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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을 그냥 몰라도 괜찮은가?

  • 분류
    단상
  • 등록일
    2011/05/30 09:11
  • 수정일
    2015/05/06 18:49
  • 글쓴이
    푸우
  • 응답 RSS

이성숙의 <한국 성매매 특별방지법에 투영된 페미니스트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논문을 읽고 경악했다. 과연 자칭 여성주의자들은 특정한 법률에 대해 모르면서 그 법률에 대해 서술해도 괜찮은 것인가?


법률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한다는 것은 분명 따분한 일이다. 애초 법률이 쓰인 언어 자체가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법률을 열심히 알아도 별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좌파’들이 쉽게 말하듯이, 법률은 어디까지나 국가의 지배수단이고, 대중을 제재하고 억압하는 장치이니 말이다. 그런데 특정 법률이 어떻게 대중을 억압하며, 어떤 방식으로 국가의 지배수단으로서 작동하는지를 논증하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내가 언급할 ‘여성주의자’는 차라리 그 법률을 읽지 않는 것을 택한 듯하다.


소위 ‘성매매 특별법’이라고 부르는 법률은 사실 두 개의 법전 형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성매매에 대한 처벌법규를 담고 있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고 다른 하나는 성매매에 대한 행정법규를 담고 있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성매매 특별법’이라고 할 때는 원칙적으로 이 둘을 합쳐서 지칭하는 것이다. 다만 보통 논쟁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처벌법규를 담고 있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기에 오로지 이 법률만을 가리켜 ‘성매매 특별법’이라고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특별법’으로 축약되기도 하고 ‘성매매 방지법’으로 축약되기도 한다. 물론 ‘성매매 방지법’이라고 하면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 담론 지형을 볼 때는 그 축약 역시 처벌법을 지칭하고 있다. ‘성매매 방지법’은 그렇다 치고,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축약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게 되었을까?


법학에서는 어떤 법률이 적용되는 대상이나 행위유형이 얼마나 한정되어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법률을 일반법/특별법으로 분류한다. 이는 어느 정도 상대적인 분류방식이다. 예컨대 모든 거래행위 일반에 적용되는 민법에 대해, 상거래행위 일반에만 적용되는 상법은 특별법이고, 반대로 상법에 대해 민법은 일반법이다. 반면 상거래행위 일반에 적용되는 상법에 대해 상거래행위 중 어음행위에만 적용되는 어음법은 특별법이며, 어음법에 대해 상법은 일반법이다.


한편 민법, 형법 등은 그것에 대비되는 일반법이 없으므로, 그 자체로 일반법이라고 한다. 즉 현행 법체계에서 민법, 형법 등은 언제나 일반법인 것이다. 통상적으로 ‘특별법’이라고 할 때는 이 법률들(민법, 형법)에 대해 특별법의 지위에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매매 특별법’이란 일반형법에 대해 특별법의 지위에 있는 법률이다. 즉 일반형법이 모든 종류의 범죄 일반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성매매 특별법’은 그 중에서도 특히 성매매와 관련된 행위유형에 대해서 다루는 특별(형)법이 된다. 간혹 ‘성매매 방지특별법’이라는 표현도 쓴다. 이는 ‘성매매 방지법’이라는 축약과 ‘성매매 특별법’이라는 축약 모두를 담아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두 가지 축약을 모두 담아낸다고 할 때도 ‘방지특별법’이라고 해야 그 두 축약의 의미가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방지’와 ‘특별’이라는 표지의 표기 순서가 꽤 중요하다.


이 모든 맥락을 숙지할 때, 이성숙이 사용하는 ‘성매매 특별방지법’이라는 용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까의 일반법/특별법의 분류체계를 생각해보면, 이 용어는 ‘성매매 일반방지법’에 대비되는 법률로서의 ‘성매매 특별방지법’으로 보인다. ‘성매매 방지특별법’이 ‘특별법’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둠으로써 그 법률이 통상적인 의미의 일반법(민법, 형법)에 대해 특별법이라는 사실을 그대로 뒀다면, ‘성매매 특별방지법’은 그것이 무엇에 대한 특별법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특별방지’에 대비되는 ‘일반방지’가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거의 아무도 ‘성매매 특별방지법’이라는 축약 내지 용어를 쓰지 않는 데(DBPIA나 KISS에서 검색되는 논문 중에서 저 용어를 제목에 사용한 사람은 이성숙이 유일하다)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성매매 특별방지법’에 대해 다루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이 논문의 성실함에 대해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혹은 이성숙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법률을 다루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 든다.


