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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7
    추운 날씨, 집회, 여러 생각들..(3)
    민서네..

추운 날씨, 집회, 여러 생각들..

넘 추운 날이었지..

새벽에 강원도 속초를 출발해서 서울로 오는데, 고속도로 노견에 세워진 온도계는 영하 15.7도를 가리키고 있더군.

휴우~ 바람은 또 어찌나 불어대던지..

눈도 뜨기 힘들고,

맨살이 타들어가는 듯 하더군..


그렇게 서울에 도착하니 집회 직전이라..

꽤나 무장을 갖춘다고 갖추고 여의도로 나갔는데..

찬 바람은 여전히 온몸을 훑고 있더군.


연사들의 발언은 겉도는 듯 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대..

내년도 투쟁을 보는 거 같더군.


경제위기는 심화되고

사람들은 각자 혼자서들 힘들어하다가, 혼자서들 삶과 싸우다가 지쳐가겠지.

복수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 관련한 노동법 개악도 코 앞인데..

우리는 예의 그 총력투쟁과 개악 저지를 외치겠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모으고 여의도에서 집회를 하겠지만,

쌀쌀한 날씨, 관성화된 투쟁, 사람들은 구호 외치다, 욕하다 그렇게 돌아가겠지.


시간은 그렇게 가고, 우리는 또 2010년을 맞이할거야.

물 뎁혀지는 솥단지 속의 개구리처럼

우리는 추운 바깥 날씨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죽어가겠지.


비정규 최임법 개악은 2008 투쟁의 마무리가 아니라,

2009 투쟁의 전초전인데..


비정규, 최임법 개악, 전교조 공격, 공기업 선진화와 경영효율화, 구조조정, 정리해고, 노동법 개악....

노동자의 삶과 권리에 대한 전면적 공격이 시작되고 있는데..

각각의 고립된 이슈들에 대한 고립된 싸움을 하나씩 벌이며,

우린 그렇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각각의 집회를 하고 헤어지겠지.

오늘 집회로 세상이 좀 바뀌었을까... 자문하며..

오그라들 듯 웅크린 채 집회는 끝나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으로 향했어.


비정규직 권리선언 결의대회와 촛불문화제였는데..

추우니 허리가 아우성을 질러댔다.

잔뜩 오그라든 혈관, 연골, 근육이 신경을 눌러댄다더군.


결국 끝까지 못붙어있고

권리선언 열한번째 현수막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일어나 나왔지.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리고 나서 얼마 안되어 전경이 문화제를 침탈했다더군.


http://www.newscham.net/news/trackback.php?board=news&id=44766


박준의 앵콜곡 깃발가를 힘차게 팔뚝질하며 부르다가 괜스리 비감해지고 눈물이 핑 돌더군..

그 노래를 처음 들은게 언제였던가..

아마 15년 전이었지..

한총련 1기 출범식을 한다고,

학내 좌단위들 진보시대개척단 꾸려 움직이고... 이 때 율동곡이 깃발가였지...

참 힘찬 곡이었어..

아 그런데 어젠 갑작스레 눈물이 나더라고.

지난 15년이 주욱 생각나고. 그 노래를 함께 부르던 녀석들도 생각나고..


"투쟁 속에 피어나는 꽃 해방이라 약속하마...

끝내 우리가 움켜쥘 해방의 깃발이여.."


갑자기 왜 이리 허허롭게 들리던지... 

걍 눈물이 핑 돌더라구...


아휴 근데.. 추울때는 눈물 흘리면 안되겠어 정말...


나이가 드는건지.. 약해지는건지..

최근 눈물이 늘었어.

얼마전 참세상에서 미포조선 이홍우 동지 투신 기사를 보며..

절로 눈물이 나더군...

"왜 이렇게 살아야 되는건데"

절규하는 노동자의 분노가, 그 신산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졌어.

사무실에서 누가 볼새라 고개 푹 숙이고 훌쩍였지..


2010년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09년에 우리는 싸울 수 있을까..
이 싸움을 만들어가야 되는데..
상층에 엎어져 있다가 투덜거리기만 하는 관료가 되어버리는 거 아닐까..


내년에는 또 민주노총 위원장 직선제까지 있는데..
2009년 투쟁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제 끝인거 같은데..


루치오 바카론지 하는 작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직선제는 결국 포퓰리즘의 팽배, 조합주의의 전면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


좌파가 실수해서 직선제가 조직내 민주주의를 가져다 줄거라는 순진한 분석과 요구를 했다고 하는데..
난 뭐 실수까지는 아니라고 봐..


우리 민주노조 역사에서,
직선제는 경험적으로 조직내 민주주의의 관철과 노조 민주화에 적극적 역할을 했었지.


문제는 직선제의 여부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장의 역동성이었어.


좌파가 비난받아야 한다면,
조직적으로 직선제를 요구해서가 아니라,
직선제 실시를 결정한 후로 현장의 역동성을 살려내기 위한 조직적인 실천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


직선제..
걍 조합원들이 한 표 찍으면 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어..
행정적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내면 다 되는 것도 아니지 않겠어..

예의 그 관성화된 좌빨 표현처럼..
선거는 정치적 선동과 폭로의 장이니 어쩌니 하면서
좌파 후보 출마시켜서 선거 때 현장만 돌아다니면 되는 것도 아니지 않겠어..


직선제가 남한 민주노조운동에서 중요한 긍정적 역할을 했던 때처럼..
현장의 역동성을 살려내기 위한 투쟁을 준비하고 조직해야 되지 않을까..


투쟁으로 현장을 재조직화(?.. 헐..)하지 않으면..
2010년 후 민주노조운동은 참 이상한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거 같어...


그 투쟁이 2009년인데...
그 2009년 투쟁이 비정규법 개악, 최임법 개악 저지로부터 시작하는데...
우리는 그대로 관성화된 집회 한 번으로..
의무방어전처럼 천막 농성으로..
그렇게 때우려는 거 아니야?


2009년
심화되는 경제 위기...


권리 찾기.. 권리 지키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선언처럼...


권리의 보편화,
공세적 권리 쟁취 투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권리선언의 문구가 생각나는군...
좀 더 다듬었으면 좋겠어..


"경제 공황 자본위기 노동자 서민 책임전가 반대!"
"노동자에게 권리를! 사용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오늘 나눠준 유인물 중 어디 꺼였나?
"이MB의 대한민국은 부자천국 서민지옥!"


어쨋거나...


비정규법 개악, 최임 개악, 전교조 파괴 책동, 공공부문 경영효율화와 선진화, 복수노조/전임자전임자임금지급 금지, 필수유지업무,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여기에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비정규노동자 노동기본권, 이주노조 합법화, 손배가압류 철폐, 업방 남용 금지, 산별교섭 제도화, 단협 구속력 강화 등등...


고립 파편화된 노동권 투쟁, 생존권 투쟁을 한데 묶는 총노동 차원의 전선 구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투쟁을 통해 다시금 대오를 추스르고 주체를 일으켜 세우는...


이 투쟁을 통해 현장의 재조직화를 준비하고 제대로 된, 투쟁하는 직선제 속의 민주주의를..


그런 투쟁을 조직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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