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2008/03/09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3/09
    미국 민중조차도 거부한 이명박표 '선진 의료'
    花無十日紅

미국 민중조차도 거부한 이명박표 '선진 의료'


미국 민중조차도 거부한 이명박표 '선진 의료'

 

이번 주말 미국에 유학 중이던 처제가 산후조리차 귀국해서 처갓집이 있는 전라도에 다녀왔다. 처제는 미국 유학생활 5년에 ‘한국의 맛’이 그리울 터다. 처제가 온데다 맞사위도 함께 했으니 ‘소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곱창 사수를 위해 부지런히 젓가락을 놀릴 생각을 하니 절로 군침이 돈다. 소곱창 집에 막상 들어가니 여러 집을 둘러봐도 한결같이 소곱창전골 뿐이다. 배는 고파 오고, 소곱창구이를 찾을 길이 없어 전골에 한번 빠져보기로 했다. 처음 먹는데도 입에 착 달라붙는다. 국물도 텁텁하거나 입에 감기지 않는 것이 역시 전라도 맛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치우니 이내 포만감이 밀려온다. 포만감에 취해 두런두런 처제의 미국생활과 이제 며칠 밤만 더 자면 만 3개월이 되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처조카 얘기가 단연 화두다. 출생에서 지금까지 ‘이린’이의 피어날 세상에 대해서 말이다. 먼저 태어난 이야기. 그 중 병원비가 도마에 올랐다.

처제는 자연분만을 원했다. 하지만, 출산예정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미국 병원에 입원해 꼬박 24시간 이상 유도분만을 했지만, 의사의 포기권유에 제왕절개 수술로 ‘이린’이는 세상의 빛을 처음 접했다. 하반신 마취를 한 상태에서 차가운 소독약이 스치는가 싶더니 모든 수술이 끝났다고 한다. 한 30분 정도 소요된 수술.

미국의 제왕절개 수술비가 얼마 나왔을까? 참고로 처제는 유학생 신분이라 인터내셔날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내가 월 4만 2천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니 사용자 부담분을 치더라도 일년에 1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한다. 처제는 나보다 두 배 정도의 보험료를 낸다고 한다. 일 년에 대략 2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한다.

한국에서 비싸야 50만원 정도인 제왕절개 수술. 처제는 이 비싼 의료보험료를 내면서도 수술비로 1,600만원을 납부했다. 입원비까지 모두 포함하면 총 2,00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내친 김에 처제는 미국병원비가 얼마나 비싼지 말을 이어갔다.

치과치료를 받으려면 족히 300만원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게 있다. 처제와 동서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한국에 왔을 때다. 결혼준비에 분주해야 할 동서는 만사를 제쳐놓고 먼저 찾은 곳이 있다. ‘치과’다. 제일 참지 못하는 게 치통인데 병원비 때문에 귀국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운 ‘한국 음식’에 심취해야 하는데 고놈의 병원비 때문에 4개가 넘는 치아 치료를 받고 제대로 먹지 못해 한스러워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짓눌렸던 치통에서 벗어난 것에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에피소드는 계속 이어진다. 동서도 유학생 신분인데, 어느 날 몸이 아파서 수업을 며칠 빼먹었다. 더 이상 빼먹으면 F학점. 이건 큰일이다. 몸을 추슬러 병원에 갔다. 병원에 처음 접수비가 7만원. 몇 분도 안 되는 진찰이 14만원. 여기에 기타 2만원 총 23만원이 들었다. 맘 같아서는 직효를 자랑하는 주사를 한데 맞고 싶은데 9만원이란다. 결국 주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33만원에 몸살치료를 받을 정도로 강심장은 아니기에...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와 오바마가 뜨는 이유는 여기 있다고 한다. 3억 인구중 1/6에 해당하는 약 5,000만 명이 의료보험 소외국민인 나라. 덴젤 워싱턴의 2002년작 <존 큐>는 이런 미국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미국이 꿈꾸는 선진국은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는 한국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한국의 ‘선진’제도를 이명박 정부가 크게 흔들려 하고 있다. 인수위는 ‘능동적 복지’ 운운하면서 건강보험의 골간을 파괴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술 더 떠 ‘건강보험공단 개인진료정보를 민간의료보험 회사와 공유’하는 등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고, 민영의료보험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밝혔다.

혈기탱천 의사협회는 ‘의료 사회주의’ 운운하며 한발 더 나아가 민영의료보험 확대와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폐지할 것을 주장한다. 이미 서울지역 성형외과의 93%가 1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를 하지 않는 등 의료보험 체제 붕괴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의 공공성 대신 어떻게 하면 ‘돈 욕심’을 채울지가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오죽하면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화장에서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이 질의 순서를 바꿔가면서까지 ‘한나라당은 절대로 완화하지 않는다’며 이 발언 진화에 급하게 나섰을까?

건강보험의 의료혜택이 적기 때문에 민영의료보험을 활성화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일단 건강보험을 만성적자에 허덕이게 만든 정부가 이를 언급하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정부는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국고 지원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지급해야할 국고보조금 1조 5,722억원을 지급하지 않았으니 말할 자격없다. 돈 떼먹고 적자 운운하는 꼴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

오히려 건강보험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축소시켜야 한다. 건강보험료를 25%이상 올리면 무상의료에 가까운 진료가 가능하다. 실제 일본에서는 완강한 건강보험 정책으로 진료비가 87만원을 넘지 못한다. 똑같은 위암수술을 할 경우 일본에서 16일 입원을 기준으로 총진료비 1,000만원 중 87만원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위암수술로 13일간 입원했을 경우 총 진료비 617만원 중 본인이 280만원의 거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

민영의료보험의 문제가 핵심이다. 한국의 민영의료보험 시장은 2003년 6조 3천억원에서 해마다 1조원씩 증가해 2005년에는 8조 4천억원에 달한다. 그 기간 동안 건강보험료는 2003년 13조 7천억에서 해마다 2조원 정도 늘어 2005년 16조 9천억원을 징수했다. 건강보험료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 민영의료보험으로 징수된다. 건강보험을 25%만 올리면 일본처럼 무상의료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을 기억하는가? 민영의료보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 아니라 이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흡수하고, 추가 민영의료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의료 선진화’의 진정한 해법이다.

선진국 미국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 현재 미국 민중이 꿈꾸는 건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다. 미국 민중이 꿈꾸는 새로운 선진국을 이명박 정부가 꿈꿔야 하지 않을까? 건강보험을 완화해 후진국으로 회귀하려는 이명박 정부. 의료정책의 감언이설에 현혹되는 순간 우리 주머니의 돈은 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상의료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 참고 : 일본 의료제도 등에 대한 자세한 자료는 mbc 뉴스후 2월 23일 방송본을 참고하기 바란다. <존 큐> 영화도 한 번 쯤 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가 개봉되면 꼭 관람하기 바란다. <식코>는 3월 국회에서 시사회가 열리며, 4월부터 전국에 개봉될 예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