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입법과 관련된 논의들이 계속 새로 들어와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입니다.
1.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1)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의 주식양도제한 규정을 통해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2) 정관 변경이나 이사회 결의 요건을 가중시켜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3) 기타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안전장치들은 어떠한가?
(4) 법제화를 통해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5)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은 무엇인가?
(6) 소결
2.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할 필요가 있는가?
(1) 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하려고 하며, 이는 타당한가?
(2)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경영은 누가 하는가?
(3)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유효한 경쟁은 가능한가?
(4)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은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5) 소결
3.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 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민영화 반대만이 아니라 임금인상도 내거는가?
(2)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임금인상 8.1%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3)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은 불법인가?
4. 결론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과 관련하여 민영화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논쟁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첫째,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인가, 둘째,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할 필요가 있는가, 셋째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주로 첫 번째 파트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민영화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만 지적하려고 합니다. 온라인 토론을 보면 ‘팩트’에 경도되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요즘에서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근 극대화되었다는 느낌은 분명 듭니다. 팩트에 대한 존중은 물론 합리적인 토론 자세입니다. 하지만 팩트에의 경도가 어떠한 추론이나 합리적 의심마저 가로막는 기재로 활용된다면, ‘팩트’라고 부르기 애매한 어떠한 추론이나 논리적 보충도 불가능해지며, 결국 어떠한 결론이나 판단도 불가능해집니다.
가장 황당했던 경험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요구안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13년 12월 11일을 기점으로 요구사항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1
▷ 코레일은 별도 주식회사 설립 결정을 철회
▷ 국토부는 수사발 KTX 주식회사 면허발급을 중단
▷ 여야는 민의에 따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을 위한 소위를 구성
▷ 국민을 위한 철도산업발전을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위한 소위를 구성
▷ 철도공사는 합법파업에 대한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동탄압 중단
요구안에 임금인상이나 복리후생 등이 빠져 있기 때문에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와 관련된 부분 등만 합의가 되면 임금인상이 없어도 파업은 종결됩니다. 그런데 이런 근거자료에 대해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명시적으로 임금인상이 없어도 파업은 종결된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식의 반론이 있습니다.
파업이란 소기의 요구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벌이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파업의 정의 자체에 요구사항이 달성되기까지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요구안에 임금인상이 빠진 이상 임금인상 없이도 교섭이 타결될 수 있는 것은 파업의 정의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명시적인 문구만을 요구하는 행위는 팩트에 대해 철저한 것이 아니라 논리에 대해 무지한 것입니다.
그래도 의구심이 풀리지 않는다면 반대로 물을 수 있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임금인상을 하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파업을 종결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까? 당연히 없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팩트에의 경도가 도달하는 종착점은 당사자의 발언에 대한 집착이라는 점입니다. 특정한 당사자가 무슨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만 비로소 ‘팩트’가 충족되었다고 만족한다는 것입니다.
팩트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가 민영화는 없다고 발언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민영화 가능성을 부정합니다. 이들은 이러한 주장이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의 발언에 어떠한 추론이나 해석도 가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에 팩트라고 여길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일한 팩트는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가 민영화는 없다고 발표한 것이지, 민영화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전자와 후자를 동일시하기 위해서는 추론이 필요합니다.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의 발언을 신뢰할 수 있다는 추론입니다. 이 추론은 숨겨진 추론이라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와 국토교통부의 발언을 토대로 민영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들 발언의 신뢰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여기에 대한 재반론으로, 정부의 말이니 신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있습니다.
정부의 말이니 신뢰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는 증명되지 않은 사항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이래로 도입되기 시작한 권력분립은 정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경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접하는 국가조직이란 개별 관료에 대한 불신에 기초해 법치주의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가기관 사이의 상호견제와 통제를 핵심적인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정부의 말이므로 신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법치주의의 역사를 완전 역행하는 꼴입니다.
정부의 발언을 신뢰할지 말지는 전혀 결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과연 자기 발언과 일치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파트인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1.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가?
(1)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의 주식양도제한 규정을 통해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국토교통부는 2013년 7월 11일,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민간매각에 대한 방지대책을 발표합니다.2
여기서 가장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법률」상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상 지방공기업”에게만 주식양도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관에 민간매각 제한을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합당한 조치인 것 같지만 현행 상법이 이와 같이 특정 대상에 대한 주식양도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는지 여부가 문제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까지 대응을 한 반면, 민간매각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지 않고, 3개 로펌(김앤장, 세종, 한결)의 검토를 받는 데 그쳤다는 것입니다. 민간매각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한 쟁점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확실히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3개 로펌의 검토의견에 대해서는 뒤에서 후술하겠습니다.
