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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을 잃게 만든 한 편의 글을 봤다. 괜히 봤다. 볼 수록 화가 나서, 그냥 더 이상 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해서 이보다 더 많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어떤 논쟁에 개입을 하게 되면, 그리고 논쟁 참가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을 하면, 그 논쟁 자체에 내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 또한 그 논쟁의 영향을 받게 된다.
이번 논쟁에 개입하는 데 있어서, 어느 누구도 나를 무조건적으로, 내지는 무제한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항상 망설임이 있었으며, 간극이 있었다. 그것은 나를 부패하지 않게 만들고, 자만하지 않게 만들고, 되도록 오판하지 않게 만들었다.
한편 그 간극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어떤 힘을 지닌다. 무엇보다 그 간극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것은 하나의 모순이지만, 그 불안감은 내가 글을 제출하는 행위를 머뭇거리게 만듦과 동시에, 내가 글을 제출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기도 했다. 내가 그 불안감을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나 자신에게 증명해내기 위해서, 나는 글을 제출해야만 했으며, 바로 거기에서만 나는 자신을 규정할 수 있었다.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논쟁이었고,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잘 모르겠다. 약간의 지적 허영심을 얻었던 것 같은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거의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그것이 어젯밤 11시경에 일어났고, 그것이 최종적인 하나의 마무리였던 것 같다. 확실히 내가 심정적으로 어떤 진영을 옹호하는 것과 이론적으로 어떤 진영을 지지하는 것은 다른 일인데, 어쨌든 그 두 가지를 잠시나마 혼동했고, 하나의 충격 덕분에 거기서 벗어났다.
물론, 어쩌면 나를 버티게 했던 것은 그 혼동이 초래하는 일종의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함부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폐해진 나로서는 그 환상을 붙잡는 것이 그렇게 과도한 행위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벗어 던져야 할 환상이었다. 다만 그것이 앞당겨진 셈이다.
문제는 여전히 버텨야 한다는 점이다. 나를 붙잡아 주는 그 한 가지가 끊어졌고, 내 정신이 온전히 남아있진 않아서 말이다. 그러니까, 그리고 문제는 언제나,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버티기 위해,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 그렇게 나를 구성하기 위해, 단지 그 뿐, 혹은 그 이상의 이유로 이 글을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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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병원에 와서 이 글을 보네요......힘내요 푸우님 아프지말아요 (작년 여름 생각나서 가슴에 작열감이;)오랜만에 논객(따위나 될까) 인격을 의심 아니 인격적 결함을 확신해 보는 듯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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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일련의 사태를 조금 잊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