이성숙이 자신의 논문에서 2004년에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리고 그 법률과 ‘성매매 특별방지법’을 동일시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 법률을 다루기보다는 성실하지 않은 연구자라는 판단이 가능할 듯하다. 문제는, ‘성매매 특별법’에 대한 연구는 차치하고 그녀가 과연 ‘성매매 특별법’을 한번 읽어보기라도 했는지 인데, 내가 보기에 그녀가 이 법률을 읽어본 적조차 없는 상태에서 해당 논문을 썼다고 해도, 그녀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이성숙의 논문에 나오는 표현과, 실제 2004년 제정 당시의 ‘성매매 특별법’을 비교하겠다. 참고로 2004년 당시에는 법률명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으므로, 이를 준수하겠다. 이성숙의 논문의 순서에 따라 작성하겠다. 우선 ‘성매매 특별법’의 목적 부분이다.


“이 법[성매매 특별법]의 목적은 “성매매 행위의 예방과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것이다(118)”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1조(목적) 이 법은 성매매•성매매알선등행위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1조(목적) 이 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의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다음은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성매매방지법[그녀가 자신의 논문에서 제발 축약의 통일성을 지켰으면 좋겠다. 언제는 ‘성매매 특별방지법’이고, 언제는 ‘성매매방지법’이다. 압권은 ‘성특법’이라는 축약인데, 보통 처음부터 그 축약(성특법)을 썼으면 썼지, 축약(성매매 특별방지법)을 또 축약(성특법)하지는 않는다] 주요골자는 “윤락”이라는 용어가 사라지고, 성매매로 대체되고, 성매매는 인신매매이며,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118)”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1항 제3호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가. 성을 파는 행위 또는 형법 제245조의 규정에 의한 음란행위를 하게 하거나, 성교행위 등 음란한 내용을 표현하는 사진•영상물 등의 촬영대상으로 삼을 목적으로 위계•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대상자를 지배•관리하면서 제3자에게 인계하는 행위
나. 가목과 같은 목적으로 청소년보호법 제2조제1호의 규정에 의한 청소년(이하 "청소년"이라 한다),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나 그를 보호•감독하는 자에게 선불금 등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약속하고 대상자를 지배•관리하면서 제3자에게 인계하는 행위
다. 가목 및 나목의 행위가 행하여지는 것을 알면서 가목과 같은 목적이나 전매를 위하여 대상자를 인계받는 행위
라. 가목 내지 다목의 행위를 위하여 대상자를 모집•이동•은닉하는 행위”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3호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라 함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3호에 규정된 행위를 말한다.”

 

다음은 성매매피해자와 성매매를 한 자의 구별 문제, 그리고 처벌 대상의 문제 부분이다.

 

“남성구매자는 처벌의 대상이 되고, 여성은 피해자로 규정되어 구제와 지원의 대상이 된다(119)”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1항 제4호 "성매매피해자"라 함은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가. 위계•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나.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자에 의하여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2조의 규정에 의한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이하 "마약등"이라 한다)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다.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자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자
라.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자”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4호 "성매매피해자"라 함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4호에 규정된 자를 말한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1조 제1항 성매매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마지막으로 성매매의 정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성특볍[성매매 특별법] 제2조에 따르면,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성적인 착취이다” 따라서 “여성은 희생자 및 피해자”이다(120)”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1항 제1호 "성매매"라 함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약속하고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가. 성교행위
나.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행위”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2004.3.22 기준] 제2조(정의) 제1호 "성매매"라 함은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규정된 행위를 말한다.”


도대체 이성숙이 말하는 ‘성매매 특별방지법’과 2004년에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이 같은 법률인가? 다시 의문이다. 적어도 그녀는 5가지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 첫째 ‘성매매 특별법’의 목적이 무엇인지, 둘째 ‘성매매 특별법’에서 성매매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셋째 ‘성매매 특별법’에서 성매매와 인신매매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넷째 ‘성매매 특별법’에서 성매매를 한 자와 성매매피해자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다섯째 ‘성매매 특별법’에서 어떤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지. 그 차이점을 표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특별법의 목적 성매매의 정의 인신매매와의 관계 성매매피해자 처벌 대상

이성숙의 이해

성매매 여성 인권 보호 여성에 대한 폭력 성매매=인신매매 성매매 여성=성매매피해자 남성만 처벌
'성매매 특별법' 성매매피해자 인권 보호 성행위에 대한 재산상 이익을 받는 것과 그 상대방이 되는 것 성매매 중에 인신매매가 있을 수 있음 성매매를 한 자 중에서 성매매피해자가 있을 수 있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처벌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저런 논문을 썼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쉽게 말해서 그녀는 ‘금지주의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그 논거로 ‘성매매 특별방지법’의 ‘실패’를 들고 있으며, 심지어 ‘성매매 특별방지법’의 ‘실패’가 ““페미니즘과 여성들 사이의 분열을 가져와” 한국여성운동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씩이나 평가하고 있지만, 도대체 그 ‘성매매 특별방지법’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이 논문에 대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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