여하간 정관에 민간매각 제한을 명시하는 것이 상법 위반인지가 문제됩니다. 이는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가 주식양도의 제한으로 정관을 통한 이사회 승인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외 추가적인 제한에 대해서는 예정하고 있지 않는 까닭입니다. 더구나 일각에서 제335조 제1항 단서는 투하자금 회수의 자유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3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어렵게 됩니다.
한 번 법조문을 살펴보며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상법 제335조 (주식의 양도성) ① 주식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다만, 회사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발행하는 주식의 양도에 관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제335조의2 (양도승인의 청구) ① 주식의 양도에 관하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경우에는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양도의 상대방 및 양도하고자 하는 주식의 종류와 수를 기재한 서면으로 양도의 승인을 청구할 수 있다.
우선 제335조 제1항 단서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사회의 승인이라는 절차적 제한 이외에 다른 제한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335조의2 제1항을 보면 주식을 양도하고자 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해 양도의 상대방 및 양도하고자 하는 주식의 종류와 수를 정하고 승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1차적으로 주식을 양도하려는 주주가 양도의 상대방을 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정관은 제335조의2 제1항에 규정된 양도의 상대방 선택과 관련된 부분을 사전에 봉쇄해버리려고 합니다. 이는 상법의 명문 조항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됩니다.
다음으로는 대법원의 관련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판례4에서는 당시 주주 간에 설립 후 5년 간 주식양도를 완전히 금지하는 약정이 유효한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법 제335조 제1항 단서 는 주식의 양도를 전제로 하고, 다만 이를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도록 정관에 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지 주식의 양도 그 자체를 금지할 수 있음을 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정관의 규정으로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주식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둘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합니다.
주식양도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무효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전면적 금지가 아닌 부분적 금지인 경우는 어떨까요? 대표적인 판례5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었던 사실관계는 일정기간 동안 주식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주 전원의 동의를 요하도록 하고, 매수의사가 있는 주주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주주 간 계약이 유효한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주주들 사이에서 주식의 양도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약정을 한 경우, 그 약정은 주주의 투하자본회수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할 것이다”고 판시합니다. 즉 이와 같은 사실관계로는 투하자본회수 가능성이 전면적으로 부정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판례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첫째, 판례에서는 주식양도 제한이 일정기간에 불과한 반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의 경우 그러한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둘째, 판례에서는 주주가 우선적으로 매수할 권리를 가질 뿐이기 때문에 주주가 매수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제3자에 대한 매수도 얼마든 가능합니다. 반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의 경우 민간매각을 아예 봉쇄해버리고 있습니다. 셋째, 판례는 주주 간 계약이 유효하다고 한 반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는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정했습니다.
결국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이 유효한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만약 법원이 보기에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정관이 2007다14193 판결의 사실관계와 다르면 무효가 나오는 것이고, 같으면 유효가 나오는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수서발 KTX의 경우 지분처분을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며, 이사회 승인을 거쳐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매각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적 소지가 전혀 없다는 법률적 검토를 완료한 상태”라는 한국철도공사의 발언은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법적으로 엄밀한 의견은 아닙니다.
(2) 정관 변경이나 이사회 결의 요건을 가중시켜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설령 정관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정관 변경이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우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공공부문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사회의 특별결의(2/3출석, 4/5 찬성)를 거치도록 하여 철도공사 동의 없이는 승인이 불가능”이라고 발표했으며, “매각제한과 관련된 정관내용을 변경할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서 특별의결(2/3출석, 4/5 찬성)토록 하는 등 정관을 개정한 후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우려에 대하여도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철도공사도 마찬가지 의견이며, 한국철도공사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지분의 41%를 갖는 한 한국철도공사 동의가 없는 정관 변경이나 이사회 결의는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주장의 가장 큰 맹점은 결국 한국철도공사가 동의할 경우 정관 변경과 이사회 승인 모두가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검증을 의뢰한 3개 로펌들 역시 “철도공사의 동의 없이 공공지분이 민간에 매각되는 것을 방지하는 실효적인 방안이며, 현행법상 추가적인 조치를 상정하기 어렵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철도공사의 동의가 있으면 공공지분의 민간매각이 가능하며, 현행법상 한국철도공사의 동의가 있는데도 민간매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가 “민영화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한국철도공사의 입장은 생각만큼 견고한 것이 아닌 셈입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는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했으므로 한국철도공사가 민간매각에 동의할 리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최연혜 사장이 드러눕든 말든 한국철도공사법 제16조에 의하면 국토교통부장관이 한국철도공사에게 업무와 관련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최연혜 사장이 아무리 진심으로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국토교통부장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한국철도공사법 제16조 국토교통부장관은 공사의 업무 중 다음 각 호의 사항과 그와 관련되는 업무에 대하여 지도·감독한다.
