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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낮에 민변의 '법률 상담소' 개소식이 있었다. 

 주민들은 노인정에서 삼계탕을 끓여 점심밥을 대접하고, 풍물을 치면서 환영해주었다. 민변에서는 팥시루떡과 막걸리잔을 돌렸다. 상담소 안쪽은 청소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입구에서는 현판이 걸리고 플래쉬가 터지고 사람들은 다같이 박수를 쳤다. 어쨌든 중요한 건 간판이라는 사실이, 나라에 버림 받은 땅 대추리에서도 상식으로 통했다.

 까짓거 내부 정리가 덜 끝나면 어떼?

 오늘부터 변호사분들이 주말마다 대추리에 와서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떡조각을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잔치를 구경하는데, 옆에 서있는 이장님댁 할머니의 말씀이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춤은 무슨 춤! 이기고 나면은 얼마든지 몽둥이춤이라도 추겠지만서두 지금은 춤 출 기분이 아녀..."

 그래도 한쪽에서는 흥이 오른 할머니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떡 접시를 들고서 사람들에게 시루떡을 건네고 다니셨다.

 

 며칠전에는 협의 매수를 한 사람이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창고 하나를 통째로 뜯어 부수었다. 쇠로된 손처럼 생긴 기계가 양철판을 비롯한 고물들을 집어다가 트럭에 옮겨 실었다.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서 그저 나는 사진만 찍었다. 건물 하나가 없어진 자리에 고물상도 포기한 쓰레기들만 남았다. 바로 앞집에 사시는 아주머니에게 그걸 보는 심경을 물었더니, '처참하지뭐'하고 대꾸하셨다.

 음, 그렇지, 처참한거지.

 '처참'이라는 단어를 듣고나니까, 비로소 처참하게 보인다. '굳은살이 박힌 가슴'에 '처참'이라는 단어를 새기고 돌아섰다. 그건 분명히 심각한 일이지만, 심각한 일들이 여기서는 평범한 일이란걸 이제는 대충 파악하고 있으니까. 창고 하나가 사라지는 것쯤이야 어쩌면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설을 쇠고 돌아와 보니, 지킴이가 사는 집의 보일러 파이프가 모두 잘려져 있었다. 보일러를 통해서 데워진 물이 방바닥으로 흘러들도록 연결한 관을 누군가가 와서는 잘라놓고 간 것이다. 나날이 이런 더럽고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면서 정신을 단련하고 있다.

 

 대추리에 빈집이 또 하나 고쳐졌다.

 발을 들이기도, 들여다 보는 것도 싫었던 집이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어 가는 중이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깨끗하고 밝은 기운이 밀려들고, 온기가 깃드는 걸 느낀다. 이장님댁 할머니 말씀을 듣기 전에는 사실 나도 춤을 추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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