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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금주

 

주중금주....

주중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으려고 결심했다.

2년 여 동안을 매일 술 마셨다. 술을 마시고 있노라면 내가 내 안의 아기를 쓰다듬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계속 투정부리고 위로받고 싶어하는, 내 속의 아기...미래를 희망하기 전에 현재를 뚫고 나가야 하는 길 위에서 늘어만 가는 아기의 투정...그 투정을 쓰다듬어 주는...하지만, 더 이상 술이 내 안의 아기를 쓰다듬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위로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아기의 투정은 술을 믿고 계속 늘어만 간다...투정을 부려도 술이 위로해 줄테니...그래도 술은 변함없이 날 위로해 주기도 한다...그래서 술이 좋다...아직도 술은 좋다...

주중금주...결심은 했지만, 두렵고 걱정된다. 그럼 이제 무얼 해야 하나...


장우가 잠든 후면, 그 적막함이 싫다. 차라리 밖이라도 창을 통해 보인다면, 야경에 넋이라도 잠시 풀어 놓지....밤이 되면 동굴 속에 갇혀 있는 것 같다. 그 적막함은 세상과의 연결끈을 집어 삼킨 괴물 같다. 괴물이 날 집어 삼키고 나면 남는 건 외로움...그래서 까만 밤은 나에게 휴식이 되지 못하고, 나란 존재는 적막함에 잡혀 먹히고, 남는 건 나의 흔적인 외로움뿐이다.

난 혼자 있는 게 싫다. 불 꺼진 방이 싫어서 집에 들어가기 망설이고, 그래서 집 밖 가게에서 술 한 잔 걸쳐야 불 꺼진 방문을 열 용기를 얻던 시절이 있었다.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시 지금의 이야기로 부활하고 있다. 끔찍했던 악몽의 시절...그 혼란 속에 다신 발 들여 놓기 싫은데...


문득문득 맘 한구석을 비집고 들어오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싫다.

운전하다가, 길을 걷다가, 교무실에 앉아 있다가 그리움이란 녀석이 불쑥 맘을 헤집고 들어 올 때면 숨이 턱턱 막힌다.

흰 구름 끝자락에, 햇볕 내리쬐는 운동장 한구석에, 세상 풍파 아랑곳 않는 듯한 길가 잡초 끄트머리에 문득 그리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맘 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한 줄기 눈물로 흘러내린다.

왜일까? 무엇일까? 끊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이 그리움은 무엇을 향한 것일까? 무에가 그리 그리운 것일까? 손에 잡히지 않을, 그 어떤 바람에 대한 욕망 때문일까?


햇볕 한 줌 들어온 적 없는 반지하 단칸 방에, 바퀴벌레들의 시체와 장우가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진저리가 처진다. 잠자다가 다리며 팔이며 스쳐 기어가는 벌레에 내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그래서 마신 술이다...

지난 시간동안 나를 세워 올 수 있었던, 삶의 휴식이 술이었다...하루 일과를 끝내고 술 한 잔 기울이고 있자면, 일상의 고단함은 위로 받을 수 있었다...그렇게 마신 술이 한 잔이 아니라 한 병이 되고, 한 병이 두 병이 되고....같이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더 좋고, 아님 혼자도 좋고....


근데, 이제 주중금주를 할 요량이다. 몸이 힘들다. 사실 오늘이 주중금주의 첫 날인 셈이다. 늘 아침이면 머릿 속은 안개로 가득차고 술 기운이 남아 몸뚱아리는 허공에 둥실 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지친 몸뚱아리는 맘을 불편하게 하고...감정을 흐트러뜨린다...


술을 먹지 않으면 내 감정의 선과 그 처리에 있어서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며...주중금주의 첫 날을 보낸다...무언가 달라지겠지...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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