1. 연도별 사업계획 및 예산에 관한 사항
2. 철도서비스 품질 개선에 관한 사항
3. 철도사업계획의 이행에 관한 사항
4. 철도시설·철도차량·열차운행 등 철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항
5. 그 밖에 다른 법령에서 정하는 사항
국토교통부장관은 어떠한가요?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2013년 12월 11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서승환국토교통부장관은 국회에 가서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민영화는 없다고 발표했으면서도 막상 민영화 금지 법제화에는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첫째, 2013년 12월 9일에 있었던 제320회 국회 제6차 국토교통위원회 오후 회의에서 간사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묻습니다. “첫째,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설립한다. 둘째, 철도 면허, 지분 매각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항은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정부가 이 정도 합의에 동의한다는데 맞는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그런 합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6
둘째, 2013년 12월 17일에 있었던 제321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위원장인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묻습니다. “파업과 관련해서, 국토교통위원회 내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민영화 금지 관련 논의를 진행하자는 야당의 의견에 찬성하느냐?”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소위원회 구성에 반대한다.”고 대답합니다.7
만약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대국민 담화문 때 밝혔듯이 민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민영화 금지 관련 논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한국철도공사의 동의 없이 정관이나 이사회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오로지 국토교통부의 의지에 달려있을 뿐이며, 국토교통부의 진의는 지극히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 의지에 달려있는 것만으로는 어떤 보장도 되지 못합니다.
(3) 기타 국토교통부가 주장하는 안전장치들은 어떠한가?
국토교통부는 이외에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의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주주협약에 따라 매각자에게 위약벌이 부과”된다거나 “정부에서 철도사업 면허 부여 시 지분매각은 이사회 승인을 의무화”했다고 설명합니다. 보시다시피 모두 이사회의 승인이 있으면 가능한 구조라서 원천적 차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4) 법제화를 통해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는가?
만약 법률의 명시적 규정을 통해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한다면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실질적인 수단입니다.
법률을 통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 양도를 차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상법 자체를 개정해서 상법 제335조 제1항에 주식양도의 상대방에 대한 제한도 가능하다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상법 자체 개정은 훨씬 더 많은 이론적, 실무적 논의를 필요로 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습니다. 더구나 설령 그렇게 상법이 개정되더라도 여전히 정관 변경이나 이사회 승인을 통한 주식양도는 가능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에 대한 특별법 제정입니다. 그 특별법에다가 각 지분비율을 명시해놓거나 주식양도의 제한을 정해놓으면 주식양도가 불가능해집니다. 예시를 몇 개 들겠습니다.
한국철도공사법 제4조(자본금 및 출자) ① 공사의 자본금은 22조원으로 하고, 그 전부를 정부가 출자한다.
한국전력공사법 제4조(자본금) 공사의 자본금은 6조원으로 하되, 정부가 100분의 51 이상을 출자한다.
보시다시피 이 법들은 정부의 출자비율을 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정부가 100%,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정부가 51%를 출자하며 적어도 그 선에서는 지분율이 보장됩니다. 물론 이러한 규정들이 지분 양도 자체를 원천 금지하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해석의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출자 당시에만 그 정도의 비율을 지키면 되는 것이지 그 이후에도 저 지분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해석이 갈릴 수는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런 해석상의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면 별도 규정을 통해 주식의 민간매각 금지 조항을 두면 됩니다. 그러면 이 조항이 상법에 대한 특별법의 성격을 지니게 되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주식이 한국철도공사나 국토교통부의 의지만으로 민간에 매각될 가능성은 사라진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국 법률 등을 통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매각을 금지한다면 민간매각 방지조치를 충실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법제화에 관해 한동안 온라인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민간매각 법제화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주장은 한 번도 지상파에서 소개된 적도 없고, 어떠한 정부 각 부처 발표문이나 한국철도공사 성명, 각 정당들의 공식 보도 등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주장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바로 몇 개의 신문기사입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연합뉴스 기사였습니다.8
“국토위는 여야 간사 합의를 통해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공공 지분을 민간에 매각할 수 없도록 운영회사 정관이 아닌, 법령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리고 아주경제 등이 이 기사를 재생산합니다.9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 공공 지분의 민간 매각 금지 방안을 운영회사 정관이 아니라 법령에 명문화하도록 합의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기사들은 2013년 12월 9일에 있었던 제320회 국회 제6차 국토교통위원회 오전 회의에 근거합니다.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이윤석 민주당 의원) 간에 민간매각과 관련해서는 법적 근거를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발언을 합니다. 이 발언을 근거로 기사들이 생산된 것입니다.6
그러나 앞서 보셨다시피 이런 합의는 연이어 오후에 있었던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반박됩니다. 여야 간사 중 한 명인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했던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묻습니다. “첫째,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설립한다. 둘째, 철도 면허, 지분 매각 등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항은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정부가 이 정도 합의에 동의한다는데 맞는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그런 합의는 들어본 적이 없다.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일각에서는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합의와, 앞서 오전에 제출되었던 여야 간사 합의가 다른 합의이므로 여야 간사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야당 간사가 하루(12월 9일)만에 여야 간사 합의 따로, 여야와 정부까지 포괄하는 합의 따로, 총 2개의 합의를 진행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듭니다. 오전 회의에서 주승용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합의와, 오후 회의에서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합의는 같은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그 다음 날인 2013년 12월 10일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재차 확인합니다.11
