”

아들 녀석이 그쯤은 다 안다는 듯 아빠의 말을 가로막으며,
“에이, 그거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거쯤은 다 알아요.”
“그래, 그 이산화탄소의 사용량을 줄여서 지구도 살리고 그곳에 사는 우리도 안전하게 살자는 거지. 그게 녹색성장이란다.”
“그럼~ 제일 먼저 자동차를 없애야 하겠네요.”

아들 녀석의 재빠른 응수에 건축씨는,
“음, 사람들이 이산화탄소하면 자동차를 떠올리는데 말이다. 에버하드 조헴(Eberhard K.jochem)이라는 학자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거의 35%는 건축물에서 나온다는구나. 그러니 건축물을 잘 짓고 관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단다.”

이때 따가운 아내의 눈초리가 느껴진 건축씨는 슬며시 아들 녀석을 데리고 창가로 데려가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아들아, 그래서 문풍지를 발라서 찬 공기가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서 연료사용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단다.”

우리 몸도 체온유지를 위해 많은 양의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처럼, 건축물도 마찬가지야. 건물이 외부의 온도에 영향을 적게 받게 하는 것이 에너지절약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 즉, 건물 외부의 차갑거나 더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이 바로 단열(斷熱)이란다. 그렇다면 건물의 열손실은 어디가 가장 많을까? 천정에서 약 40%, 바닥에서 36%, 벽에서 14% 정도이며 문이나 창에서 10% 정도란다. 열이 손실되는 이유는 열의 전도를 통한 열관류가 발생하기 때문이야. 열관류란 열에너지가 고체를 통해 공기에서 공기로 전해지는 것을 뜻하는 거란다.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열재라는 내복을 입혀둔단다. 여기서 건물 단열재의 기능은 열관류를 방해하여 외부에서 전도된 열에너지를 내부로 통과시키는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최소화해서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내부 환경이 덜 민감해지도록 하자는 목적인 거지.”



이야기를 듣던 건축씨의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두 눈을 반짝이면서 건축씨에게 물어본다.

“그럼, 아빠. 건물의 지붕에서 가장 열이 잘 새어나간다는 거네요?”
“그렇단다. 단열재는 천정ㆍ벽ㆍ바닥 등 집의 벽체가 외부에 닿는 모든 부분에 설치하는데, 에너지 손실이 가장 큰 부분은 건물의 머리에 해당하는 지붕이란다. 그래서 지붕과 천장에는 가장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하고, 또한 단열재의 두께는 지역의 기후특성을 고려하여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 그 위치는 벽체와 벽체 사이(내단열) 혹은 벽체 외부(외단열)에 설치할 수 있고 벽과 벽 사이를 띄워서 공기가 단열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단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토를 하나 붙인다.
“아, 그건 마치 에어메리 내복 같은 거네요? 저번에 엄마가 사 주었는데 아주 따뜻했어요.”
“그래, 우리 아들 정말 똑똑하구나!”
아들의 영특한 대답에 건축씨는 문풍지 바르는 일은 뒷전이다. 그러자 보다 못한 아내가 창으로 다가오더니 건축씨를 한 번 째려보고는 손에서 문풍지를 빼앗아 붙인다.

“하지만 아들아, 가끔 너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내복을 입어도 머플러를 안 하면, 목에 바람이 들어와서 감기 걸리고 그러지 않니?”
“네에, 엄마.”
“집도 마찬가지란다. 이제 마저 설명해요, 여보.”
아내의 눈치를 보던 건축씨는 신나게 아들에게 다시 설명을 시작한다.

“단열재로 건물에 꼼꼼히 내복을 입히지 않으면 열손실에 의한 에너지 사용량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란다. 단열이 뚫린 틈으로 열교(thermal bridge) 현상이 발생하여 벽 모서리에 곰팡이가 생겨 실내환경을 나쁘게 하기도 하지. 또한 이렇게 생긴 곰팡이 등은 제거하기도 어려워.”

이야기를 듣던 아들은 팔짱을 끼고서는 뭔가를 아는 듯 모르는 듯 표정을 짓는다.
“근데, 아빠. 온통 유리창으로 된 건물이 있잖아요. 거기에는 내복을 어떻게 입혀요?”
그 말에 문풍지를 바르던 아내도 이내 궁금한지 한쪽 귀를 건축씨 쪽으로 열어놓는다.
“그런 건물들은 보통 커튼월(Curtain wall) 건물이라고 하지. 근데, 그 건물도 역시 내복을 입는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복을 말이야.”



“커튼월로 된 건물들은 단열을 위해 보통 복층유리(Pair Glass)를 쓰는데, 유리 두 판을 사용해 그 사이에 공기층을 두어 단열을 한단다. 그러나 이도 충분하지 않아 복층 유리와 복층 유리 사이에 다시 공간을 두어 단열을 하는 경우가 있지. 이를 보통 이중외피(Double Skin)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열뿐만 아니라 내부공간의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어 현재 많은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어. 얼마 전에 다녀온 고양 아람누리 도서관 서쪽에도 이중외피 커튼월 시스템을 사용했지.”

이제야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마를 도와서 문풍지를 바르기 시작한다. 아들의 행동에 건축씨는 적잖이 당황을 한다.

