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학계에 보고해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학계에 보고해야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학계에 보고해야 한다. 대박감이다. 사이언스지도 네이쳐지도 군침 흘릴만하다. 이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 너도나도 자신의 잡지에 게재해 달라고 바지자락을 붙잡고 통사정해야 할 판이다.

 

약삭빠른 의료자본의 흥분도 예상된다. DNA 검사에 참여하고픈 의학자들이 줄을 설 게다. 자신의 손으로 신인류 진화의 비법을 밝혀내는 영광을 마다할리 없다.

 

군사기관도 눈독을 들일만 한다. 비밀병기 육성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이다. 공상과학만화에서나 가능했던 돌연변이 ‘엑스맨 군단’을 만들 수도 있다. 놀라운 치유력을 가진 그를 통해 새로운 전쟁을 꿈꿔볼 만하다.

 

전화선을 통해 전해오는 그의 치유력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추락사고를 당해 병원에 응급후송 되었다고 한다. 후송 직후 병원 측에서는 갈비뼈 6곳이 부러졌다며 금식 처방을 내렸다. 다음날 학계에 반드시 보고해야 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룻밤 사이에 부러졌던 6대의 갈비뼈가 모두 붙어버린 것이다. 의사는 단순 염좌라 했다. 발을 삐었을 때 말하는 그 염좌라고 한다. 그는 고통을 호소하면서 MRI 등 정밀 촬영을 요구했지만, 의사는 묵살했다. 그는 어느새 꾀병환자로 몰렸다. 단순 염좌에 불과한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고가의 MRI 촬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타 먹으려는 몰염치환자로 몰린 것이다. 결국 움직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신음소리마저 삼키며 그 병원을 퇴원했다.

 

만약 의사의 진단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대박감이다. 인류의학의 획기적 발전을 꿈꿔볼 기회다. 하룻밤만에 부러진 갈비뼈 6대가 붙을 수 있는 치유력의 비밀을 캐낸다면 말이다. 이 작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들로 병원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고,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정책적 차원의 연구지원도 봇물을 이룰게다. 그가 공개되는 순간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번쩍임이 멈추지 않을게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해당 의사는 학계에 보고하지 않았다. 놀라운 치유력의 비밀에 관심이 없었거나 제2의 황우석 사태를 질러볼 자신감이 부족했기 때문일 게다.

 

그는 하이닉스 공장증설 현장에서 일했던 건설노동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냐며 호소하는 그는 아직도 병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인 공사판에서 사고를 당했지만, 건설회사는 모르쇠만 한단다. 산재처리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있다고 한다. 의료 문외한인 자신이 보기에도 부러진 갈비뼈가 너무 선명하단다. 누가 보더라도 판독할 수 있는 엑스레이 사진이란다.

 

어찌되었건 이건 학계에 보고해야할 중대한 사안이다. 그리고 연구결과를 반드시 내와야 한다. 어물쩡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노동행정감시학회가 있다면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귀를 쫑끗 세워야 한다.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이하 청주노동지청)은 중요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그들의 행정이 정말 문제있음을 꼬집을 수 있다. 닷새짜리 공사중지명령 해제 이후에도 여전한 안전실태 미흡, 산재 은폐, 관리감독 소홀 등 연구과제가 널려 있다.

여기에 주눅행정과 호통행정도 연구대상이다. 말년은 비굴과 용감이 공존하는 모양이다. 정년퇴직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지청장은 ‘주눅행정’과 ‘호통행정’을 오간다. 공사중지명령 해제를 촉구하는 지자체와 기업경영계에게는 고개숙인 ‘주눅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압박정치에 백기투항과 굴복으로 화답했다. 반면 노동계에는 그의 넘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현대건설 공사현장의 산재문제로 면담에 들어간 노동계 대표에게 반말과 고함으로 호통행정이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강익강 약익약’ 행정의 전형이다.

인원부족만 되뇌이는 앵무새어법과 되돌이표 행정도 연구해야 한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자발적인 ‘발품 감시행동’을 거부하는 그들만의 행정도 철저히 분석 해부해야 한다.

 

심리학회에서는 현대건설의 뻔뻔함에 대한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 같은 공사현장에서 3명이 산재로 죽었는데 요놈의 현대건설은 기세등등하다. 철면피도 이만한 철면피가 따로 없다. ‘2007년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답게 현대건설은 연이은 사망사고에 이렇다 할 사과없이 뻣뻣함을 고수한다. 사망재해 최악의 기업 선정을 명예롭게 받아들이니 놀랄노자 일 뿐이다. 여기에 산업재해를 적당적당 덮어버리려는 친불법 기업심리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기업은 산재를 은폐할 수 있지만, 산재를 입은 노동자와 가족은 산재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동자의 불행을 기업의 성장 발판으로 삼는 현대건설의 마음보도 충분한 연구가치가 있다.

 

참고) 모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다양한 산재은폐 사례가 폭로되었다. 다음은 기사내용이다.

A씨는 산재발생 후 초진에서 단순염좌 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병원을 옮겨 재진단 받은 결과 뇌진탕(후유증)과 두개부좌상, 5-6 요추전방전위증 등의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중이다.

B씨 역시 산재발생 후 초진은 염좌와 좌상진단을 받고 퇴원했다. 역시 병원을 옮겨 재진단을 받은 결과 견갑골과 늑골 2대(6-7번)이 부러진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D씨 역시 산재발생 후 초진은 후성결과 외상성 혈기흉과 우측다발성 늑골골절 등 3개의 진단만을 받았다. 그러나, 재진단 결과 두개골 및 안면골 골절, 비골 및 견갑골 골절 등 무려 8개항목에 대한 추가진단이 나왔다.

언론사는 이 보도를 하면서 건설사와 병원간의 유착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2008.01.28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