“국토위 야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어제(9일) 국토위에서 이번 파업 중단하고 여야정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부와 여당 반대로 좌절됐다”며 “정부는 무엇이 부족해서 이사회 일정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 사이에 대화가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법제화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야기일 뿐이지, 서류화된 것도 아니고 명문화된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합의'라는 형태의 구체적인 의사 확인이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12
여기에 더해 아까 보았듯이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2013년 12월 17일에 있었던 국회 제321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재차 법제화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더구나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는 여야 간 의사진행 순서에조차 합의를 보지 못해 정회됩니다.13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민주당 내에서는 민간매각 금지 법제화 추진이 상당한 호응을 얻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당내 공식적인 입장인지 등은 불투명합니다. 새누리당은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이 법제화 추진에 찬성한다는 것은 확인이 되지만 나머지 의원들이 어떠한지는 훨씬 더 불확실합니다. 때문에 법제화에 ‘여야 합의’가 되었다는 표현은 부적절합니다.
물론 국토교통부장관의 동의가 없어도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를 만들고, 민간매각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철도 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여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5)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는 입법은 무엇인가?
관련하여 2013년 12월 18일, 철도산업의 민간매각 금지를 법제화하는 철도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변재일 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14
제안자 명단을 보니 11명 모두 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여야 합의에 의한 법안 마련은 없었음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반증이라고 봅니다. 해당 법률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철도사업법 제5조(면허 등) ③ 철도사업의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자는 법인으로 하며, 해당법인의 소유권은 공공부문(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방공기업법상의 지방공기업을 말한다. 이하 같다)이 갖는다.
기존에는 공공부문이 갖는다는 구절이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강한 개정안이 나온 것 같습니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만이 아니라 다른 철도 부문 민영화도 당분간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는 민간매각 이외에도 상당부분 문제가 있습니다. 여하간 과연 국토교통부와 여당이 이 개정안을 수용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민영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끝끝내 이런 입법화를 거부했습니다. 심지어 법제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본인이 돌연 입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15
새누리당 국토위원회 간사인 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각종 철도 면허라는 것은 입법사항이나 정치적 논의 사항이 아니다”라며 “시장참여가 본질이고 공익을 고려한 행정부의 재량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면허를 내주면서 면허 대상에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만 인정한 입법 사례는 없었다”며 “만약 철도 분야 사례를 인정한다면 모든 공기업에 일반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큰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또 “면허를 주면서 공공자금만 유치하고 국가 이외의 민간 투자를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으로 한다면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된다”며 “특히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청의 고유권한인 면허에 대해 국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는 거는 입법부 권한 범위를 벗어난 부분”이라고 말했다.
워낙 중요한 말들이 많아서 길게 인용했습니다. 여기서 철도 면허는 입법사항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재도 철도사업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철도사업법 제5조(면허 등) ① 철도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철도사업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담을 붙일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면허를 받으려는 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서를 첨부한 면허신청서를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철도사업의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자는 법인으로 한다.
보시다시피 이미 법인에 한하여 철도사업의 면허를 받을 수 있다든가 하는 부분은 입법적으로 규제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법적인 규제를 추가하고 말고는 국회와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지 불가능한 일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철도사업의 시장참여가 본질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 이를 금지하는 입법을 하면 나머지 공기업에도 좋지 않은 선례가 된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법으로 철도 민영화를 금지하면, 추후 다른 공기업 민영화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강석호 의원은 이런 발언을 나름 반대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공공부문 민영화를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으로 강석호 의원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위반 여부 발언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우선 해당 발언은 그 자체로는 부정확한 발언입니다. 자유무역협정은 각 국가마다 맺는 방식이 다른데 정확히 어떤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 위반인지, 혹은 전부 위반인지 등을 명확히 했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GATT나 WTO 관련 국제조약과 혼동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여하간 본질은 이런 식으로 민간매각을 금지하는 법안이 WTO-FTA 체제에 반할 수 있다는 면에서 무척 인상적인 발언입니다.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인 김태흠 의원의 발언입니다.16
김 의원은 민주당의 법안이 한미 FTA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면허를 통해 공공 자금 만을 유치하는 것은 FTA에 부합하나 입법을 통해 국가 외의 투자를 원천 제한하는 것은 FTA 위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 상 2005년 6월 30일 이후 건설된 노선은 원칙적으로 개방 가능하다”며 “입법을 통해 자본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면 기 개방된 제도를 폐쇄하는 것이므로 역진 방지 조항에 위배돼 FTA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위헌 소지도 지적했다. 그는 “면허는 자유로운 신청과 참여가 본질이나 신규 사업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과도하게 차별하고 입법으로 공공 독점을 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공공 부분 외 철도사업자에 대한 진입을 차단하는 것은 과잉 금지 원칙 위배”라고 말했다.