“아빠 말을 들었으면 무슨 반응을 보여야지? 갑자기 왜 그러니?”
그 말에 아들은 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한마디 던진다.
“그렇게 잘 알면서 아빠는 왜 딴 짓 하면서 문풍지를 바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역시 말보다는 행동이죠. 그렇죠? 엄마.”
아들의 말에 건축씨는 말없이 가족과 함께 열심히 문풍지를 바르기 시작했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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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영토확장의 주인공, USIM [제 880 호/2009-02-23]

010으로 시작되는 3세대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하면 배터리 외에 손톱만 한 크기의 카드를 하나 더 구입해야 한다. 이 카드의 이름은 USIM. ‘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우리말로 하면 ‘범용가입자인증모듈’이라는 다소 긴 단어로 번역된다. 이 카드는 휴대전화 뒷면 배터리 옆에 장착하게끔 되어 있다.

‘범용가입자인증모듈’이라고 하면 무슨 소린지 알쏭달쏭하지만 이 카드는 쉽게 설명하면 아무 휴대전화에나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메모리카드다. 이 카드 안에는 가입자의 고유번호인 ESN(Electronic Serial Number)을 비롯해 비밀번호 등 서비스 개통에 필요한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이 카드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휴대전화에나 붙여서 자신의 휴대전화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을 갔을 때도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하나 빌려 자신의 USIM 카드를 붙이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USIM 카드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별도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 새 휴대전화에서 바로 불러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USIM 카드는 은행 공인인증서, 교통카드 기능 등을 모두 넣을 수 있어서 휴대전화의 기능은 물론, 회사 출입카드나 신용카드의 기능까지도 한다. 말 그대로 ‘만능의 카드’인 셈이다. 또한 이 카드는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복제폰’ 문제도 방지할 수 있다. USIM 카드는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USIM 카드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통신사업자에 상관없이 어떤 휴대전화에나 사용이 가능한 ‘범용’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통신사업자에 상관없이 쉽게 휴대전화를 바꿀 수 있게 된다. 즉, 시장의 중심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이동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때 이동통신사들은 USIM 카드의 잠금장치 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카드의 장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도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2008년 7월, USIM 카드의 호환이 가능한 범용 휴대전화 단말기가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소비자의 마음대로 매월 이동통신사를 달리해가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해진 셈이다.

사실 유럽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USIM 카드와 유사한 SIM(Subscriber Identity Module) 카드를 사용해 왔다. 유럽은 우리와는 달리 여러 나라가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들며 비즈니스를 하거나 거주하는 사람이 많았다. 예를 들면 벨기에에 살면서 프랑스의 회사로 출퇴근하거나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며 사업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국경을 오가며 사업하는 사람의 경우는 국가별로 다른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거나 국경을 넘을 때마다 별도의 해외 로밍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SIM 카드 방식을 사용하면서 이런 불편함은 많이 해소되었다. 국가별 또는 휴대전화 사업자별로 SIM 카드를 구매해 두었다가 국경을 넘을 때 SIM 카드만 바꾸어 끼우면 한 대의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별도의 로밍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SIM 카드는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정착되었다.

USIM 카드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카드를 잃어버리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것 이상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도난 자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고객정보가 조그만 카드에 모두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USIM 카드의 잠금(lock) 기능은 아주 중요하다. 잠금을 설정해놓으면 암호를 입력하기 전에는 카드에 저장된 내용을 전혀 볼 수 없고 내용을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사용자가 정해놓은 횟수(보통 3회) 이상으로 틀린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USIM 카드는 모든 입출력 기능을 스스로 파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만약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주인이라고 해도 큰 낭패를 보게 되는 셈이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은 시중은행, 금융결제원과 협력하여 뱅킹서비스인 ‘유비터치(UbiTouch)’를 선보이며 USIM 카드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 USIM 카드에 여러 은행의 계좌정보를 발급받으면, 현금인출기에서 계좌이체 및 잔액조회 등이 가능하고 교통카드로도 쓸 수 있다. 예전에도 은행 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나 교통카드 기능을 하는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모든 은행의 서비스가 휴대전화 한 대로 가능하게 된 것은 USIM 카드가 선보이면서부터다.

USIM 카드의 메모리 용량은 144KB로 아주 작게 느껴지지만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개발하여 본격적인 PC 시대를 연 애플 컴퓨터의 64 KB 메모리보다 2배 이상 크다. 64KB 메모리에 컴퓨터를 구동할 수 있는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데이터가 모두 탑재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144KB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전화를 단순히 통화의 수단으로만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다. 또 이동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이미 고객의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필요와 요구 사항들이 맞물려서 한때 USIM 카드의 도입을 꺼리던 이동통신사들은 USIM 카드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USIM을 이종산업과의 통합을 위한 허브이자 휴대전화의 브레인 역할을 하도록 발전시킨다는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구상이다.

ID카드, 전자화폐, 전자통장, 전자티켓, 모바일 인증서, 글로벌 결제서비스, 방송, 멤버십, 예약 등 이동통신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의 부가서비스 핵심에는 USIM 카드의 존재가 있다. USIM 카드가 활성화되면 지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수많은 신용카드와 회원카드가 필요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 144KB라는 기존 USIM의 메모리 용량을 늘리기 위한 고집적(HD) USIM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USIM 카드는 근거리 통신이나 결재, 무선인식(RFID) 등과 결합해서 모바일 오피스, 전자책, 모바일 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즉, 통신이나 금융 중심 서비스에서 콘텐츠 및 어플리케이션의 중심축으로 그 영역이 넓혀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한 개의 USIM에서 복수의 플랫폼 사용이 가능한 플랫폼 독립적인 휴대전화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의 휴대전화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즈, 맥 OS, 리눅스 등 다양한 운영체제를 설치해두고 필요에 따라 적당한 운영체제로 변경해서 사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가까운 미래에 USIM의 저장공간이 커져서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면 USIM은 다른 기술이 넘보기 어려운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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