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복지의 일탈

청주시청 홈페이지엔 <복지마을>이 입주해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마을이고, 이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를 소개하는 ‘마을’이다. 여성/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이 그 대상이다. 그러나, 이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사람들은 그 복지마을에 입주권을 배정하지 않았다.

 

임금 떼인 노동자. 부당하게 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 최악의 삶만을 살 것을 강요받는 최저임금 노동자. 계약만료를 앞두고 재계약 여부에 조마조마 맘 졸이는 노동자.

 

어느날 부당한 일을 하소연하고자 물어물어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온 노동자. 그 노동자는 한시간이건 두시간이건 서럽디 서러웠던 자신의 삶과 노동을 말한다.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미안함을 전달한 나의 손을 꼬옥 잡더니, 그저 자신의 넋두리를 들어주었다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뇌인다. 그저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10년 묵은 체증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하며 그는 사무실을 나섰다.

 

사회적 보호를 절실히 호소하는 노동자를 위한 복지제도는 절실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을 위한 <복지마을>이 청주시 홈페이지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청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이 메마른 노동자복지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거의 유일한 ‘노동자 복지 시설’일 뿐이다. ‘근로자와 함께한다는’ 그 곳에서 심각한 노동자복지 일탈행위가 벌어졌다.

 

 

전국공무원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가 예정되었던 청주근로자종합복지관. 그곳마저도 노동자들을 외면해 버렸다. 청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이 ‘시설보호 요청’을 통해 공권력의 힘을 빌어 노동자의 출입을 막은 ‘해석불가’행위가 벌어졌다. 공권력을 불러들인 것도 영 미덥지 않았던지 아예 회의장 철문에 구멍을 뚫고 굵은 와어어열쇠로 잠가버렸다.

 

청주시의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 청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은 38억원이 넘는 시비와 8억원의 국비를 들여 건립되었다. ‘노동자복지 향상’을 위해 거액을 들여 건립된 거의 유일한 건물을 ‘노동활동 방해’의 도구로 악용했다. 복지관 측을 진두지휘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것이다.

 

복지는 공공서비스를 통해 구현된다. 하지만, 나는 공공서비스와 더불어 스스로 복지와 권리향상을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상의 복지정책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보호’와 ‘자립’할 수 있도록 홀로서기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 말이다. 하기에 노동자복지의 핵심 주체 중에 하나로 전문가들은 ‘노동조합’을 손꼽는다. 노동자복지 향상에 노동조합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청주시와 청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은 그 날 보여준 부끄러운 모습에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군사정권 시대에나 볼 수 있는 살풍경을 연출한 그들의 심각한 ‘복지 일탈’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말이다. ‘노동탄압 전문회관’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꼬옥 새겨 듣기 바란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