우선 간단한 부분인 위헌 소지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김태흠 의원은 면허가 자유로운 신청과 참여를 본질로 한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입니다. 행정법상 면허는 강학상 허가 혹은 강학상 특허 둘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전자의 경우 김태흠 의원의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국가에 의한 훨씬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공 독점을 하더라도 반드시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철도사업면허는 강학상 허가에 해당하느냐, 강학상 특허에 해당하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그 구별기준은 어떻게 될까요? 강학상 허가란 통상 금지된 자유를 회복하는 조치라고 해석하는 반면, 강학상 특허란 새로운 권리를 설정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개인택시운송사업면허조차 강학상 특허로 보는 현행법의 체계상 철도사업면허는 더 따질 것도 없이 강학사 특허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다음 부분이 보다 까다롭습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다음부터 “한미FTA”) 위반 여부입니다. 김태흠 의원이 문제삼는 한미FTA 부분을 일단 살펴보겠습니다. 부속서 I (서비스/투자) 대한민국의 유보목록입니다.17
유보내용: 국경간 서비스무역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 유보내용은 철도운송 및 부수 서비스에 대해 대한민국이 한미FTA 제12.4조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미FTA 제12.4조가 독점, 쿼터제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므로, 제12.4조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는 철도운송 및 부수 서비스에 대해 한미FTA 발효 이후에도 여전히 시장진입 장벽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쟁점은 대한민국이 어떤 방식으로 이 유보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김태흠 의원은 해당 유보목록에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이라는 표현이 있으므로 면허를 통한 제한만이 가능하고, 입법적 제한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입법적 제한이 개방된 제도의 폐쇄를 뜻하므로 한미FTA에 위배된다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선 이 유보내용이 정말 “개방된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유보내용은 한미FTA의 적용을 일정부분 배제하겠다는 의미라서, 오히려 이 유보내용의 의의는 한미FTA에도 불구하고 철도운송 및 부수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면허를 통해서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입법적으로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 타당한지 검토해봐야 합니다. 사실 김태흠 의원은 위계를 달리하는 두 가지 사항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면허는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수단’입니다. 입법은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단계’입니다.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설령 철도사업법을 개정해서 법 안에 민간 참여 금지 조항을 넣더라도,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수단은 여전히 면허입니다. 민주당의 개정안을 보시면 알겠지만 법에다가 민간이 참여할 수 없다는 면허 발급의 요건을 정하고 있을 뿐, 여전히 수단 자체는 면허입니다.
김태흠 의원의 말대로 면허에 의한 민간 참여 금지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는 “민간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판단이 어느 단계에선가는 들어가게 됩니다. 그 단계가 정부의 지침이 될 수도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의 명령일 수도 있습니다. 면허에 의해 민간 참여를 금지시키더라도 여전히 명령이든 지침이든 별도의 판단 과정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 지침이나 장관 명령의 단계로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고, 입법으로 민간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가요? 일관성이 없는 논리입니다.
(6) 소결
여태까지 살펴보신 것과 같이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은 안전장치라는 것들은 모두 이사회의 동의가 있거나 정관의 변경이 있으면 무력화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비추어 봤을 때, 국토교통부가 민간매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상태입니다. 정관 규정은 그나마도 상법과 충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정관 변경이 없어도 민간매각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즉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안전장치로 민간매각을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실질적인 방안은 법제화 밖에 없는데 국토교통부에서 반대하고 있으며, 여야 사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적도 없으며, 민주당이 발의한 철도사업법 일부개정안만 있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반대 의사를 명백히 표한 상태입니다. 아직 불투명한 부분이 산재해 있음에도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에 대한 면허 발급을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는 중입니다.
2.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할 필요가 있는가?
(1) 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하려고 하며, 이는 타당한가?
국토교통부가 2013년 6월 26일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보면 한국철도공사의 비효율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부채 누적을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와의 경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두려는 주된 이유입니다 .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자료에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05년이래 4.5조원 재정지원에도 연간 5천억원 이상 적자 지속”라는 표현이 있으나 한국철도공사는 2011년 이전에 흑자를 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2010년 총포괄손익 5,007억원 이상, 2011년 총포괄손익 4,275억원 이상의 흑자를 보던 상태였습니다. 매년 적자가 지속되었다는 표현은 한국철도공사 공시 재무상태표에 반하는 셈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영업이익과 관련해서 적자가 매년 났다는 말은 맞지만 한국철도공사가 영업외 손익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총포괄손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18
더구나 한국철도공사가 떠안고 있는 막대한 부채나 적자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19 등에 의하더라도 기존 경부고속철도 건설비 4.5조원, 철도망 확충에 따른 철도차량구입비 2.5조원에서 기인하는 등 비효율적인 운영 때문이라기보다는 정부의 철도망 확대 정책에 의한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과 관련된 적자나 부채는 공공사업 시행 도중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한국철도공사법 제12조에 따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줘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경영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한국철도공사법 제12조(보조금 등) 국가는 공사의 경영 안정 및 철도 차량·장비의 현대화 등을 위하여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거나 재정자금의 융자 또는 사채 인수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철도공사는 2009년 9월 17일, 민자사업단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 수익성 악화로 운행이 힘들어진 인천국제공항철도를 1.2조원에 인수한다든가, 용산 개발이 무산되는 등의 요인으로 부채가 3.7조원 가량 더욱 누적되었습니다. 이들 역시 철도의 운영 자체와는 무관한 부분들입니다.
더구나 애당초 정부는 한국철도공사의 자본금 22조원 전부를 출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9.5조원만을 출자해서 부채비율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즉 우선 정부의 출자의무부터 마무리가 된 다음에 재정 상태를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모든 책임을 한국철도공사에게 돌리는 꼴입니다.20
이외에도 한국철도공사의 국제신용등급이 낮아서 채권 발행 등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으나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입니다. 여전히 한국철도공사의 신용등급은 높게 평가됩니다. 201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Moody’s에서 A1 등급, S & P에서 A+ 등급을 줬으며21 Moody’s는 한국철도공사 채권에 대해 2013년 11월, A1등급을 매겼습니다.22
결정적으로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에서 파악하는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적 어려움의 원인이 다릅니다. 2013년 12월 9일 있었던 제320회 국회 제6차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당시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과 김영래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에게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적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이지만 그 중에 독점화에 따른 비효율,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임금 등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김영래 한국철도공사 부사장은 “공사로 넘어올 당시의 건설부채 4.5조원, 공항철도 관련 1.2조원, 용산 사업 무산 등”을 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 자회사로 추진하기에 앞서 한국철도공사 부채 원인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2)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경영은 누가 하는가?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 주요 질의 답변에서 “12. 연기금이 최대 출자자로서 경영간섭 가능성?”에 대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투자는 국공채 수준의 적정 수익확보가 목적이며, 경영간섭의 사례가 없”으며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 책임하에 운영”한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서에서 국토교통부는 “16. 수서발 운영사가 철도공사로부터 독립적 경영이 가능한지?”에 대해 “출자회사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선임하여 철도공사의 경영지배를 제한하고, 연기금 등 기타 출자사에 감사 추천권을 주어 견제하는 방안 검토”라고 말해 여전히 연기금 등의 경영 참여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될지는 아직도 혼선이 있는 상태인 셈입니다.
(3)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유효한 경쟁은 가능한가?
유효한 경쟁이 가능할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대체로 “별도 철도사업자로 기능”, “회계와 경영의 분리” 등 지극히 규범적이고 원론적인 답변들을 위주로 내놓습니다. 그나마 실질적인 방안과 관련된 것은 “우수 운영자에게 Peak-time 운행 확대, 선로배분 추가, 선로사용료 할인 등”을 제공해서 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애당초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이용객과 서울역이나 용산역 이용객이 다르기 때문에 유효한 경쟁은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합니다. 윤영진 계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의 발언입니다.23
“제가 보건데 아마 서울 강남지역이나 아니면 경기도 동남부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 코레일 쪽의 요금이 싸더라도 서울역으로 안 가고 아마 수서발 KTX를 이용하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하면 순수한 경쟁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죠”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적절한 반박 보도자료나 성명서를 낸 적이 없습니다.
(4)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 시 한국철도공사의 재정은 더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철도공사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KTX 노선 중 일부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로 넘어감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의 운영 수입이 줄어들 예정인데, 과연 한국철도공사는 어떻게 부채와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개통초기 서울‧용산역발 수요의 일부(10 수준)가 수서로 이전될 가능성” 자체는 인정합니다.
다만 향후 철도수요 전체가 “(‘10) 서울‧용산 11.3만명/일 → (’16) 서울‧용산 12.5만, 수서 7.8만”과 같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2009년 발표한 주요역별 이용승객현황을 보면 서울역의 일일 KTX 승하차인원은 52,103명이고, 용산역의 일일 KTX 승하차인원은 11,342명입니다.24 이들 모두를 합해도 7만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2010년에 철도수요가 11.3만명으로 올라간 것은 납득하기 힘들고, 해당 수치들이 정확히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명시적으로 밝혀야지 검증이 가능할 것입니다.
설령 국토교통부의 예측대로 수요가 증가할지라도 문제입니다. 만약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로 분리시키지 않는다면, 수서발 KTX도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할 것이고, 그 수요로 인한 운영이익은 모두 한국철도공사에게 귀속될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는 것은 한국철도공사의 수익을 줄였으면 줄였지 늘리지는 않는 셈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이외에도 “수서발 KTX의 차량정비, 임대 등에서 추가수입 발생”을 들고 있으나 차량정비 등을 이원화하는 체제는 추가수입을 발생시킬지는 몰라도 사고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듭니다.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1년 전 직접 밝힌 의견이었습니다.25
“복잡한 기계와 설비, 여러 사람의 손발이 완벽하게 맞아야 안전이 담보되는 철도의 특성상 운영기관 다원화는 사고 위험을 키우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방안인 “적자선 개방, 물류부문 적자감축, 차량‧시설부문 비용절감 등”은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설립과는 직접적 관련은 없는 부분입니다. 더구나 적자선 개방이란 철도산업 발전방안에 따를 때 “수익성 등을 이유로 철도공사가 운영을 포기하는 적자선에 대해서는 철도서비스 유지를 위해 민간참여 허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철도 민영화 그 자체입니다.
민영화에 대한 부작용과는 별개로 과연 적자선의 민영화가 가능하긴 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민영화를 한다면 민간회사의 특성상 노선 감축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인데, 노선 감축과 요금 인상을 정부 측에서 억제한다면 민간회사는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시 정부에게 인수를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유사한 사례로 민간회사가 운영하던 공항철도가 적자를 내자 결국 한국철도공사가 이를 인수하게 된 경우가 있습니다.26
(5) 소결
결국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로 설립해야 할 만큼 한국철도공사의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보기 힘들며, 설령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로 설립하더라도 그로 인해 경쟁이 가능하거나 한국철도공사의 재무 상태가 나아지리라는 예측을 하기는 힘듭니다.
3.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1) 왜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민영화 반대만이 아니라 임금인상도 내거는가?
일각에서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임금인상 8.1%를 요구안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임금인상을 위해 국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27
그러나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5호가 당연히 예정하고 있는 형태의 노동쟁의입니다. 때문에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파업한다는 것을 비판하는 건 노동3권과 단체행동권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입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이하 “노동관계 당사자”라 한다)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철도는 중요한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전면파업을 하게 되면 일상생활에 지나치게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우려를 방지하고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필수유지업무를 지정하여,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준수하라고 규정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의2(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위행위의 제한) ②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이를 행할 수 없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하며 파업을 하는 중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2)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임금인상 8.1%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전국철도노동조합에서 산정한 임금인상 8.1%는 물가상승률, 업무강도 등을 고려해서 노동조합 측에 가장 유리하게 잡은 수치입니다. 노동조합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자에게 가장 유리한 주장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부정한다는 것은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입니다.
왜 정부 가이드라인인 2.8%보다 높은 수준으로 잡았느냐는 비판은 그래서 일리가 없습니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입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을 취하게 됩니다. 같은 원리로 한국철도공사 또한 정부 가이드라인보다 낮은 임금인상 0%, 즉 임금 동결을 내걸었습니다. 양 측 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내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된다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양 측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를 두고 협상을 벌여가며 중간 정도에서 합의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평균임금 6,000만원 받는 노동자들이 더 많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 노동자들의 평균근속년수는 19년입니다.28 단순하게만 계산하자면 19년차 노동자의 임금이 6,00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6,000만원이 19년차 노동자의 평균임금 치고 많은 편이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힘듭니다.
참고로 신입사원의 초임은 2013년 기준 2,594만원입니다.29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13년 12월 11일자로 임금인상을 요구안에서 뺐기 때문입니다.1
▷ 코레일은 별도 주식회사 설립 결정을 철회
▷ 국토부는 수사발 KTX 주식회사 면허발급을 중단
▷ 여야는 민의에 따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발전을 위한 소위를 구성
▷ 국민을 위한 철도산업발전을 위해 관련 당사자들이 위한 소위를 구성
▷ 철도공사는 합법파업에 대한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동탄압 중단
(3)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은 불법인가?
문제는 이렇게 임금인상이 빠진 파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정한 노동쟁의의 정당한 목적을 벗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판례는 ‘경영권에 관한 사항’이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에 관한 사항’을 노동쟁의의 정당한 목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영권에 관한 사항’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양자택일적으로 파악하는 판례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자회사 설립과 같은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31습니다.
예컨대 판례는 구조조정도 경영상 결단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해고 유무가 달려있는 문제가 단지 경영상 결단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 유리되어 있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기 때문에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경영상 결단이더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판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하간 현재 판례의 태도에 따른다면 자회사 설립 등의 철회를 주된 사항으로 요구하는 파업은 목적의 정당성이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그 파업이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법’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현행법상 ‘불법 파업’이라는 말은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위 ‘불법 파업’이라고 하는 것들은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정당성 등을 결여했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제4조(정당행위)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즉 설령 목적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별개 범죄행위를 구성하거나 손해배상의 요건을 갖췄을 때에야 비로소 불법이 되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한국철도공사는 조합원 일부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32고 판시해서 목적의 정당성을 결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설령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임금인상을 제외한 자회사 설립 철회만을 내걸어 그 목적이 현행법상 정당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업무방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번 파업은 수차례 예고되었으며, 필수업무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등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아니라서 반드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4. 결론
살펴보았듯이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 주식의 민간매각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는 힘든 상태이며,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도로 설립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조차 상당부분 의심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파업 역시 업무방해죄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민간매각이냐 민영화냐는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민간이 공공부문을 경영할 경우 공공성이 아니라 이익창출이 제1의 목적이 되고, 그 과정에서 공공성이 희생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민간회사가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고 전기나 가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민영화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민간회사가 공공성을 최우선에 둔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겠지요.
이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바꿔 말해 설령 정부나 기타 공기업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더라도, 해당 기업이 공공성이 아닌 이익창출을 제1의 목적으로 내세우면 아무리 민간 자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공성이 후퇴하는 결과는 마찬가지이게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설령 정부의 말대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에 민간 자본이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운영에 있어 민간회사와 다를 게 없다면 민간 자본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철도산업 발전방안 주요 질의 답변에서 “14. 출자회사는 공공기관인지?”라는 질문에 대해 공공기관 지정은 가능하지면 “공공기관 지정시 경영계획, 평가 등에 대한 규제를 받게 되어 효율성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 필요”라고 답했습니다.
공공기관이 되면 각종 규제를 받으므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받는 규제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입니다.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공공성보다는 이익창출을 더 우위에 두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에 민간 자본 참여가 없다고 해도 하는 행동은 민간회사와 다를 게 없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의 경영을 본받아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체질 역시 개선하겠다는 것은 결국 한국철도공사 역시 공공성을 후퇴시키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민간매각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 수서발 KTX 운영주식회사를 별개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이 문제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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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0. 1:01
몇 가지 비문과 오타 등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내용상 변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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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0. 2:58
한국철도공사 신용등급평가 기준일은 2012년 12월 31일이었는데 실수로 2013년 12월 31일이라고 써서 수정했습니다.
이외 몇 가지 비문과 오타 등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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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0. 6:12
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2013년 12월 18일 철도산업의 민간매각을 금지하는 철도사업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대표발의한 사실이 확인되어 관련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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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0. 14:45
법제화 논의가 계속 갱신되어 목차를 분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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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1. 00:54
FTA 관련 부분과 결론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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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1. 19:37
FTA 관련 부분에서 새누리당 측 의견이 추가되어 이를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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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4. 2:35
부채와 관련해서 국토교통부의 자료는 호남고속철 등을 언급하고 있으나 불분명한 부분이 있어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나타난 부분으로 대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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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arco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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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스크랩해갑니다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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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gsj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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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적자 내역에 대해 좀 탐구해 봤습니다.http://seewhatyoucansee.tistory.com/83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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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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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만 계산하자면 19년차 노동자의 임금이 6,000만원이라는 것입니다. 6,000만원이 19년차 노동자의 평균임금 치고 많은 편이라고 함부로 말하기는 힘듭니다."이부분은 억지군요.
민간기업들의 평균근속년수가 10년안팍인 이유가 뭘까여? 나이 40대넘어가면 구조조정대상감이기 때문에 명퇴들하기 때문아닙니까?
공기업은 입사= 정년퇴직하는 철밥통인 상황인건데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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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국철도공사의 평균근속년수가 높은 이유는 신규채용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2008년 10명, 2009년 9명, 2010년 103명 채용하다가 2011년 들어서야 204명, 2012년 412명을 채용했지요. 직원이 28,178명이나 되는 기업 치고는 터무니없이 적지요.이에 비해 민간기업들의 평균근속년수가 한국철도공사보다 낮은 이유는 신규채용이 한국철도공사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2005년 철도청에서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된 뒤부터 한국철도공사는 7~8년 간 인력의 20%를 감축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감행해왔습니다. "공기업 = 정년퇴직"은 허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